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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은 하나의 사건이다. 한 권의 책에 담긴 지은이, 만든이, 읽는이의 고뇌와 정성을 기억한다.



제목≪詩名多識≫-조선의 인문학자 정학유의 박물노트- 정학유2020-07-07 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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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名多識-조선의 인문학자 정학유의 박물노트-

머리말 – ≪시경을 통해 자연을 탐구한 조선 인문학자의 생물백과사전을 만나다.

□ ≪시경은 기원전 11세게 서주(西周) 초기로부터 기원전 6세기 동주(東周) 중기에 이르기까지 약 500년 간의 중국 북방 지역 운문(韻文)을 모은 텍스트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 가운데 하나이며, 과거 인류의 생활상과 희로애락의 자취를 그대로 간직한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 ≪시명다식이라는 표제는 논어<양화> 편의 조수초목의 물명(物名)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多識於鳥獸草木之名)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이 책은 시경에 등장하는 생물을 <식초(識草)>, <식곡(識穀)>, <식목(識木)>, <식채(識采)>, <식조(識鳥)>, <식수(識獸)>, <식충(識蟲>, <식어(識漁)>의 총 8개 항목으로 나누어 해당하는 시경각 장의 편명과 물명을 적고, 이를 고증한 해설을 적었다.

정학유가 시명다식에 주로 인용한 문헌에는 남송(南宋)대 주희(朱熹)시전(詩傳), 육기(陸璣)모시초목조수충어소(毛詩草木鳥獸蟲魚疏), ()대 이시진(李時珍)본초강목(本草綱目)이아(爾雅), () 곽박(郭璞)이아주(爾雅注) 등이 있고, 이외에도 한()대 양웅(揚雄)방언(方言), 후한(後漢)대 허신(許愼)설문해자(說文解字), ()대 라원(羅願)이아익(爾雅翼)과 엄찬(嚴粲)시집(詩集), 육전(陸佃)비아(埤雅) 등 매우 다양한 서적들을 참고하고 인용하였다.

1권 식초 識草

_ㆍ칡
葛覃(시경<주남>의 편 이름. 주 문왕의 후비가 훌륭한 부도婦道로써 교화함을 읊은 시.)

주자가 말하였다. ‘’(. 콩과의 다년생 만초)은 풀이름이니, 덩굴로 자라고, 고운 칡베와 거친 칡베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본초에 말하였다. ‘은 다른 이름으로 계제’, ‘녹곽’, ‘황근이다. 그 덩굴은 끊이지 않고 길다. (……)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의 꼬투리에 있는 열매는 갈곡이라 하는 것이 옳다. 이시진도 또한 소송이 “‘꽃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고 한 설명이 잘못이라 하였다.

칡덩굴이 뻗어 葛之覃兮
골짜기 안까지 자라 施于中谷
그 잎사귀 무성해라 維葉莫莫
베어다 삶아내어 是刈是濩
고운 칡베 거친 칡베를 짜서 爲絺爲綌
아무리 입어도 싫증 안 나네 服之無斁

_ㆍ고비

육씨가 말하였다. ‘는 산나물이니, 잎과 줄기는 모두 소두’()와 비슷하고 덩굴로 자란다. 그 맛 또한 소두나 콩잎과 같아서 국을 만들 수 있고, 또한 날로 먹을 수도 있다. 지금은 관청의 동산에 그것을 심었다가 종묘의 제사에 바친다. (……)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육씨는 산나물이라 말하였지만, 이아에서는 물가에서 자란다고 하였다. 이것은 의심할 만하고, 백이와 숙제가 수양산에 숨어 이것을 캐서 먹었으니, 그것은 물가에서 자라는 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저 남산에 올라 陟彼南山
고비를 캤네. 言采其薇
당신을 못 보았을 적엔 未見君子
내 마음 서글프더니 我心傷悲
당신을 보고 나자 亦旣見止
내 마음 편안해졌네 我心則夷

1권 식곡 識穀

_ㆍ메조
黃鳥(시경<소아>의 편 이름. 선왕宣王을 풍자한 시)

본초에 말하였다. ‘선속(메조)’이다. 강남과 강서(江右, 揚子江 중류 남쪽 연안의 땅) 사이에서 심는 것은 모두 이것이다. 그 낟알은 ’(기장)보다 가늘다. 싹은 ’()와 함께 비슷하다. 종류는 모두 몇십 가지이다.

꾀꼬리야 꾀꼬리야 黃鳥黃鳥
닥나무에 떼 지어 앉지 마라 無集于穀
우리 메조를 쪼지 마라. 無啄我粟
이 나라 사람들이 此邦之人
나에게 잘 대해주지 않으니 不我肯穀
발길을 돌려 言族言歸
우리 일가들 사는 곳으로 돌아 가리라. 復我邦族

_ㆍ밀
周頌 思文(시경<주송>의 편 이름. 후직后稷의 덕이 하늘과 짝할 만함을 칭송한 내용)

주자가 말하였다. ‘()’소맥’()이다.

문덕 많으신 후직께서는 思文后稷
하늘의 짝이 되실 만한 분일세. 克配彼天
우리 백성들 안정된 것이 立我烝民
모두 그분의 은덕일세. 莫匪爾極
우리에게 밀과 보리를 주시어 胎我來牟
상제께서 백성들을 두루 기르시게 하셨네. 帝命率育
이곳 저곳을 가리지 않고 無此疆爾界
바른 도를 중국 땅에다 펴시었네. 陣常于時夏

2권 식목 識木 2권 식채 識菜
3권 식조 識鳥 3권 식수 識獸
4권 식충 識蟲 4권 식어 識漁

훌륭하구나, 이 책이여. 맹자가 백성을 어질게 하고서 사물을 사랑함이라 했으니 백성은 형제자매와 같고, 사물과 나도 같다는 뜻이다. 지금 날짐승과 길짐승에게 알아서 깨닫는 마음이 있음은 사람과 더불어 같지만, 다만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의 마음은 없다. 풀과 나무에게 나서 자라는 마음이 있음은 사람과 날짐승, 길짐승이 모두 같지만 다만 알아서 깨닫는 마음은 없다. 사람은 그 세 가지를 모두 가졌으니, 이것이 온갖 사물의 주인 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세 가지는 모두 세상에 타고난 것이고, 하늘과 땅 사이에서 함께 자라는 것이다. 다만 치우치거나 온전한 차이가 있을 따름이니, 사람이 어찌 그가 성기고 멀다고 하여 잊을 수 있겠는가? 그대가 이 책을 지음은 시경비흥¹에 통하였을 뿐 아니라, 또한 옛 성인이 사물과 내가 같다고 했던 훌륭하고 아름다운 일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치수²<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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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흥 : 시경육의(六義) 가운데 의 수사법. ‘는 비슷한 사물을 들어 읊고자 하는 바를 비유로써 표현하는 방법. ‘은 다른 사물을 먼저 서술하여 표현하고자 하는 말을 이끌어 내는 방법.
2) 치수 : 정학연(丁學淵). 17831859. 호는 유산(酉山). 정학유의 백형(伯兄).

정학유 지음, 허경진ㆍ김형태 옮김, 詩名多識-조선의 인문학자 정학유의 박물노트-, 한길사, 2007

정학유(丁學游, 1786~1855) : 본관 나주(羅州). 자는 문장, 호는 운포(耘逋). 조선 후기 문인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
<
농가월령가>의 저자로 알려져 있으며 형 학연과 함께 유배중인 아버지의 저술을 정리하여 완성시키는 등 정약용의 학문 활동을 도왔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학문을 하고자 했던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평생을 학문과 저술 활동에 힘썼다. 시명다식시경에 등장하는 동ㆍ식물의 이름을 고증한 책으로,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학문을 추구하는 실학의 특징을 보여주는 저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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