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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은 하나의 사건이다. 한 권의 책에 담긴 지은이, 만든이, 읽는이의 고뇌와 정성을 기억한다.



Title<春日 봄날> 외 ≪정본완역 소동파 시집 4≫ 류종목 역주2021-03-11 20:41
Writer

<春日 봄날> 정본완역 소동파 시집 4류종목 역주

 

春日 봄날  

산비둘기 어린 제비 소리 없이 적막한데
서창에 비친 해가 눈부시게 밝구나.
낮술에서 깨어나니 할 일이 하나 없어
오로지 잠으로나 맑은 봄을 즐기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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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화창한 봄날 낮술을 마시고 취했다가 깨어나서 다시 잠을 자는 무료한 심경을 노래한 것이다.

贈葛葦 갈위에게  

대나무 서가래 초가집이 반쯤 무너졌지만
기꺼이 벌집¹에다 이생을 맡기려 하네.
늘 물결이 집을 말아 가 버릴까 두려워
배에다 그대를 실어서 가고 싶네.
짧은 시는 시험 삼아 맹동야²를 흉내내고
큰 초서는 한가로이 장백양³을 임모하네.
백 년을 보내는 데 무엇이 필요하리?
귀농하지 않는다고 나를 딱히 여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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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벌집: 봉과(蜂窠). 작고 좁은 갈위의 오두막.
2) 맹동야: 동야(東野)는 만당(晩唐) 시인 맹교(孟郊)의 자(). 그의 시는 자신의 빈한한 생활을 반영하고 있지만 시풍이 세속적이지는 않다.
3) 장백영: 백영(伯英)은 한나라 서예가 장지(張芝)의 자(). 초서를 잘 써서 초성(草聖)이라고 불렀다.



郭熙畫<秋山平遠> 곽희가 그린 <추산평원도>
 
낮에도 문을 닫고 봄에도 한가한 옥당
그 안에 곽희¹가 그린 봄 산이 있는데
우는 비둘기의 젖먹이 제비가 막 잠에서 깨어나고
흰 물결 치고 푸른 산 있으니 인간 세상이 아니라네.
아득하게 짧은 화폭에 평평한 산을 펼쳐 놓고
넓디넓게 성긴 숲에 늦가을 정취를 깃들어 놓아
강남에서 손님을 전송할 적에
강 위에서 고개 돌려 구름 속 봉우리를 보는 것 같네.
살쩍이 서리 같은 이천의 늙은 은자²
누워서 가을 산을 보니 낙양이 생각나서
그대 위해 종이 끝에 행초³를 쓴 덕분에
숭산과 낙수에 가을빛이 뜬 것처럼 빛나네.
공을 따라다닌 게 하루밖에 안 된 듯한데
어느덧 푸른 산에 누런 머리가 비치는지라
나를 위해 용문산에 팔절탄을 그려 주길 바라나니
이천에 가서 산수를 사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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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곽희(郭熙): 북송 때의 화가. 도화견문지(圖畫見聞志)곽희는 하양 사람으로 산수와 추운 계절의 숲을 잘 그렸다라고 했다.
2) 이천의 늙은 은자: 이천일로(伊川佚老). 이천 즉 이수(伊水) 북쪽의 낙양(洛陽)에서 은거한 문언박(文彦博)을 가리킨다. 그는 북송 때의 유명한 서예가로 자()가 관부(寬夫), 호가 이수(伊叟)였는데 노국공(潞國公)에 봉해졌기 때문에 문로공(文潞公)이라고도 불렸다.
3) 행초(行草): 행서(行書)와 초서(草書)의 중간쯤 되는 서체.
4) 누런 머리: 황발(黃髮). 아주 장수한 노인의 흰머리가 다시 누렇게 변한 것을 가리키기도 하고 보통 노인의 머리카락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 구절은 이미 80세가 넘어서 머리카락이 노랗게 변한 문언박(1006~1097)이 청산에서 노니는 모습을 가리킬 수도 있지만, 소식(蘇軾)의 검은 머리 사이로 흰머리가 섞여 있는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보는 편이 문맥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5) 용문산(龍門山): 낙양 남쪽에 있는 산. 부근에 중국 3대 석굴의 하나인 용문석굴이 있다.
6) 팔절탄(八節灘): 낙양 부근에 있는 여울.

* 당시의 화가 곽희가 그린 <추산평원도>와 문언박이 쓴 발문을 보고 지은 것으로 낙양 일대에서 문언박과 함께 은거하고 싶어 하는 심경이 드러나고 있다.

 

杏花白鷴 살구꽃과 백한¹ 

절묘하게 자르고 깍아 누굴 위해 꾸몄나?
꽃술 껴안은 벌들이 스스로 떼를 지었네.
술잔 들고 아쉬워해도 모두 꿈일 뿐이니
한객²이 이렇게 한가로이 보는 것만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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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한(白鷴): 꿩과의 새.
2) 한객(閑客): 한가한 사람. 여기서는 백한을 가리킨다. 왕십붕(王十朋)백가주분류동파선생시(百家註分類東坡先生詩)이방은 국방으로 치사하고 거처에 다섯 가지 새를 길렀는데 모두 ()’으로 명명했으니, 백한은 한객이라고 부르고, 해오라기는 설객이라 부르고, 학은 선객이라고 부르고, 공작은 남객이라고 부르고, 앵무새는 농객이라고 불렀다.”

* 백한이 살구꽃에 앉아 꿀을 따는 벌 떼를 지켜보는 모습을 그린 애선(哀宣, 송나라 때 꽃과 나무를 잘 그린 화가)의 그림을 보고 지은 것이다.

 

蓮龜 연잎과 거북이 

반 쯤 떨어진 연송이가 이슬에 눌려 기우뚱한데
푸른 연잎 깊숙한 곳에 거북이가 돌아다닌다.
틀림없이 난초꽃 위의 물총새만이
검둥이¹가 햇빛 쬘 때 혼자 구경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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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검둥이: 현부(玄夫). 거북이를 가리킨다. 옛날에는 거북이를 현부’, ‘현의독우(玄衣督郵)’ 등으로 불렀다.

* 몹시 깊숙하여 잘 보이지 않는 연잎 사이에 거북이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그린 애선의 그림을 보고 지은 것이다.

送千乘¹千能²兩姪還鄕 고향으로 돌아가는 천승ㆍ천능 두 조카를 전송하며 

생계를 꾸리되 부유하게 되려고는 하지 않고
책을 보되 관직은 마음에 안 두나니
말하자면 취하지 않을 만큼 마시고
거나하게 기쁨이 넘치는 것과 같네.
그대 보게나 방덕공³은 흰머리가 되도록
끝끝내 진흙 속에 서리고 있었나니
어찌 자손 걱정이 없었으랴만
오히려 홀로 평안을 물려주었네.
녹문산에 성묘하러 갔다가 돌아오자
침대 밑에서 와룡과 봉추가 절을 했고
친히 농사지으며 끝내 몸을 안 일으켜
원로들 중에서 절개가 홀로 온전했네.
생각해 보니 그대들은 어릴 때 많이 어려워
빙설이 비단옷에 떨어졌는데
다섯 명의 아들이 한 사람처럼
정말 어렵게 안색을 지어 부모님을 봉양했네.
닭은 삶아 오로지 모친께만 드리고
자신들은 쟁반에 거여목을 담아 먹으며
입과 배로 남에게 누 끼칠까 두려워
차라리 자기들 식사에 간이 없게 하였네.
서쪽에서 사천 리를 달려와서는
헤진 도포 입고도 춥다 하지 않으니
잘생긴 눈썹이 우리 형님 닯은 데다
마음 역시 느긋하고 참 관대하네.
홀연히 날 버리고 떠나려 하여
이 세모에 넘치는 슬픔을 남기나니
내가 어찌 초헌 타고 면류관 쓴 사람이랴만
청운의 뜻이 먼저 사라졌다네.
그대들은 돌아가서 솔과 국화를 심고
새파란 옥석으로 그 주위를 두를 일
오리나무 그늘은 삼 년이면 완성되니
나의 갓을 벗어서 걸어도 괜찮으리.
맑은 강이 성안으로 흘러들어와
조그만 채마밭에 잔물결 일 터
초가집을 지어 놓고 함께 지내며
등에 햇살 받으면서 금란전을 얘기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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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승(千乘): 소환(蘇渙)의 아들인 소불기(蘇不欺)의 아들로 소식의 종질(從姪)이다.
2) 천능(千能): 소천승의 동생
3) 방덕공(龐德公): 방통(龐統)의 숙부. 후한 때의 애양(靉陽) 사람으로 한 번도 도시에 나가지 않고 현산(峴山)과 녹문산(鹿門山)에 은거하여 유표(劉表)가 형주(荊州)에서 불러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제갈량(諸葛亮)은 그를 찾아뵐 때마다 침상 밑에서 절을 했다.
4) 거여목: 목숙(苜蓿). 개자리. 길가에 자라는 콩과의 식물로 대개 풋거름이나 사료로 쓰인다.
5) 식사에 간이 없다: 식무간(食無肝). 간을 먹지 않는다는 말이다.  

 

歲寒之松柏 날이 추워져야 송백을 안다. 

용이 숨어 베개를 높이 베고 누워 있어도
닭은 울어 때 알리길 그만두지 않는다.
더운 기운과 서늘한 기운은 절로 바뀔 뿐이고
무성해지면 기뻐하나니 둘이 서로를 잘도 안다.
동량자재의 자질을 이미 지니고 있거늘
아녀자의 자태를 어찌 지으려 하리?
서리가 자욱한 것 어떻게 걱정하리?
해가 길어 따뜻하다 기뻐한 적도 없다.
여름 벌레에게 겨울에 대해 말해 주기도 어렵고
가을 열매의 슬픔도 영원히 없다.
그 누가 알리오 이 식물들도
하늘의 이치를 따를 줄 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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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내내 시들지 않고 푸르름을 자랑하는 소나무와 측백나무의 꿋꿋한 품성을 칭송한 것이다. 이 시는 <화황노직효진사작이수(和黃魯直效進士作二首)> 중 첫 번째 시다.

류종목 역주, 정본완역 소동파 시집 4,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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