한 권의 책은 하나의 사건이다. 한 권의 책에 담긴 지은이, 만든이, 읽는이의 고뇌와 정성을 기억한다.
제목
≪소리에 관한 책≫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소리들 -캐스파 헨더슨- [보도자료]
- 2024-11-12
≪소리에 관한 책≫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소리들
소리에 대한 광범위한 탐험,
듣는 행위에 대한 찬사이자 침묵에 대한 경의!
물체가 진동하며 생기는 공기의 파동인 소리는 비록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어디선가 들려온다. 그 종류와 크기 또한 매우 다양하여 일일이 열거하기는 불가능하다. 인간이 살아가는 물리적 세계가 온갖 소리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소리에 관한 책≫은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소리들을 코스모포니(우주), 지오포니(지구), 바이오포니(생명), 앤스로포포니(인간)로 구성, 총 마흔여덟 편의 이야기를 다채로운 관점으로 풀어낸다.
작가는 모든 글을 소리라는 주제에 과학적 시각으로만 접근하지는 않는다. 소리와 인간을 비롯한 생명들이 맺는 다양한 정신적 물질적 관계의 층위, 소리가 인간의 삶과 역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문적, 문학적, 예술적 관찰 혹은 성찰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한 관찰 혹은 성찰의 과정과 결과는 신비롭고 아름답고 때로는 슬프고 우리 마음에 떨칠 수 없는 고통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어느 날 머리 위로 날아가는 수많은 붉은가슴도요의 날갯짓 소리를 들었던 순간의 경이에서 이 책이 시작됐다는 저자의 말에서 기대할 수 있듯,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소리의 경이로운 비밀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이 책의 부제인 ‘Notes on the Auraculous’는 auraculous는 ‘청각적’이라는 뜻의 aural과 ‘기적적인’이라는 뜻의 miraculous를 합쳐 만든 말로 그 의미는 ‘귀를 위한 경이로움’이다.
서문
○ 이 책은 경이로움에서 시작되었다.
○ 소리에 관한 책에 실린 마흔여덟 편의 글은 네 개의 범주로 나뉜다.
그중 셋은 음악가 겸 소리풍경 생태학자 버니 크라우스가 생각해 낸 것이고, 거기에 내가 하나를 더 보탰다.
크라우스의 범주 중 첫 번째인 ‘지오포니’는 화산, 천둥, 북극광, 행성의 주기 운동 등 그 자체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명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그 생명을 가능케 한 지구의 소리를 말한다.
두 번째 ‘바이오포니’는 살아 있는 세계가 만들어내는 생명의 소리를 말한다. 여기서는 몸의 리듬, 듣기의 본질, 식물(그렇다. 식물도 소리를 낸다)과 동물의 소리 세계 등에 대해 탐색한다.
마지막 범주는 ‘앤스로포포니’다. 이것은 사람의 소리, 즉 인간과 관련된 소리를 의미하는 다소 어색한 명칭이다. 이 제목 아래서는 언어의 기원과 본질, 음악, 화성, 바쇼의 하이쿠, 이상한 악기들, 지옥의 소리, 기후 변화의 소리, 소음, 공해, 치유의 소리 등등에 대해 이것저것 눈길 가는 대로 알아보려 한다.
○ 우리는 창조보다 파괴가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멸종률은 수백만 년 전 대멸종이 일어났던 시기를 비롯해서 지구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사회학자 하르트무트 로자는 이렇게 적었다.
“현대는 더 이상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래서 그 자아감마저 상실할 위험에 처해 있다.”
전세계적으로 소리의 다양성과 풍부함이 재앙처럼 큰 상실을 겪고 있음을 알린 생물학자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은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살아 있는 지구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잊어 버렸다는 사실을 가장 두려워해야 한다.”
Ⅰ. 코스모포니 COSMOPHONY : 우주의 소리
최초의 소리
○ 빅뱅이 있고 첫 20~30만 년 동안은 급속하게 팽창하는 우주가 마치 무수히 많은 우주 종으로 가득 채워진 것처럼 울렸다.
○ 그러다 모든 것이 냉각되고 원자가 형성되면서 우주가 투명해져 빛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소리는 파면을 따라 물질이 농축된다. 그리고 우주가 계속 팽창을 이어가면서 자갈 한 줌을 연못에 던졌을 때 수면에 퍼져나가는 잔물결처럼 공명이 동심원처럼 뻗어 나갔다.
○ 파동의 정점은 나중에 은하 형성의 초점이 된다. 오늘날 우리 눈에 보이는 우주는 우주의 초기 시절에 남긴 메아리이고, 파동은 우주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게 도와준다.
우주의 소리
○ 우리 태양계의 행성들과 위성들 내부에도 소리가 존재한다. 수성에는 대기라 할 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땅 위로는 침묵이 흐르고 있지만 태양의 인력 때문에 지진 활동이 일어난다.
○ 태양계에서 더 멀리 떨어진 다른 행성과 위성의 대기에서 어떤 소리가 날지에 대해서는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목성의 대기는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사람 목소리의 음높이를 높여준다. 이 거대 행성의 구름층은 지구의 것보다 훨씬 강력한 번개가 뒤흔들어놓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거기서 발생한 천둥은 지구의 지름보다 몇 배나 먼 거리까지 울려 퍼질 수 있다.
Ⅱ. 지오포니 GEOPHONY : 지구의 소리
가장 큰 소리
○ 지구의 최근 역사에서 가장 큰 소리 중 하나는 6,600만 년 전(지구의 모든 역사를 1년으로 압축한다면 크리스마스 다음 날)에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칙술루브 근처에 소행성이 충돌하며 난 소리였다.
직경이 10킬로미터가 넘고 질량은 10조 톤이 넘었던 이 소행성은 초속 20킬로미터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는 에베레스트보다 더 큰 바위가 총알보다 20배나 빠른 속도로 지구와 충돌한 것과 같다.
○ 충돌 자체의 에너지는 TNT 1억 메가톤 혹은 역사상 가장 큰 열핵무기 실험의 200만 배에 맞먹었다. 이 충돌은 즉각적으로 깊이 30킬로미터, 폭 100킬로미터의 구멍을 만들었다. 그 후로 몇 초에 걸쳐 지구의 지각이 돌멩이를 집어단진 연못처럼 출렁거렸고 충돌 부위의 둘레로 잔물결 모양으로 봉우리들과 땅이 솟아올라 히말라야만큼의 높은 산맥이 됐다.
○ 칙술루브 소행성 충돌의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실제로 들어본 사람이 있는 가장 큰 소리와 비교해 보는 것이다. 1883년 8월 27일에 크라카타우 화산이 분출하면서 3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자바섬과 수마트라섬의 해변에 45미터의 쓰나미가 일어나 3만 6,000명에서 12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크라카타우 화산에서 64킬로미터 떨어져 있던 선박 노럼 캐슬의 선장이 적기를, 그 폭발이 얼마나 격렬했던지 자신의 승무원 중 절반 이상이 고막이 터졌다고 했다. 16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의 소리가 172데시벨로 측정됐다. 이는 사람이 귀에 통증을 느끼는 역치(閾値)보다 여덟 배나 큰 소리다. 그리고 바로 옆에 서서 듣는 제트엔진 소리보다 네 배나 큰 소리다. 크라카타우 화산의 소리는 2,100킬로미터 떨어진 안다만 니코바르제도에서도 들렸고(‘포를 쏘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가’) 3,200킬로미터 떨어진 뉴기니와 호주 서부에서도 들렸고(‘대포 소리와 비슷한 큰 폭발음이 연속적으로……’) 4,800킬로미터 떨어진 인도양의 모리셔스 근처 로드리게스섬에서도 들렸다(‘멀리서 대포 소리 같은’).
○ 칙술루브 소행성 충돌은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보다 50만 배 정도 강력했고 그에 따른 소리와 대혼란도 어마어마했다.
천둥소리
○ 영국 기상청에 따르면 번개는 엄지손가락 너비이고, 온도는 태양보다 뜨겁다고 한다. 번개가 통과하는 좁은 공기 통로는 순식간에 30,000℃까지 가열된다. 이는 태양 온도의 거의 다섯 배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공기가 극단적으로 빨리 팽창하며 음향 충격파가 만들어진다. 천둥은 결국 공기가 폭발하면서 나는 소리다. 아무튼 아무리 큰 소리라도 이 방전 에너지에서 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퍼센트에 불과하고, 9퍼센트는 빛, 90퍼센트는 열이다.
Ⅱ. 바이오포니 BIOPHONY : 생명의 소리
식물
○ 21세기 초에 일부 연구자들이 식물계의 구성원들은 소리에 둔감하다고 자신 있게 주장하고 있었다. 실제로 많은 나무들과 기타 식물들은 흙 속에 들어 있는 균사망이나 다른 방법들 덕에 다른 식물로부터 전달되는 신호에는 대단히 민감하다. 하지만 식물의 소리를 감지해서 얻을 이익은 무엇이며, 뇌도 없고 신경계조차 없는 식물이 어떻게 들을 수 있겠는가? 그것으로 사건은 종결되나 싶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해변달맞이꽃 같은 식물은 꽃가루받이 동물의 소리를 실제로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변달맞이꽃은 아주 옛날에 쓰던 나팔형 보청기처럼 자신의 꽃을 이용해 소리를 증폭하고 집중시킬 수 있어서 벌의 윙윙대는 날개 소리를 들으면 그에 반응해 꿀 속의 당분 농도를 증가시킨다. 이 과정은 3분 내로 일어난다. 근처에서 꽃을 찾아다니며 꽃에 내려앉을까 말까 고민하던 벌이 내리는 결정에 변화를 가져올 만큼 빠른 속도다. 벌이 너무 빨리 날아가버린다 해도 식물은 그다음 벌을 더욱 잘 유혹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일부 식물이 진동에 대단히 민감하고 그 진동을 일으키는 것이 무엇인지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연구자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 식물이 자라고 환경에 반응하면서 내는 소리를 인간이 듣기도 점점 쉬워지고 있다. 나무의 몸통에 마이크를 장착하면 물과 영양분이 세포를 통과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말하자면 나무가 맛있게 물을 마시는 소리라 하겠다.
멀리멀리 퍼져나가는 고래의 노래
○ 소리와 바다의 관계는 빛과 우주의 관계와 비슷하다. 소리는 공기 중보다 수중에서 네 배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엄청난 거리까지 전달될 수 있다.
○ 부엉이와 박쥐의 반향정위를 연구하던 생물학자 로저 페인은 미국 해군 기술자 프랭크 와트링턴이 녹음한 고래의 노랫소리를 1966년에 듣게 됐다. 페인은 이 첫 만남이 마치 바다의 크기를 귀로 듣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
“마치 어두운 동굴로 걸어 들어가서 그 뒤로 펼쳐진 어둠으로부터 연이어 퍼져 나오는 메아리를 듣는 것 같았다. …… 바다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고래가 하는 일이다.”
○ 그의 동료 연구자들은 이 이상한 소리를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놀라움에 빠져들어 갔다.
혹등고래는 ‘우우푸’ ‘푸와하’ 같은 소리를 내고, ‘이오우’ ‘이아이’ 같은 소리도 낸다. 그리고 삐걱거리는 문소리, 모터 달린 자전거가 저단으로 달가닥거리는 소리, 저음으로 길게 방귀를 뀌는 것 같은 소리도 낸다. 방귀 소리를 비롯한 이 소리들 중에는 인간의 제일 낮은 가청 음역인 20헤르츠나 그보다 낮은 범위까지 내려가는 것도 있다. 반면 어떤 소리는 인간의 가장 높은 가청 음역인 2만 헤르츠나 그 이상으로 올라간다. 각각의 소리는 몇 초 정도 지속되며 노래를 부르는 동안 더 커지거나 부드러워진다. 처음에 듣기에는 소리의 순서가 무작위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고도의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 2020년에 처음 방송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로저 페인은 이렇게 말했다.
“고래의 노래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그것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인류가 야생의 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이 존재하지 않을까요?”
Ⅱ. 앤스로포포니 ANTHROPOPHONY : 인류의 소리
음악의 본질
○ 수십만 년은 아닐지언정 적어도 수만 년 동안 거의 동등한 방식으로 살아온 바야카족에게 음악은 삶의 모든 측면에서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음악은 태어날 때부터, 아니 그 전부터 시작된다. 배 속의 태아도 엄마가 거의 매일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을 듣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어난 후에도 엄마의 등에 업혀 함께 춤추고, 어른들이 옹기종기 무리를 지어 함께 노래하는 동안에도 엄마의 무릎에 앉아 있다.
음악은 사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그물로 사냥을 준비할 때 여성들은 숲에 마술을 걸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플루트를 연주한다. 이들은 밤늑도록 노래를 부른다. 이것이 동물들을 크와냐하게, 즉 느슨하게 긴장이 풀리고 피곤하게 만들어 사냥하기 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남성과 여성들은 과시하고 싶을 때도 음악을 연주한다.
○ 결정적으로 음악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서 정의하고, 타인과 연결되는 데 도움을 준다. 음악학 연구자 브루노 네틀은 이렇게 말한다.
“각각의 사회적 집단은 자체적인 음악을 갖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음악은 우리를 그 집단과 이어준다.
지옥
○ 지구에는 지옥이 셀 수 없이 많다. 발전된 기술을 가진 사회들은 최악의 지옥을 창조해냈다. 산업화를 등에 업은 전쟁이 만들어낸 지옥을 화가 오토 딕스보다 강렬하게 표현한 경우는 드물다. 그가 제1차세계대전의 참호를 그린 그림들은 인간의 육체와 영혼에 가해진 잔혹 행위를 끔찍하기 그지없는 중세 유럽의 미술이나 프란시스코 소야의 <전쟁의 참상>에서 상상한 그 무엇에도 뒤지지 않는 생생함으로 묘사하고 있다.
○ 다른 전통에서는 지옥을 지옥답게 만드는 데 그 소리도 한몫한다. 기독교 전통에서 지옥을 묘사한 두 명의 위대한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와 존 밀턴이 상상한 소리의 세계는 특히나 생생하다. <지옥>에서 단테가 한 번 넘어가면 모든 희망을 버려야 하는 문을 통과한 후에 제일 먼저 묘사한 것은 엄청난 소음이다.
“빛은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별빛 없는 하늘 아래서 울려 퍼지는 온갖 한숨과 울부짖음에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혼재된 언어와 기형의 언어, 고통 그 자체인 말과 그칠 줄 모르는 소란이 모래 폭풍처럼 돌고 또 돈다. 소리의 강렬함이 물리적으로도 충격을 가한다. 이 점에서 단테는 당시의 대중적 믿음과 일치했다. 중세 사람들이 이 꿈에서 보았던 지옥은 끔찍한 소음이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였다고 한다.
소리로 치유하기
○ 많은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정상적인 청력 범위 안에서 들리는 자연의 소리(특히 활기찬 새소리)가 고통을 줄여 심리와 건강에 이점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작가 루시 존스는 자연의 소리가 자연의 풍경, 냄새, 촉각과 함께 중독을 극복하고, 생태적 상실감을 받아들이고, 더 균형 잡힌 생활 방식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이렇게 적고 있다.
“자연은 머릿속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내 기분을 안정시켜주었다.”
고요와 침묵
○ 댄 히쿠로아가 남극에서 제일 처음 받은 인상은 고요였다. 히쿠로아는 지질학과 화석을 연구하기 위해 남극대륙에 온 것이었다. 바람 한 점 없던 그날 그는 자리에 앉아 규칙적으로 들렸다 그쳤다 하는 희미한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는 그 소리가 광활한 풍경 속에서 유일하게 혼자 소음을 만들어내는 존재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심장이 뛸 때마다 이마의 정맥이 방한모와 가볍게 닿으면서 만들어내는 소리였다. 이 경험으로 그는 두 가지 진실을 깨달았다. 지구에서 완전히 고요한 장소는 거의 없다는 것, 그리고 그런 장소라 해도 인간이 소음을 치고 들어온다는 것이다.
○ 작가와 시인들은 오래전부터 침묵을 유지하며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밤의 침묵을 듣고 싶다. 침묵이야말로 긍정적인 것이며 들을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침묵하기>라는 시에서 파블로 네루다는 우리가 움직이며 살아가는 데만 몰두하지 않고 단 한 번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에 들어간다면 자신을 결코 이해하지 못하고 죽음으로 스로를 위협하던 슬픔이 그 거대한 침묵에 의해 중단될 것이라 썼다. 그는 우리가 침묵한다면 땅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모든 것이 죽은 듯 보이던 땅이 시간이 지난 후에는 살아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듯이 말이다.
◎ 캐스파 헨더슨 지음, 김성훈 옮김, ≪소리에 관한 책≫, 시간의흐름, 2024
☞ Caspar Henderson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파이낸셜 타임즈》《인디펜던트》《네이처》《뉴 사이언티스트》에서 편집위원으로 일했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존재들≫ ≪경이로움의 새 지도≫(A New Map of Wonders)를 썼으며, 에너지·과학·환경· 인권에 관한 글을 주로 쓴다.
☞ 김성훈
현재 출판번역 및 기획그룹 ‘바른번역’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늙어감의 기술≫로 제36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번역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