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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은 하나의 사건이다. 한 권의 책에 담긴 지은이, 만든이, 읽는이의 고뇌와 정성을 기억한다.



Title≪생활의 발견≫ 임어당(林語堂) -“인간의 삶은 한 편의 시” 2021-01-15 19:48
Writer

생활의 발견 임어당(林語堂, 린위탕)

서문(序文)

이 책은 사상과 인생에 대한 나의 경험을 적은 나 개인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나는 객관적이라거나 어떤 변하지 않는 진리를 세우고자 의도하지는 않았다. 사실 나는 철학에 있어 객관성이라는 말을 경멸하고 있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서 내가 중요시하는 것은, 객관적인 진리보다는 세상 만물을 관찰하고 사고(思考)하는 방법이다.

이 책에 창조적인 점이라곤 없다. 여기에서 다루는 사상은 이미 옛날부터 세계의 사상가들이 몇 번이나 생각하고 발표했던 것들이다. 동양에서 가져온 것은 오래 전부터 동양에선 진부한 진리로 취급되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내 사상이다. 내 몸을 이루는 한 부분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항상 철학이라는 성역의 주위를 배회해왔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는 용기를 억을 수 있었다. 이글을 빌어 감히 얘기한다면, 자신이 느끼는 직접적인 판단에 호소하는 한 방법이 있다. 스스로 사상을 생각해서 나름대로의 판단을 거친 다음 어린이처럼 순진무구한 태도로 세상에다 이를 널리 알리는 방법이다.

1장 각성(覺醒)

정신면에서 동양과 서양의 혼혈아인 내게 있어 인간의 권위는 짐승과 구별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첫째, 사람은 장난스러운 호기심과 지식을 찾는 호기심이 있고, 둘째, 꿈과 고매한 이상주의가 있다.(때론 혼란스러우며 잘난체하는 흠이 있지만, 그런대로 봐줄 만한) 셋째, 위의 것보다 더 중요한, 사람은 유머 감각으로 자신의 꿈을 고칠 수 있고, 보다 건강한 현실주의로 이상주의를 제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짐승들처럼 기계적이고 획일적으로 환경에 대응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의 반응을 결정하고 자신의 의사로 환경을 바꾸는 능력과 자유를 가지고 있다.

중국 사람의 입장으로 말한다면 나는 문명은 인위적인 것에서 자연적인 것으로, 의식적으로 소박한 사색과 생활로 귀환하지 않는 한 완벽하다고 부를 수 없다.
또 나는 현자의 지식에서 우자(愚者)의 지혜로 이행에 가며 웃는 철학자가 되어 인생의 비극을 희극에 앞서 생각하지 않는 한 그를 현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웃기 전에 울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슬픔으로부터 각성이 나오고, 각성으로부터 철학자의 웃음이 친절함과 관용을 갖추고 생겨나는 것이다.

세상은 아주 엄숙한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너무 엄숙해서 세상에는 현명하고 즐거운 철학이 필요하다.
니체의 말로 표현하자면 중국 사람의 생활철학이야말로 유쾌한 과학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유쾌한 철학이 깊은 철학이다.
서양의 엄숙한 철학은 인생의 존재에 대해서 이해의 시작도 못하고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철학의 유일한 기능은 사업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손쉽고 유쾌하게 인생을 살아가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2장 인간관에 대하여

생물학적 견지에서 보면 인간의 삶은 한 편의 시처럼 읽을 수가 있다. 그 속에는 나름의 리듬과 박동이 있고, 성장과 노화라는 내부적 주기가 있다.
우리들은 인생의 이 아름다운 리듬을 알아야만 한다. 웅장한 교향악단의 연주를 들을 때처럼 그 주제와 일련의 갈등, 마지막 결말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맛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인생의 주기는 모두가 동일하지만, 그 내용이 되는 음악은 각자가 작곡해야 한다.
아무도 유년기ㆍ성년기ㆍ노년기를 갖춘 인생의 배열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루에는 아침ㆍ점심ㆍ저녁이 있고, 일 년엔 4계절 그대로가 좋은 것이다. 계절의 순리에 맞춰 산다면 인생에는 선도 악도 없다.

3장 인간의 동물적 유산

4장 인간적이라는 것에 대하여

5장 인생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사람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성격은 따듯하고, 걱정이 없으며, 겁이 없는 마음이다. 맹자(孟子)는 이 세 가지를 위대한 사람이 가져야 할 덕()으로 꼽는데 바로 ()ㆍ지()ㆍ용()’이 그것이다.
나는 여기서 인을 빼고 정()을 넣어 세 가지 덕으로 생각하고 싶다. 다행히 영어의 정열(Passion)이 중국어의 정()과 비슷한 뜻으로 쓰이고 있다.
만약 정이 없다면 우리는 인생을 시작할 수가 없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관대함은 철학에 의해 보호받아야 한다. 세상은 너무 가혹해서 따스함만 가지고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열이 지혜와 용기와 결합되어야 하는 것이다.

도연명(陶淵明, 타오위앤밍)은 중국이 낳은 최고의 시인이며, 중국 문화의 가장 조화로운 화신이다. 중용(中庸)의 행복한 인생의 철학을 실천한 그가 전 중국 문학을 통틀어 가장 조화 있고 원만한 특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데에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도연명의 사상에는 유교적인 긍정적 인생관이 경직되어 있지 않고, 도가적인 냉소철학관과 혼합되어 있으며 이 냉소적인 면도 너무 지나쳐서 고고한 인상을 풍기지 않는 인간적인 지혜가 들어 있다.
도연명은 특이한 중국 사람의 교양을 대표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철학자는 여성의 모든 아름다움을 잘 알지만 무례하지 않고, 인생을 아주 사랑하지만, 절제할 줄 알고, 세속적인 성공, 실패가 다 부질없음을 알아 초연하지만 그렇다고 속세를 무시하거나 적대시하지 않는 사람이다.

도연명의 인생은 그의 시()처럼 자연스럽고 꾸밈이 없다.
도연명은 은자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는 절대로 은자는 아니었다. 그가 피하고자 했던 것은 정치였지, 인생 그 자체는 아니었다.
그는 위대한 인생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생활에서도 도피를 하지 않았다. 도연명은 단지 자신의 농토와 가족에게로 돌아간 것이다. 그의 목적은 조화였지, 배반은 아니었다.

6장 인생의 향연

인생의 즐거움이란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들 자신의 즐거움, 가정생활, 나무ㆍ꽃ㆍ구름 같은 자연 시나 문학의 즐거움, 우정, 사랑 등 많지만 이 모두 정신의 교류에 의한 것이다. 이 가운데 좋은 음식이나 우정, 산책 등의 즐거움처럼 분명한 것도 있고, 예술의 즐거움처럼 잴 수 없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참된 사랑이란, 자연스러운 것으로서 대자연과 호흡하며, 건전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진정으로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은 동물이나 사람에게 가혹하게 대하지 않는다.

유물론은 오늘날까지 심각한 오해를 받아 왔다.
우리가 전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유물론에는 기쁨과 약동이 있고 건강한 감각이 있다. 참된 유물론자는 데모크리토스처럼 항상 웃는 철학자이다. 오히려 지성이 둔해져서 웃을 줄 모르게 된 상태에 이른 우리가 억지 유신론에 흥미를 느끼면서도 이기적인 물질적 생활을 하고 있다.
유물론적인 윤리학은 생물의 진정한 고통에 절대로 둔감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자선 제도처럼 사람의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하며 꺾였을 경우 좌절하거나 고통받지 않도록 애써 주는 것이다. 사람의 슬픔을 무시하는 것은 오히려 절대적인 낙천론을 가진 신을 찬미하는 찬송가를 부르며 신의 수레를 끄는 자들이다.

어떠한 인생 철학도 주어진 우리의 본능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지나치게 이상을 추구하는 철학자는 곧 자연에 의해 그 허구가 밝혀지고 만다.

7장 한가로움의 중요성

교양(敎養)이란 여가의 산물이다. 따라서 교양의 아름다움은 여유로움의 아름다음이다.
중국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는 현명한 사람을 가장 교양 있는 사람으로 평가한다.

소동파(蘇東坡)인생이란 흔적 없이 지나가는 봄날의 꿈과 같다라고 말했고, 그랬기 때문에 그는 인생을 더욱 열심히 사랑했다.
이백(李白)의 유명한 시구인 인생은 꿈과 같으니, 이렇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몇 번이나 되겠는가?’라고 읊은 곳은 춘야도리원(春夜桃李園)에서의 연회석상에서였다.

생자필멸, 즉 촛불이 꺼지듯 우리들 생명도 꺼지고 만다는 믿음은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장춘몽이라는 말은 이교도들에게 묘한 정신력을 준다. 이교도들은 송()나라 산수화처럼 안개가 끼어 물이 떨어질 듯한 모습으로 인생을 바라본다.

위대한 도학자의 한 사람인 장자는 너무 뛰어나지 말 것, 너무 유능하지 말 것, 너무 남에게 도움이 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돼지는 살이 찌면 잡힐 것이고 아름다운 새는 그 아름다움 때문에 사냥꾼의 표적이 된다.

미국 사람의 3대 악덕이라면 능률의 숭상, 정확성의 추구, 성공에 대한 욕망을 들 수 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오늘날 미국이 불행하고 신경질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사람들은 여유 있는 오후를 즐길 수가 없다.

8장 가정의 즐거움

어떤 문명이든 그 문명의 최종적 목표는 어떤 타입의 남편, 아내, 아버지. 어머니를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아주 간단한 이 점을 무시한다면 모든 문명, 즉 예술ㆍ철학ㆍ문학 등과 물질적 생활 등은 무의미한 것이 되어 버린다.

중국인의 인생관 : ‘자식이 있으니 흡족하고 관직을 떠나서 몸이 날아갈 듯하다.’

맨발의 노인이 짐을 지고 길 가는 모습을 본다면 그 정치는 이미 끝장이 난 것이다’ . - 맹자

부모에 대한 효도를 강조하는 것은 은혜에 보답한다는 정신에서 비롯된다. 친구에게 진 빛은 헤아릴 수가 있지만 부모에게 진 빛은 한도액이 없다.

인간은 누구나 늙을 것이고,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자신을 속이는 일이다. 억지로 자연에 반항하지 말고, 우아한 노년을 맞는 게 좋다.

9장 생활의 즐거움

철학이란, 일반적인 생각으로 보면 간단한 사물을 어렵게 만드는 학문 같지만, 내 생각엔 어려운 사실을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분 좋은 청담(淸談)은 정겨운 에세이와 비슷하다.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고 핏대를 올려가며 흥분을 할 수 있는 기회란 아주 친한 친구 두세 명이 모였을 때 외에는 없다.

10장 자연의 즐거움

지상의 무수한 생물들 가운데 자연에 대한 나름대로의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는 인간이랑 생물밖에 없다. 인간의 지혜는 우주에 의심을 가지고 그 비밀을 캐어 그 의의를 발견하려는 데에서 시작되었다.

소리에 대하여 : 봄에는 새 소리, 여름에는 매미 소리, 가을에는 풀벌레 소리, 겨울에는 눈 내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낮에는 바둑 두는 소리, 달빛 아래선 피리 소리, 산속에선 소나무 스쳐가는 바람 소리, 물가에는 잔잔히 물결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그러면 세상에 태어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조(張潮)유몽영(幽夢影)경구에서

11장 여행의 즐거움

옛날의 여행은 놀이였지만 요즘은 일이 되어 버렸다. 현대인들은 잘못된 여행으로 여행이 가진 예술성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잘못된 여행의 첫째는 정신향상을 위한 여행이다. 인간의 정신이 그토록 쉽게 향상될 수 있다면 클럽이나 강연회에 참가만 하면 그대로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다음 잘못된 여행의 두 번째는 나중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해 여행하는 것이다. 차로 유명한 지방에서 찻잔을 입에 대고 자신을 찍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물론 친구들에게 자랑이 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사진에 정신이 팔려 진짜 차 맛을 음미나 했을까?
이렇게 바보스런 여행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세 번째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어디에는 몇 시 도착, 몇 시 출발, 체제 중엔 어디 어디를 구경하고, 호텔은 어디 몇 시에등의 완벽한 점검으로 스케줄의 노예가 되는 것을 말한다.

여행의 참맛은 방랑의 기쁨, 유혹, 모험심의 즐김에 있다. 사실 여행이란 방랑(放浪)이다. 진정한 나그네는 목적지를 모르고 자신이 어디를 거쳐 왔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성도 이름도 모른다. 방랑자의 마음을 가져야 사람들은 휴가를 자연과 가까이하는 데에 쓸 수 있다.

12장 교양의 즐거움

교육이나 교양의 목적은 지식을 통해 견식(見識)을 기르고, 행동 가운데서 훌륭한 덕()을 쌓는 데에 있다.

13장 신()에 가까운 사람은 누구인가?

현대 과학은 기독교들에게 우주의 신비에 관해 새롭고 심오한 지식을 제공하였으며, 물질 자체는 언제나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주었다.

종교란 언제나 개인적이다. 사람은 각기 자기 나름의 종교관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일단 진지한 종교관을 가지고 있다면 나중에야 어떻든 신의와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14장 사고법

인간의 지혜란 단순히 전문화된 지식의 집합도 아니요, 통계에 의한 평균치 계산에 의해 산출되는 것도 아니다. 지혜란 오로지 경험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궤변론자들은 단순히 말하기를 즐겨 하고, 말을 주고받는 행위 그 자체를 좋아했던 사람들이었다. 말하기를 즐겨 하고 말 자체를 사랑하는 것은 인간을 무지로 떨어뜨리는 첫걸음이다.

항상 생명의 흐름에서 눈을 떼지 않고, 신기하고 이상한 모순을 발견하면 이를 캐보려는 호기심, 세상 모든 것을 처음 대하는 듯이 바라볼 수 있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갖춘 사람이 진정한 철학자이다.

임어당(林語堂, 린위탕) 지음, 전희직 옮김, 생활의 발견, 혜원, 2006

세계적인 문명 비평가인 임어당은 중국에서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기독교적인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으며, 미국과 독일에서 수학했다.
1937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작품 생활의 발견 The Importance of Living의 일관된 흐름은 자기 민족과 문화에 대한 따듯한 애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조국애와 민족애를 의심하지 않게 하면서도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는 그의 모습에서 묘하게 비가 내릴 때에도 뛰지 않고 걷는 중국 사람 특유의 여유와 유장한 철학을 느낄 수 있다.

짧은 생각으로 이 생활의 발견은 서구 문화의 반강제적 유입이 동양권에 이루어진 이후 나온 최대의 서구 문명 비판서인 것 같아 보인다. 슈펭글러의 서구의 몰락이라는 자기 반성적인 문명 비판서가 그 안에서 나오고 있음에도 주지의 사실이지만 사상ㆍ문학 등 각 분야에서 반성의 기운이 서구에서 시작했을 때에 나온 이 책은 작자 특유의 풍자와 독설로 인해 그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전희직, <임어당의 생애와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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