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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은 하나의 사건이다. 한 권의 책에 담긴 지은이, 만든이, 읽는이의 고뇌와 정성을 기억한다.



제목≪이태백 시집 ❷≫이백 -“계절은 가을이라 나뭇잎이 떨어지고”-2020-11-18 00: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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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 시집이백

來日大難 지난날엔 많이 힘들었다

지난날 이 한 몸
양식 들고 땔감 지고 갈 때,
길은 멀고 먹을 것은 다 떨어져
입은 쓰고 입술은 타들어갔는데
오늘은 취하고 배부르니
그 즐거움이 천 번의 봄보다 낫네.
신선이 내게 안부를 묻고는
나더러 배우라고 이끄니,
바다로는 삼산을 넘고
육지로는 오악을 쉬네.
용을 타고 하늘을 날며
눈으로는 두 뿔을 쳐다보는데,
내게 신선의 약을 주니
금단이 손에 가득하네.
매미 같은 존재가 은혜를 입었으니
짧은 인생이 매우 부끄럽지만,
정위새처럼 동해를 메우고자
애써 나무 한 가지를 물었네.
도는 천지에 귀중한 것이어서
헌원은 광성자를 스승으로 삼아,
천자의 자리도 매미 날개처럼 가벼이 여기고
불로장생을 추구하였으니,
저급한 선비들 크게 비웃는 소리는
파리 소리와 같을 뿐이네.

이 시는 악부시집(樂府詩集)의 상화가사相和歌辭ㆍ슬조곡瑟調曲에 실려 있다. 이 시는 인생살이가 괴로우니 신선술을 배워 장생해야 하며 이를 비웃는 자들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말하였다.

千里思 천 리의 그리움

이릉은 오랑캐 땅 모래에 파묻히고
소무는 한나라에 돌아왔는데
머나먼 오원의 관문에
북녘의 눈은 변방에서 꽃잎 날리듯 어지럽네.
한번 떠나 머나먼 나라에 떨어져서는
돌아가고파 길게 탄식만 하겠기에,
기러기가 북서쪽으로 향할 때
편지를 써 하늘가로 소식을 전하네.

이 시는 악부시집(樂府詩集)의 잡곡가사雜曲歌辭에 실려 있다. 이 시는 한나라 때 흉노족에 억류되었던 소무蘇武와 이릉李陵이 이별한 뒤에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高句麗 고구려

금꽃을 꽂은 절풍모를 쓰고
백마를 타고는 머뭇거리네.
펄럭이며 넓은 소매로 춤을 추니
마치 새가 바다 동쪽에서 날아오는 듯하네.

이 시는 악부시집(樂府詩集)의 잡곡가사雜曲歌辭에 실려 있다. 이 시는 고구려인이 등장하는 무악舞樂을 보고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국적인 풍모를 지닌 고구려인의 외형적 특징을 간단하지만 인상적으로 그려내었다.

秋思 가을 상념

봄 볕 나던 때가 어제 같으니
푸른 나무에 노란 꾀꼬리가 울었지.
어지럽게 혜초가 시들고
쏴아 쏴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네.
계절은 가을이라 나뭇잎이 떨어지고
달은 차갑고 베짱이는 슬피 우는데,
앉아서 여러 꽃이 지는 걸 근심하니
흰 이슬이 무성하던 모습을 시들게 하네.

이 시는 악부시집(樂府詩集)의 금곡가사琴曲歌辭에 실려 있는데, 엊그제 같던 봄이 지나가고 찬바람 부는 가을이 와서 느끼는 감회를 적었다. 이를 통해 지나가는 세월 속에서 공을 세우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영락해가는 이백 자신의 심사를 표현하였다.

對酒行 술을 마주하다

적송자는 금화산에 머물렀고
안기생은 봉래산에 들어갔다는데,
이들은 옛날의 신선으로
날아가서는 결국 어디에 있는가?
덧없는 삶은 번개처럼 빨라서
순식간에 광채가 변하니,
천지는 시들어 변하지 않지만
인간의 얼굴은 모습이 달라진다네.
술을 마주하고도 마시려 하지 않으니
정을 품고서 누구를 기다리려는가?

이 시는 악부시집(樂府詩集)의 상화가사相和歌辭에 실려 있다. 신선은 찾을 길이 없고 부질없는 인생은 속절없이 지나가니 술을 마시며 즐겁게 지내야겠다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扶風豪士歌 부풍의 호걸

낙양의 3월에 오랑캐 모래가 날려
낙양성 사람들 원망하며 탄식하는데,
천진교의 흐르는 물은 붉은 피로 물결치고
백골이 어지러운 삼대처럼 서로 받치고 있네.
나도 동쪽으로 도망쳐 오 땅으로 향하니
뜬구름이 사방에 가득하고 길은 머네.
동방에 해가 떠 아침 까마귀가 울 때
사람들은 성문을 열고 떨어진 꽃잎을 쓰는데,
오동나무와 버드나무가 화려한 우물을 스치는 곳
나는 부풍 호걸의 집에 와서 취하네.
부풍의 호걸은 천하의 기인이니
의기가 서로 맞으면 산도 옮길 수 있고,
사람됨이 장군의 위세에 기대지 않으니
술을 마시는데 어찌 상서와의 약속을 돌아보겠는가?
화려한 그릇에 맛있는 음식으로 여러 손님을 모이게 하니
오나라 노래와 조나라 춤 속에 향기로운 바람이 부네.
평원군, 맹상군, 춘신군, 신릉군이 육국 시대에
마음을 열고 뜻을 기울인 것은 그대도 알고 있는데,
집안에 각기 삼천여 인의 식객을 두었으나
훗날 은혜를 갚을 이가 누구인 줄 알았으리오?
긴 칼 어루만지며
눈썹을 한껏 휘날리는데,
맑은 물속의 하얀 돌은 어찌 그리 또렷한가?
내 모자 벗고
그대 향해 웃네.
그대의 술을 마시며
그대를 위해 읊조리네.
장양 같은 이 사람이 아직 적송자를 찾아 떠나지 않았으니
다리 옆의 황석공은 내 마음을 알아주리라.

부풍扶風은 지금의 섬서성 봉상현 일대이다. ‘호사豪士는 호걸이란 뜻으로 누구인지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시는 안녹산의 난을 피해 남동쪽으로 가다가 오 땅의 어느 마을에서 부풍 출신 호걸의 환대를 받고 쓴 것이다. 앞부분에서는 중원 땅에 난리가 나서 피해온 상황을 그렸고, 중간 부분에서는 부풍 호걸의 호방한 성품과 빈객을 극진하게 대접하는 인품을 칭송하였다. 뒷부분에서는 이백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 달라는 의미를 덧붙였다.

江夏行 강하

예전을 기억해보니 곱고 어린 자태에
춘심도 스스로 견뎌내면서,
지아비에게 시집가면
오래 그리워하는 마음을 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
누가 알았겠는가, 상인에게 시집가서
오히려 사람을 근심으로 괴롭힐 줄을.
부부가 된 뒤로 언제 고향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던가?
예전에 양주로 내려간다기에
황학루에서 전송하였는데,
눈은 멀어져가는 돛을 바라보았고
마음은 흘러가는 강물을 쫓았지.
단지 일 년이면 돌아온다고 했는데
세 번의 가을을 보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첩으로 하여금 애간장이 끊어지게 하니
그대를 원망하는 마음 끝이 없네.
동쪽 집이나 서쪽 집 사람들은 같은 날 떠났어도
남북으로 가고 와도 한 달을 넘지 않는데,
그대는 어느 쪽으로 갔는지도 모르겠으니
편지를 써도 전달되지 않네.
근래에 남포에 가서
서강의 배인가 묻고자 했는데,
마침 술 파는 아가씨를 보았으니
붉게 화장한 열여섯 살이었네.
마찬가지로 한 남자의 아내인데
유독 나만 슬프고 처량함이 많으니,
거울을 마주하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리고
사람을 만나면 다만 울 것 같네.
경박한 사람을 만나서
아침저녁으로 오래도록 같이 따르는 것만 못하니,
장사꾼의 아내가 되어
젊은 시절에 오래도록 헤어진 것을 후회하네.
지금이 바로 같이 즐기기에 좋은 때이지만
그대는 떠나버렸으니 내 꽃다운 얼굴을 누가 알아주리오.

이 시는 이백이 새로 창작한 악부곡으로 악부시집(樂府詩集)의 신악부사新樂府辭에 실려 있다. 이 시는 상인의 아내가 되어 남편과 헤어진 채 남편이 오기만을 항상 기다리면서 젊은 시절을 흘려보내는 여인의 한탄을 적었다.

이백 지음, 이영주ㆍ임도현ㆍ신하윤 역주, 이태백 시집 ❷≫, 學古房,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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