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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살라딘≫ -십자군에 맞선 위대한 술탄- 스탠리 레인 폴2020-01-15 21: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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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8년 티크리트 성에서 첫 울음을 터트리며 이사 준비에 바쁜 사람들의 마음을 산란하게 했던 아이가 후일 동양과 서양에서 이슬람의 영예’, 살라흐 앗 딘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우리에게는 살라딘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문제의 그 유스프였다.

당시 동양세계는 옛 칼리프 제국과는 완전히 딴 판이었다. 9세기에 이미 이슬람 제국 변방 지역들은 바그다드 압바스 왕조 칼리프 권위를 거부한 지배자들 수중에 들어가 있었다. 10세기 중반에 들어서는 칼리프의 세속적 권력은 왕궁 밖도 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슬람 수장의 이러한 무능력은 1258년 몽골 족에 의해 바그다드의 칼리프 제도가 소멸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11세기를 거치면서 페르시아, 메소포타미아, 시리아 전 지역을 휩쓴 투르크 족은 옥수스 강 너머 초원지대 출신의 한 투르크 족 족장 셀주크의 후예들이 이끌고 있었다.

셀주크 술탄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술탄은 말리크 샤였다. 그의 성공은 니잠 알 물크라는 위대한 정치가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그는 군주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모름지기 군주란 증오, 시기심, 자만심, 분노, 욕망, 색욕, 헛된 희망, 논쟁적 성향, 거짓말, 탐욕, 적의, 폭력, 이기심, 충동, 배은망덕, 경박한 심성은 억눌려야 하고, 절제, 중용, 부드러움, 인자함, 겸손함, 관대함, 확고함, 참을성, 감사함, 동정, 학문에 대한 사랑, 공명정대함은 갖추어야 한다.”

12세기가 되자 셀주크 제국의 대부분 지역은 군소 군주들 손에 넘어갔다. 셀주크의 붕괴는 그들의 봉건제도가 초래한 필연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12세기의 가장 커다란 장애는 십자군이었다.

10961차 십자군이 동쪽으로 진군을 시작했다. 1098년에는 에데사, 안티오크 같은 대도시와 수많은 요새가 십자군에 의해 점령당했다. 1124년 티루스 정복으로 십자군의 힘은 절정에 달했다.

12세기의 첫 25년간의 상황을 한 이슬람의 역사가(이븐 알 아티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프랑크 족은 매일같이 침략해왔다. 이들은 무슬림들에게 말할 수 없는 해를 끼쳤고, 파멸과 비참함을 안겨주었다. 그들은 디야르바키르의 아미드까지 침략해 들어왔다. 그러고는 신자든 아니든 가리지 않고 모조리 죽였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주민들의 귀금속을 약탈했다. 하란과 락카에서는 수치심으로 사람들 기를 눌러놓은 뒤, 매일매일 죽음의 음료를 마시게 했다.”

1187920일 일요일, 사라센 군은 마침내 예루살렘 성벽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침략 75일 만에 예루살렘 왕국을 복속시켰다. 이제 그들은 십자군의 명분이자 동기이고,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양측 모두에게 숭배의 대상인 성도를 점령해야만 했다. 항복 문서의 내용들은 102일 성 레오데가르 축일에 조인되었다. 도시의 출구도 모두 살라딘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는 호위병들에게 지시해 돈이 없어 몸값을 지불하지 못하는 노인 모두를 석방한다는 사실을 예루살렘 거리 곳곳에 알리도록 했다. “그것이 가난한 자들에게 살라딘이 행한 자선이었다.”

천국의 가장 위대한 속성은 자비이고 
그것은 또 정의와 영광의 절정이라.
그것이 있는 곳에서는 정당하게 죽일 것이요, 동정으로 구할 것이다.

살라딘의 가장 큰 특징은 온화함이었다. 그에게는 왕들의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위엄이 없었다. 그가 공통적으로 불러일으킨 위엄은 오직 우리의 두려움을 떨쳐버리게 한 사랑에서 나온 것뿐이었다. 위용을 과시하거나 격식을 강요하기는커녕 그는 더할 수 없이 다정하고 사근사근한 군주였다.

살라딘의 전 생애는 단순, 근면, 금욕으로 이루어졌다.

그 무엇에 앞서 살라딘은 독실한 무슬림이었다. 성지 순례의 종교적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은 그에게는 커다란 슬픔이었다. 그가 자신의 종교적 열정을 드러낸 곳은 무슬림의 최고 의무인 지하드(성전)에서였다. 그의 마지막 몇 년은 성전 이외의 다른 것(쾌락이나 안락, 가정의 행복)은 생각할 틈도 없었다. 그는 성전에 힘, 건강, 혹자는 생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까지 모두 바쳤다.

베푸는 것은 그에게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살라딘은 불쌍한 사람들을 위하여 마지막 남은 자기 농장을 팔아치웠다. 위대한 술탄은 무일푼으로 숨을 거두었다.

스탠리 레인 폴 지음, 이순호 옮김, 살라딘, 갈라파고스,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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