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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국 고지도의 역사≫ 개리 레드야드, ≪욕망하는 지도≫ 제리 브로턴2020-02-23 11: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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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만들려는 욕구는 인간의 기초적이고 지속적인 본능이다. 욕망하는 지도

세계는 인간이 만든 사회적 개념이다. 지구라는 행성의 물리적 공간 전체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문화적 또는 개인적 세계관을 구성하는 사상이나 믿음 전체를 의미할 수도 있다. 역사를 통틀어 여러 문화에서 지도는 세계에 담긴 그러한 사상을 표현하는 완벽한 수단이었다.

서기 3세기 전기 작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에 따르면, 밀레토스의 철학자 아낙스 만드로스(기원전 610~546년경)최초로 바다와 육지를 그린사람이며, “최초로 지리학지도geogrraphikon pinaka를 펴낸사람이다.

지구의 구형을 언급한 최초의 기록은 플라톤의 유명한 파이돈(기원전 380년경) 끝부분에 나온다.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맞이하기 며칠 전 상황을 대화로 표현한 이 글은 영혼 불멸과 이상적 형상에 관한 이론을 철학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끝으로 가면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지구의 경이로운 지역이라 부른 곳을 그것이 둥글고 하늘 가운데 있다면, 공기도 필요 없고 존속하기 위한 그 어떤 힘도 필요 없다. 하늘이 어느 방향으로든 균일하다면, 더불어 지구 자체가 평형을 유지한다면, 그곳은 얼마든지 존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의 지도 제작은 우주생성론과 기하학에 초점을 둔 반면 헬레니즘 시대의 지도 제작은 여기에다 좀 더 과학적인 방법을 접목했다.

헬레니즘 사상가들은 새로운 정보로 위도를 계산하고, 기지 세계의 길이를 추정하며, 특정 도시나 지역의 위치를 측정하는 집단 작업에 착수했다.

해양탐험가들일랑 새로운 세계로 가라 하고,
다른 이들일랑 지도에서 이 세계 저 세계를 보라 하고,
우리는 하나의 세계를 품자. 각자 하나씩. 둘이 하나가 되자.
당신 눈에 비친 내 얼굴, 내 눈에 비친 당신 얼굴.
그리고 참되고 소박한 마음은 그 얼굴에 깃든다.
이보다 더 좋은 두 개의 반구를 어디서 찾겠는가?
혹독한 북쪽이 없다면, 저무는 서쪽이 없다면.

한국인들은 천오백 년 이상 지도를 만들어 사용해 왔다. 한국 고지도의 역사

한국의 지도 중 가장 이른 시기의 자료는 고구려에서 나타난다. 한 도시의 지도로 보이는 그림이 평양에서 북쪽으로 5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순천順天 인근의 한 무덤 벽면에서 발견되었다. 이 지도는 요동성도遼東城圖라고 명명되었는데, 그것을 본 사람들에 따르면 성벽가로건물산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지도 제작에 대한 첫 문헌 자료도 고구려에서 나타난다. 628년 고구려는 수당과의 기나긴 전쟁이 잠시 잦아진 틈에 외교교섭의 일환으로 봉역도封域圖라는 이름의 고구려 영토 지도를 당 조정에 증정했다.

백제는 통일 전쟁 직전인 7세기 초에 도적圖籍’, 곧 지도와 호적을 지방 행정에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존하는 고려 시대 지도는 하나도 없지만 고려에 매우 훌륭한 지도 전통이 있었다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고려에는 아마 세계에서 유일한 지도학적 호기심의 사례가 있다. 고려에는 한반도의 윤곽을 닮은 돈이 있었다. 1101년의 기록에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 전한다. “이 해에 은병銀甁을 교환수단으로 사용했다. 은병은 1근의 은으로 만들었고, 이 나라 영토의 윤곽을 닮았다.”

고대 고구려 천문도 개정판이라는 별자리 지도가 1395년 돌 위에 새겨졌고,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이하 강리도’)1402년에 완성되었다. 이 지도는 중국이나 일본의 어떤 세계지도보다 앞선 것으로서, 동아시아의 지도 제작 전통에서 현존한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이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란 기다란 이름의 혼일이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와 중국 주변의 오랑캐 곧 이()를 하나로 아우른다는 혼연일체라는 뜻이고, ‘강리란 변두리 지경을 안다(또는 다스린다)는 뜻이다. 알아야할 또는 다스려야할 역대 왕조와 세계의 모습을 의미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오늘날 서양인의 눈에 <강리도>는 모순적이다. <강리도>는 언뜻 보기에 과학의 신기함에 실린 여러 지도나, <해리퍼드 마파분디>에 견줄 만한 세계지도 같다. 그와 동시에 물리적 공간을 대단히 다른 방법으로 이해하고 체계화하는 이질적 문화에서 나온 세계의 그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욕망하는 지도

그런데도 <강리도>는 일관된 세계관을 가지고 만들어진 세계지도로, 세계 최강의 고대 제국()에 지도 제작으로 대응한 것이며, 조선이 자국의 자연 지형과 정치 지형을 동시에 인식해 만든 지도다.

1834년 김정호는 안개 속에 가려진 배경을 뒤로 하고 인쇄업자로 등장했다. 그는 실학자 최한기崔漢綺의 요청으로 1793년 이후 한때 중국에서 간행된 바 있는 서양식 세계 반구도半球圖를 조각했다. 한국 고지도의 역사

김정호는 같은 해 청구도靑邱圖(청구는 조선의 오래된 별칭)라는 이름의 전국 지도를 완성하였다.

〇 ≪청구도는 현존하는 고지도 중 가장 크며 축척이 약 1:216000에 해당하는 가로 462, 세로 870인 전국도로, 경위선 표식과 기하원본의 확대 축소법을 적용하여 제작하였기 때문에 앞서 제작된 어느 고지도보다 과학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보기 좋고 사용하기 편리하게 책첩(冊帖)으로 만들었다.(네이버 지식백과)

1834년 이전의 김정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처럼, 1834년 이후 27년의 시간에 대해서도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학자들의 부지런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1834년부터 1861년 김정호가 대동여지도초간본初刊本(辛酉年)을 펴내는 시점까지 그의 발언이나 그에 대한 언급을 한마디도 찾지 못했다. 한국 고지도의 역사

〇 ≪대동여지도는 단순히 청구도의 수정판이나 개정판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지도이다. 청구도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산과 관련된 부분이다. 대동여지도에 이르러 한국 특유의 산줄기 표현 방식인 형세 양식이 가장 두드러지고 철저하게 관철되었다.

〇 ≪대동여지도에서는 조선의 어느 산줄기()에서 출발하더라도,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강을 건너는 일 없이, 심지어는 웅덩이에 들어가는 일조차 없이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로 나아갈 수 있다.

여러 장애 요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지도를 비롯해서 독창적이고 우수한 지도들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가장 오래된 불교식 지도<오천축국도吳天竺國圖>를 제작했으며, 동아시아 최초의 진정한 세계지도를 만들었고, 특유의 산악 지형을 의식하면서 만든 독창적인 형세形勢지도 제작 기술을 발전시켰다. 뿐만 아니라 서양의 영감을 받아 매우 희귀한 지구의地球儀를 만들어 중국식 혼천의 안에 장착했으며 우주의 구조를 반영한 <천하도天下圖>(고대 중국의 지리적 전승을 흥미롭게 가공한 지도)를 만들었고, 김정호는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혁신적인 도안과 체제로 거대한 방안식 전국지도를 만들었다.

인류는 익명의 누구가 맨 처음 점토판으로 바빌로니아 세계지도를 만든 이래로 3,000년 넘게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세계지도를 만들려는 꿈을 간직해 왔다. 욕망하는 지도

모든 문화는 지도로 세계를 바라보고 표현하는 특정한 방식이 있으며, 구글어스나 <해리퍼드 마파분디><강리도>도 마찬가지다.

그렇기는 해도 세계를 실제 모습대로보여주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확한 세계지도 따위는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도 없이는 절대 세계를 이해할 수 없고, 하나의 지도로 세계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도 없다.

개리 레드야드 지음, 장상훈 옮김, 한국 고지도의 역사, 소나무, 2011

제리 브로턴 지음, 이창신 옮김, 김기봉 해제, 욕망하는 지도, RHK,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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