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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은 하나의 사건이다. 한 권의 책에 담긴 지은이, 만든이, 읽는이의 고뇌와 정성을 기억한다.



Title묵점 기세춘 선생과 함께하는 ≪노자 강의≫기세춘2022-01-05 09:22
Writer

묵점 기세춘 선생과 함께하는 노자 강의

 

재번역운동을 기대하며

오래전부터 나는 동양고전을 읽는 젊은이들을 보면 반갑기 그지없으나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책방에 진열된 고전 번역서들이 온통 오역투성이라 민망해서이다.
특히 노자老子, 장자莊子의 번역본들은 역자마다 번역이 다르며 무슨 뜻인지조차 알 수 없다.
말도 되지 않는 글을 행여 깊은 뜻이 있겠거니 끙끙거리며 읽는 독자들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번역과 해석은 다르다. 해석과 해설이 학자마다 다른 것은 가치의 다원주의이며 민주주의의 뿌리이지만 같은 글자를 저마다 다른 뜻으로 번역하거나 심지어 반대의 뜻으로 번역하는 것은 왜곡이며 죄악이다.
한류를 수출하는 문화 국가를 표방하는 마당에 남의 번역문 베끼기가 만연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 동서양 모든 고전 번역의 오류를 바로잡는 재번역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존 번역본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이 책에서는 노자오역과 왜곡을 낱낱이 파헤쳐 고발하려 했다.
이를 위해 다른 여러 학자들의 번역문을 병기했다.
이는 나를 비롯한 모든 번역자들을 심판대에 올려놓는 일이다. 이로써 독자들 스스로 판단하여 악서를 구축하는 재번역운동에 동참하기를 기대해서다.
더구나 노자는 강령적 단문으로 되어 있으므로 반복하여 읽어야만 그 맛을 알 수 있다. 여러 학자들의 각각 다른 번역문을 함께 비교하며 읽으면 의취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은 글을 해석할 때 옛것은 옛것으로 돌리고 지금은 지금으로 돌리라고 말했다.
옛것을 견강부회하여 지금을 변호하거나 지금에 연연하여 옛것을 무함誣陷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래서 다산 선생은 옛 문헌을 널리 참고하여 경전으로 경전을 증거하는 이경증경以經証經을 해석의 원칙으로 삼았다.

나의 경전 번역은 다산 선생의 가르침을 따라 경전으로 경전을 해석하는 이른바 이경역경以經譯經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 ≪노자왜곡에 대해서는 조선의 허균許筠과 중국의 고염무顧炎武가 이미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고증학자인 고염부는 하안(何晏)과 왕필(王弼)의 죄악을 폭군 걸주桀紂보다 더 심하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오역과 왜곡은 무엇이 다른가?

오역이란 낱말의 여러 가지 뜻 중에서 글 취지에 알맞지 않은 것을 골라 번역하거나, 고대 언어를 당시의 뜻이 아니라 현재의 뜻으로 오해한 경우이거나, 문맥을 잘못 짚어 본래의 뜻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착각한 경우를 말한다.

반면 왜곡이란 모어에 원래 없던 다른 뜻을 새로이 첨가함으로써 원저자의 본래 캐릭터를 번역자가 지어낸 모습으로 완전히 바꾸어버리는 변조를 말한다.
이런 왜곡은 번역자의 소양 부족으로 원저자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번역자의 천박한 선입견에 묶여 무의식적으로 자행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정치적, 종교적 목적에서 의도적으로 자행되는 경우가 많다.
어떻든 왜곡은 본래의 캐릭터를 실종시키고 번역자의 캐릭터를 원저자의 모습으로 둔갑시킨다. 그러므로 오역은 변명할 수 있지만 왜곡은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며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왜곡과 변질을 걷어내고 민중적이고 혁명적인 본래 노자를 복원하려고 노력했다. _2007년 가을 어느 날 기세춘

1부 서론
2부 민중의 저항

3부 반체제 8장 반유가 반인의

○ ≪노자가 기록된 춘추전국시대의 지배이념은 유학의 기초인 주공周公의 주례周禮인데 노자가 그것을 의식하지 않고 쓴 글이라면 아무 가치도 없는 잡문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노자는 그러한 잡문이 아니고 반체제적인 저항 문서이며 인류사에 큰 영향을 끼친 사상서이므로 분명히 당시의 지배이념인 유학을 의식하여 쓰인 글이다.

○ ≪노자가 기록될 당시 민중은 수백 년간 전란으로 굶어 죽고 얼어 죽는 형편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런 희망을 가질 수 없었다. 하늘을 원망할 뿐이었다. 민중은 물었다.
과연 하늘은 선한 사람 편인가? 임금님은 우리를 생각이나 하는가?”
이러한 난세에 글을 쓴다는 사람이 이에 대해 무관심했다면 사상가는 고사하고 지식인이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때 노자는 하늘은 인하지 않다성인도 인하지 않다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주공이 만든 제도로 돌아가자(克己復禮)”는 공자의 말을 분명하게 반대했다.
대신 자연으로 돌아가자(無爲自然)”고 말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는 유가의 왕도와 묵가의 하느님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임금을 인자한 성인이라 떠받드는 유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특히 노자를 계승한 장자는 공자를 분명하게 반대했다. 이로 볼 때 노자가 반유가적이 아니라는 도올의 말은 거짓말이다.

4부 유토피아
5부 공동체적 인간상
6부 공동체의 도덕
7부 생명주의 22장 생명주의

노자ㆍ75

民之飢 以其上食稅之多 是以飢 民之難治 以其上之有爲 是以難治
民之輕死 以其上求生之厚 是以輕死 夫唯無以生爲者 是賢於貴生焉

백성이 굶주리는 것은 民之飢
윗사람들이 식읍과 장수가 많기 때문이다. 以其上食稅之多 是以飢
백성이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民之難治
윗사람들이 인위(人爲)를 부리기 때문이다. 以其上之有爲 是以難治

김경탁: 백성이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윗사람들이 유위를 부리기 때문이다.
김용옥: 백성이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윗사람들이 너무 꾀를 부리기 때문이다.
김형호: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윗사람이 작위함이 있기 때문이다.

백성이 죽음을 가벼이 하는 것은 民之輕死
윗사람이 후한 삶을 추구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以其上求生之厚 是以輕死
김경탁: 백성이 죽기를 가벼이 여기는 것은 윗사람이 후하게 살기를 구하기 때문이다.
김용옥: 백성이 죽음를 가벼이 여기는 것은 윗사람들이 너무 그 사는 것을 후하게 구하기 때문이다.
김형호: 백성이 죽음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위에서 살려고 하는 집착이 두텁기 때문이다.

대저 삶을 위해 인위가 없는 것이 夫唯無以生爲者
삶을 귀히 여기는 것보다 낫다. 是賢於貴生焉.

김경탁: 왜냐하면 오직 생을 귀히 여기는 것보다 현명하기 때문이다.
김용옥: 오로지 사는 것에 매달려 있지 아니하는 자가 사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자보다 슬기로운 것이다.
김형호: 살려고 작위함이 없는 것은 삶을 귀중하게 여기는 것보다 더 현명하다.

8부 형이상학
9부 인식론
10부 냉소주의 경제

기세춘 저, 노자 강의, 바이북스, 2013(개정판)

기세춘(奇世春, 1933~ )은 대한민국의 재야운동가이자 한학자이다. 본관은 행주. 호는 묵점(墨店). 1933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났다. 조선 선조 때 성균관 대사성을 역임한 기대승의 15대손이며, 조부는 의병활동을, 부친은 항일운동을 했다. 일본학교에 다니는 대신 서당에서 사서삼경 등 한학 수업을 받다가 나중에 초등학교 5학년으로 편입하였다. 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전남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했으나, 4.19혁명에 적극 가담하고, 5.16이 일어나자 입산했다. 서울시에 근무하면서 1963년 동학혁명연구회를 창립, 후진국개발론, 통일문제를 연구했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신영복 교수 등과 함께 조사를 받았으나 기소유예로 판결을 받아 옥살이를 하지 않았다. 이후 대전에서 작은 기계공장을 운영하며 사출기, 자동포장기 등을 설계, 제작하며, ‘평화통일연구회’ ‘사월혁명연구회’ ‘전북민주동우회’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국민화합운동연합등에서 사회운동을 했다. 동서양의 철학에 몰입하여 다수의 번역서, 해설서를 냈다. _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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