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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은 하나의 사건이다. 한 권의 책에 담긴 지은이, 만든이, 읽는이의 고뇌와 정성을 기억한다.



Title≪타박타박 타박네야≫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의 노래, 김상훈 엮음2022-08-08 19:52
Writer

타박타박 타박네야

 

우리나라 가요에 대하여

우리나라 가요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아득한 옛날부터 우리 인민은 노동을 즐겨 하였을 뿐 아니라 노래도 좋아하였다.
고구려에서는 해마다 10월에 가을걷이가 끝나면 남녀노소가 한데 모여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는데 그것을 동맹(東盟)’이라 하였다.
()무천(舞天)’과 부여의 영고(迎鼓)’들도 다 제천 의식으로서 수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면서 즐기었다. 이러한 노래와 춤은 당시 인민들의 노동에 대한 기쁨과 행복에 대한 지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랜 역사에 걸쳐 인민들이 창조한 우리 가요에는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생활을 지향하여 벌여 온 우리 인민들의 투쟁과 생활이 진실하게 담겨 있다.

 

상금상금 쌍가락지

상금상금 쌍가락지 호작질로 닦아내어
먼 데 보니 달일레라 곁에 보니 처잘레라
그 처자야 자는 방에 숨소리도 둘일레라
홍달 반달 오라버니 거짓 말쌈 말아주소
동남풍이 뒤로 부니 풍지 떠는 소릴레라
조고마한 재피방에 비상불을 피워 놓고
열두 가지 약을 놓고 댓잎 같은 칼을 물고
명주 전대 목을 메어 자는 듯이 죽고지라
오라버니 내 죽거든 앞산에도 묻지 말고
뒷산에도 묻지 말고 연대 밑에 묻어주소
연꽃이라 피거들랑 날 핀 줄로 알아주소

* 호작질: 손으로 열심히 닦아 광을 내는 것.
* 재피방: 곁방

 

시아버지 호랑새요 시어머니 꾸중새요

형님 온다 형님 온다 분고개로 형님 온다
형님 마중 누가 갈까 형님 동생 내가 가지
형님 형님 사촌 형님 시집살이 어떱데까
이애 이애 그 말 마라 시집살이 개집살이
앞밭에는 당추 심고 뒷밭에는 고추 심어
고추 당추 맵다 해도 시집살이 더 맵더라
둥글둥글 수박 심기 밥 담기도 어렵더라
도리도리 도리 소반 수저 놓기 더 어렵더라
오 리 물을 길어다가 십 리 방아 찧어다가
아홉 솥에 불을 때고 열두 방에 자리 걷고
외나무다리 어렵대야 시아버지같이 어려우랴
나뭇잎이 푸르대야 시어머니보다 더 푸르랴
시아버지 호랑새요 시어머니 꾸중새요
동세 하나 할림새요 시누 하나 뾰죽새요
시아지비 뾰중새요 남편 하나 미련새요
나 하나만 썩는 샐새
귀 먹어서 삼년이요 눈 어두워 삼년이요
말 못해서 삼년이요 석삼년을 살고 나니
배꽃 같은 요내 얼굴 호박꽃이 다 되었네
삼단 같은 요내 머리 네사리춤이 다 되었네
백옥 같은 요내 손길 오리발이 다 되었네
열새 무명 반물치마 눈물 씻기 다 젖었네
두 폭붙이 행주치마 콧물 받기 다 젖었네
울었던가 말았던가 베갯머리 소이 졌네
그것도 소이라고 거위 한 쌍 오리 한 쌍
쌍쌍이 떠들어오네

* 할림새: 간사한 새란 뜻.
* 네사리춤: 너삼의 껍질을벋겨서 단을 만든 것.
* 열새 무명: 실이 고운 베. ‘는 피륙의 날을 새는 단위. 한 새는 날실 여든 올.

 

우리 할매 손엔 백통 가락지

저 건너 김 부자네 첩년은
금가락지만 끼고
이 건너 이 부자네 딸년은
은가락지만 끼고
우리 할매 늙은 손엔
백통 가락지 끼어 있고
이내 손엔 납가락지만
천년만년 끼어 있네

 

접봉선화 너를 따서

어둡어둡 할무대는 남 먼저도 홀로 피고
햇듯뺏듯 박꽃은 저녁 이슬 질 때 피고
누럿누럿 호박꽃은 돌담으로 휘돌갔고
아기자기 봉선화는 울타리 밑에 피었구나

이꽃 저꽃 버려 두고 접봉선화 너를 따서
풋돌로 다져서 소금 넣어 간을 해서
파랑 잎에 싸 가지고
새끼손 끝손톱에 당사실로 매어 보자
우는 아이 업은 듯이 베감투를 쓴 듯이
나뭇단을 인 듯이 꼴망태를 진 듯이
얄라궂네 내 손가락 보두새 우습구나

그래도 참고 참아 풀어도 보지 말고
등불 아래 길쌈할 때 물 여다가 밥을 할 때
남정네가 지나가면 손길 뒤로 감추면서
하루낮을 다 지나고 하룻밤을 또 지나면
주사런가 단사런가 곱게도 물이 들어
동무들아 내 손 봐라 이웃 아기 내 손 봐라
구십춘광 고운 봄이 이내 손에 머물렀네
섬섬옥수 이내 손이 꽃잎같이 붉어 있네

* 할무대: 할미꽃.
* 주사, 단사: 주사, 단사는 붉은 빛을 띠는 광물, 붉은색 안료나 약재로 쓴다.  

사랑가 4

수박같이 둥근 사랑
참외같이 달게 삭여
박속같이 맑은 정이
앵도같이 붉게 익어
석류같이 멋이 있게
백년해로를 하자꾸나 응
백년해로를 하자꾸나

과 같이 쓴 살림도
홍시같이 달게 삭여
포도같이 토실토실
호박같이 살이 지고
오이같이 순한 정이
백년해로를 하자꾸나 응
백년해로를 하자꾸나

복사같이 푸른 청춘
대추같이 주름 돋아
호두같이 굳은 맹세
잣과 같이 변치 않고
참외같이 귀여웁게
백년해로를 하자꾸나 응
백년해로를 하자꾸나

* : 염전에서 쓰는 소금 굽는 가마.

 

저 달은 하나라도

저 달은 하나라도
조선 팔도 다 보는데
요내 눈은 둘이라도
님 하나밖에 못 봅네다

 

부부타령

남남끼리 모였건만 부부같이 유정할까
이집 저집 다 다녀도 우리 집이 제일이요
이방 저방 다 다녀도 우리 방이 제일일세

아침에 보았건만 저녁에도 보고 싶고
못 오실 줄 알면서도 혹시 오나 기다리네

오리 한 쌍 얹어놓고 귀밑머리 마주 풀어
절 두 번 한 것이 그다지도 지중턴가
진자리 마른자리 애지중지 날 길러서
우리 부모 날 보낼 제 울며 불며 하였건만
가장이 제일이라 기둥같이 믿고 사네 

천자 풀이

상사하던 우리 낭군 만나 보게 하여 주오
비나이다 하늘 천 흉중의 불이 나니
두 주먹 불끈 쥐고 탕탕 두드려 따 지
약수 삼천 가렸던가 청조 새가 끊였으니 소식조차 가물 현
밤낮으로 병이 되어 골수에 깊이 드니 얼굴조차 누루 황
나며 들며 머리 들고 다만 한숨 즐겨 쉬며 바라보니 집 우
온갖 비단 펼쳐 놓고 금의나상(錦衣羅裳) 집 주
소맷자락 수품지도 품재도 마침맞다 좁도 않고 넓을 홍
단장거울 열어 놓고 팔자청산 그려 내니 다시 아니 거칠 황
진일난도 공단장의 어여 날 일
반가울사 동녘 하늘의 도두 온다 달 월
보고 싶은 내 사랑 마음에 가득 찰 영
가득한 이 정회 언제 만나 기울 책
속절없는 긴긴밤 촛불로 새울 적의 삼오재등 별 진
독수공방 곱송거리고 새우잠으로 잘 숙
오매불망하던 님 우연히 꿈에 만나 사양 말고 벌릴 렬
원앙금침 요를 훨훨 펼쳐 베풀 장
찬바람이 솰솰 분다 품 안에 들어라 찰 한
베개가 높으니 내 팔을 베어라 이리 오너라 올 래
마음이 더워지니 방 안에도 화기가 돌아 어의덧시 더울 서
이불을 헤치면서 꿈을 깨어 만져 보니 님이 어디로 갈 왕
언제 올 기약두 없이 엽락오동 가을 추
님이 손수 지은 농사 자연 추수 거둘 수
황국 단풍 다 지나니 육화 분분 겨울 동
정든 님 어서 오소 외갓 의복 감출 장
세월이 여류하니 윤색조차 불을 윤
관산 원로 바라보니 천이만이 남을 여
이 몸 펼 적 날 지더면 평생소원 이룰 성
춘하추동 다 지나니 송구영신 해 세
안해 박대 못 하나니 대동통편 법 률

* 청조 새가 끊였으니: 푸른 새가 오지 않는다. 즉 소식이 끊겼다는 말.
* 소맷자락 수품지도 품재도 마침맞다: 소맷자락 길이와 옷의 폼도 알맞춤하다.
* 팔자청산: 여인의 고운 눈썹.
* 진일난도 공단장: 긴긴해를 보내기 힘들어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
* 육화 분분: 눈이 펄펄 내린다는 말.
* 윤색: 윤달
* 원로: 산과 물이 가로막고 있는 먼 길.
* 대동통편: 대전통편. 옛날의 법률 책.

 

타박타박 타박네야

타박타박 타박네야
너 어드메 울며 가니
내 어머님 몸 둔 곳에
젖 먹으로 울며 간다

산 높아서 못 간단다
물 깊어서 못 간단다
산 높으면 기어 가고
물 깊으면 헤어 가지

범 무서워 못 간단다
귀신 있어 못 간단다
범 있으면 숨어 가고
귀신 오면 빌고 가지

아가 아가 가지 마라
은패 줄라 가지 마라
은패 싫다 갖기 싫다
내 어머님 젖만 다고

내 어머님 가신 곳은
안 가지는 못할레라
내 어머님 가신 곳은
저 산 너머 북망이라

낮이면은 해를 따라
밤이면은 달을 따라
내 어머님 무덤 앞에
허덕지덕 다다라서

잔디 뜯어 분장하고
눈물 흘려 제 지내고
목을 놓아 울어 봐도
우리 엄마 말이 없다

내 어머님 무덤 앞에
데령 참외 열렸구나
한 개 따서 맛을 보니
우리 엄마 젖 맛일세

 

자장가 6

뒤뜰에 우는 송아지
뜰 앞에 우는 비둘기
언니 등에 우리 애기
숨소리 곱게 잘도 자지
앞산 수풀 도깨비
방망이 들고 온다지
덧문 닫고 기다리지

건너 동리 다리 아래
항수물이 벌겋네
앞산 밑에 큰아기네
심은 호박이 꽃 피었네
김매는 형님 아니 오네
고운 졸음만 혼자 오네

우리 애기 잘도 잔다
뒷집 개도 잘도 잔다
앞집 개도 잘도 잔다
오동나무 가지 위에

봉황새의 잠일런가
수명 장수할 잠 자고
만고 충신 될 잠 자자

 

김상훈 엮음, 타박타박 타박네야, 보리, 2008

이 책은 우리의 고전 문학이 지닌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겨레고전문학선집시리즈 37으로,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문예 출판사가 펴낸 조선고전문학선집을 새롭게 펴낸 것이다. ‘조선고전문학선집은 저명한 북한 학자들이 모여 가요, 가사, 한시, 패설, 소설, 기행문, 민간극, 개인 문집 등을 100권으로 묶어낸 시리즈로, 고전을 연구하는 사람과 일반 대중 모두 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북한의 학자들이 쉬운 말로 풀어낸 우리의 고전 문학을 만나볼 수 있다.

엮은이 김상훈은 경상남도 거창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한문을 공부했으며,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했다. 학도병이 되기를 거부해 졸업하면서 바로 원산철도공장으로 끌려가 징용살이를 했다. 병으로 돌아온 뒤 항일 활동을 하다가 19451월에 붙잡혀서 서대문 형무소에서 징역을 살았다.
해방 뒤 조선문학가동맹에 참여하여 왕성하게 시를 써 발표했다. 1946년에는 김광현, 이병철, 박산운, 유진오들과 전위 시인집을 펴냈다.
한국 전쟁 때 종군 작가로 전선에 들어갔다가 북에 남았다. 북에서는 시를 쓰는 한편, 고전 문학을 오늘의 세대에 전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1986년에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예로부터 내려온 민간의 노래를 정리해 가요집을 엮었고, 우리 역사의 한시를 골라서 한시집을 엮었다.
아내 류희정과 이규보 작품집을 두 권으로 엮은 것이 2005년에 동명왕의 노래조물주에게 묻노라로 남에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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