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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태백 시집 ❶≫이백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2020-10-20 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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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 시집

머리말 이영주

이백의 시에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시구가 많은데, 번역할 때에는 어느 한 가지 해석만을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경우 가장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여 번역에 반영하고 기타 가능한 해석은 주석에서 소개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이백의 시 중에는 진위가 불분명한 시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에 대하여 함부로 판단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일단 이백 시라고 알려진 시는 모두 역해하였다. 1072수를 수록하였으니 향후 이백 연구자나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기대된다.

 

이백의 생애와 시 세계

이백(李白)은 자가 태백(太伯)이고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이다. 그리고 별칭으로 인간세상으로 폄적 온 신선이라는 뜻인 적선(謫仙)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태백은 그의 어머니가 그를 낳기 전에 태백성이 가슴속에 들어오는 꿈을 꾼 것에 기인하였다고 한다.

이백이 살아가면서 추구한 궁극적 목적은 남다른 존재로서의 자아를 영원히 남기는 것이었다. 그는 세 가지 영역에서 이를 실현하고자 하였다.

첫째, 이백은 역사적 영웅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전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관직에 올라 조정에서 공적을 세워야 했다. 이백의 입장에서 볼 때 정치적 공명은 다만 자신의 재능을 확인받는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공명을 이룩한 뒤에 어떠한 보상도 받지 않고 관직을 그만 두고서 은일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공성신퇴(攻成身退)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핵심적인 목표였다. 하지만 그는 일생동안 정치적 공명을 이루기는커녕 자신의 정치적 자질을 인정해주는 사람조차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인생의 대부분을 공성신퇴라는 이상을 위해 노력하고 좌절하고 슬퍼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보내야 했다.

둘째, 이백은 신선술과 연단술을 추구하여 장생불사를 획득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영원히 확장시키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여러 도사들을 찾아다니며 연단술을 익히고 심지어 도록을 전수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신선술과 연단술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이백 역시 이를 인지하고는 회의를 느끼고 슬퍼하였다.

셋째, 이백은 자연 속에 은일하면서 유유자적하는 생활을 통해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생각은 그가 현실정치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과 신선술이나 연단술이 실패를 거듭한 것과 관련이 있다. 즉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 속에서 그는 위안이 필요했으며 이를 자연 속에서 얻고자 하였다. 그래서 그는 산수에서 유유자적하는 생활을 하며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였고, “나는 장차 천지를 자루에 넣어서 호탕하게 자연의 원기와 동등하게 되리라라고 호언하였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 바로 술이다. 그는 석 잔이면 큰 도에 통하고 한 말이면 자연과 합쳐진다라고 하여 실제로 음주를 통해 자연의 이치를 깨달아 세속의 모든 영욕으로부터 초월한 상태를 느꼈다. 하지만 음주는 몽환성을 가지고 있어서 현실 세계로부터 도피하게 하는 역할만을 할 뿐 실질적으로 이백을 초월적인 존재로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따라서 그는 술에 취했을 때는 인간세상을 떠난 우주적인 존재가 되었지만 술에서 깨면 다시 인간의 한계에 직면하며 슬퍼하고 외로워했다.

이백의 삶은 실패와 좌절로 점철되었으며 이백 시는 대체로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과 감정을 표현할 때 이백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기상과 상상력을 보여주었으니, 이것이 바로 이백 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우수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고풍(古風)

        古風 59首    7
客有鶴上仙 객유학상선 飛飛凌太淸 비비릉태청
揚言碧雲裏 양언벽운리 自道安期名 자도안기명
兩兩白玉童 양량백옥동 雙吹紫鸞笙 쌍취자란생
去影忽不見 거영홀불견 回風送天聲 회풍송천성
擧手遠望之 거수원망지 飄然若流星 표연약류성
願餐金光草 원찬금광초 壽與天齊傾 수여천제경


손님 중에 학을 탄 신선이 있어
훨훨 드넓은 하늘을 넘어가다가,
푸른 구름 속에서 큰 소리로 말하기를
스스로 이름이 안기생이라고 하네.
둘씩 짝지은 백옥 같은 동자가
쌍쌍이 자줏빛 난새 생을 불더니,
떠나간 그림자는 홀연 보이지 않고
회오리바람이 하늘의 소리를 전해주네.
머리를 들어 멀리 바라봄에
재빠르기가 유성과 같으니,
원컨대 나도 금광초를 먹어서
수명이 하늘과 함께 나란히 다하기를 바라네.

        古風 59首    54

倚劍登高臺 의검등고대 悠悠送春目 유유송춘목
蒼榛蔽層丘 창진폐층구 瓊草隱深谷 경초은심곡
鳳鳥鳴西海 봉조명서해 欲集無珍木 욕집무진목
鸒斯得所居 여사득소거 蒿下盈萬族 호하영만족
晉風日已頹 진풍일이퇴 窮途方慟哭 궁도방통곡

검을 차고 높은 누대에 올라
아득히 멀리 봄 경치를 바라보니,
우거진 덤불이 첩첩의 언덕을 덮어
진귀한 풀이 깊은 골짜기에 숨어 있네.
봉황이 서쪽 바다에서 울다가
내려앉으려 하나 진귀한 나무가 없는데,
큰부리까마귀가 거처할 곳을 얻으니
쑥 아래에는 온갖 새들로 가득 찼네.
완적은 진나라 기풍이 날로 쇠퇴해지자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통곡했다지.

악부(樂府)

        蜀道難촉도난     촉으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

噫吁嚱 희우희
危乎高哉 위호고재
蜀道之難 촉도지난
難於上靑天 난어상청천
蠶叢及魚鳧 잠총급어부
開國何茫然 개국하망연
爾來四萬八千歲 이래사만팔천세
不與秦塞通人烟 여진새통인연
西當太白有鳥道 서당태백유조도
可以橫絶峨眉巓 가이횡절아미전
地崩山摧壯士死 지붕산최장사사
然後天梯石棧相鉤連 연후천제석잔상구련
上有六龍廻日之高標 상유육용회일지고표
下有衝波逆折之回川 하유충파역절지회천
黃鶴之飛尙不得過 황학지비상부득과
猿猱欲度愁攀援 원노욕도수반원
靑泥何盤盤 청니하반반
百步九折縈巖巒 백보구절영암만
捫參歷井仰脅息 문삼역정앙협식
以手撫膺坐長嘆 이수무응좌장탄
問君西遊何時還 문군서유하시환
畏途巉巖不可攀 외도참암불가반
但見悲鳥號古木 단견비조호고목
雄飛雌從繞林間 웅비자종요림간
又聞子規啼夜月 우문자규제야월
愁空山 수공산
蜀道之難 촉도지난
難於上靑天 난어상청천
使人聽此凋朱顔 사인청차조주안
連峯去天不盈尺 연봉거천불영척
枯松倒挂倚絶壁 고송도괘의절벽
飛湍瀑流爭喧豗 비단폭류쟁훤회
砯崖轉石萬壑雷 빙애전석만학뢰
其險也若此 기험야약차
嗟爾遠道之人胡爲乎來哉 차이원도지인호위호래재
劍閣崢嶸而崔嵬 검각쟁영이최외
一夫當關 일부당관
萬夫莫開 만부막개
所守或匪親 소수혹비친
化爲狼與豺 화위랑여시
朝避猛虎 조피맹호
夕避長蛇 석피장사
磨牙吮血 마아연혈
殺人如麻 살인여마
錦城雖云樂 금성수운락
不如早還家 불여조환가
蜀道之難 촉도지난
難於上靑天 난어상청천
側身西望長咨嗟 측신서망장자차

아아!
가파르고 높구나.
촉으로 가는 길이 험난하여
푸른 하늘에 오르기보다 어렵네.
잠총과 어부가
나라를 세운 때가 얼마나 아득한가?
그 후로 사만 팔천 년 동안
진나라 변새와는 인적이 통하지 않았네.
서쪽에 위치한 태백산에 있는 새가 다니는 길로만
아미산 꼭대기를 가로질러 갈 수 있었는데,
땅이 무너지고 산이 꺽여 장사들이 죽자
그런 뒤에야 하늘사다리와 돌다리가 줄줄이 이어졌네.
위로는 여섯 용이 해를 돌리는 높은 산이 있고
아래로는 부닥치는 물결이 꺽여서 도는 강이 있으니,
황학이 날아도 오히려 지나갈 수 없고
원숭이가 건너려 해도 더위잡고 오를 일을 근심하네.
청니령은 어찌 그리 꼬불꼬불한가?
백 걸음에 아홉 굽이 바위산을 감도는데,
삼성(參星)을 만지고 정성(井星)을 지나면서 위를 쳐다보고는 숨을 죽이고
손으로 가슴 쓰다듬으며 앉아서 길게 탄식하네.
그대에게 묻노니 서쪽에서 노닐다 언제 돌아오려는가?
두려운 길과 가파른 바위를 도저히 오를 수 없다네.
그저 보이는 건 슬픈 새가 오래된 나무에서 울며
암수가 숲 사이를 돌며 날아다니는 것뿐이고,
또 들리는 건 두견새가 달밤에 울며
빈산을 슬퍼하는 것뿐이라네.
촉으로 가는 길이 험난하여
푸른 하늘에 오르기보다 어려우니
이 말 들은 사람은 붉은 얼굴이 시든다네.
잇닿은 봉우리는 하늘까지 한 자도 채 되지 않고
마른 소나무는 거꾸로 걸려 절벽에 기대있다네.
급한 여울과 쏟아지는 물줄기는 다투어 소리치고
물이 부딪치는 벼랑에 구르는 돌로 만 골짜기에 천둥친다네.
그 험준함이 이와 같거늘
아아 그대 먼 길을 어찌하려는가?
검각은 뾰족하게 우뚝 솟아있어
한 사람이 관문을 지키면
만 사람이 열 수가 없으니
지키는 자가 혹시라도 친한 자가 아니면
이리나 승냥이로 변한다네.
아침에는 사나운 호랑이를 피하고
저녁에는 긴 뱀을 피하나니,
이를 갈아 피를 빨고
사람을 죽인 것이 삼처럼 낭자해서라네.
금성이 비록 즐겁다 하지만
일찌감치 집에 돌아감만 못하리라.
촉으로 가는 길이 험난하여
푸른 하늘에 오르기보다 어려우니,
몸을 돌려 서쪽 바라보며 길게 탄식하네.

이백이 장안에서 이 시를 하지장(賀知章)에게 보여주자, 하지장은 거듭 찬탄하면서 하늘에서 폄적된 신선(謫仙)’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고 한다. 내용상 촉으로 가는 길의 험준함을 빼어나게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잠언(箴言)을 마음대로 구사하여 기이한 표현과 어울리기 때문에 이백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將進酒장진주    술을 드시오

君不見 군불견
黃河之水天上來 황하지수천상래 奔流到海不復回 분류도해불복회
君不見 군불견
高堂明鏡悲白髮 고당명경비백발 朝如靑絲暮成雪 조여청사모성설
人生得意須盡歡 인생득의수진환 莫使金樽空對月 막사금준공대월
天生我材必有用 천생아재필유용 千金散盡還復來 천금산진환복래
烹羊宰牛且爲樂 팽양재우차위락 會須一飮三百杯 회수일음삼백배
岑夫子丹丘生 잠부자단구생 將進酒君莫停 장진주군막정
與君歌一曲 여군가일곡 請君爲我傾耳聽 청군위아경이청
鐘鼓饌玉不足貴 종고찬옥부족귀 但願長醉不用醒 단원장취불용성
古來聖賢皆寂寞 고래성현개적막 惟有飮者留其名 유유음자유기명
陳王昔時宴平樂 진왕석시연평락 斗酒十千恣歡謔 두주십천자환학
主人何爲言少錢 주인하위언소전 徑須沽取對君酌 경수고취대군작
五花馬 오화마 千金裘 천금구
呼兒將出換美酒 호아장출환미주 與爾同銷萬古愁 여이동소만고수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바다로 치달린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을.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높은 집에서 맑은 거울을 보며 흰 머리카락을 슬퍼하니
아침엔 검푸른 실 같더니 저녁엔 흰 눈이 된 것을.
인생에서 뜻을 이루면 즐거움을 다해야 하는 법
금 술동이가 빈 채로 달을 대하게 해서는 안 되리.
하늘이 나의 재주 내려주었으니 반드시 쓸 데가 있을 터
천금의 돈을 흩뿌려 다 써 버려도 다시 돌아오리니,
양을 삶고 소를 잡아 잠시 즐기고
모름지기 한 번에 삼백 잔은 마셔야 하리.
잠부자와 단구생이여
술을 드시게, 그대들은 멈추지 마시게.
그대들에게 노래 한 곡 들려주리니
그대들은 날 위해 귀 기울여 들어주시게.
호사스런 음악과 진귀한 음식 귀할 게 없으니
다만 늘 취하기를 바라고 깨기를 바라지 않네.
예로부터 성현들은 모두 적막해졌지만
오직 술 마신 자들만이 그 이름을 남겼네.
진왕 조식은 옛날 평락관의 잔치에서
만 말의 술을 마음껏 즐겼으니,
주인이 어찌 돈이 모자란다고 말하겠는가?
응당 술을 사와 그대들과 마주하고 마셔야지.
다섯 꽃무늬와 명마와
천금의 갖옷,
아이 불러서 가지고 나가서 좋은 술로 바꿔오게 하여
그대들과 함께 만고의 근심을 녹여보리라.

        古朗月行고랑월행     옛날의 밝은 달

小時不識月 소시0식월 呼作白玉盤 호작백옥반
又疑瑤臺鏡 우의요대경 飛在靑雲端 비재청운단
仙人垂兩足 선인수양족 桂樹何團團 계수하단단
白兎擣藥成 백토도약성 問言與誰餐 문언여수찬
蟾蜍蝕圓影 섬서식원영 大明夜已殘 대명야이잔
羿昔落九烏 예석락구오 天人淸且安 천인청차안
陰精此淪惑 음정차륜혹 去去不足觀 거거부족관
憂來其如何 우래기여하 悽愴摧心肝 처창최심간

어릴 적엔 달인지 몰라
하얀 옥쟁반이라 불렀고,
또 요대의 거울이
푸른 구름 끝으로 날아왔나 생각했지.
신선이 두 발을 두리우더니
계수나무 달은 어찌 어찌 그리 둥근지.
흰 토끼가 약을 찧어 만드니
누구에게 먹여줄래?”라고 묻기도 했지.
두꺼비가 둥근 빛을 먹어 들어가니
환한 달이 밤인데도 이미 이지러졌네.
옛날에 예가 까마귀 아홉 마리를 떨어뜨려
하늘과 사람이 편안해졌다지.
달의 정령이 이제 사라져
영원히 떠나가 볼만한 게 없으니,
근심 생기는 것을 어찌하나?
처량함이 마음을 짓누르네.

        獨不見독불견    홀로 만나지 못하다

白馬誰家子 백마수가자 黃龍邊塞兒 황룡변새아
天山三丈雪 천산삼장설 豈是遠行時 기시원행시
春蕙忽秋草 춘혜홀추초 莎雞鳴曲池 사계명곡지
風催寒梭響 풍최한사향 月入霜閨悲 월입상규비
憶與君別年 억여군별년 種桃齊蛾眉 종도제아미
桃今百餘尺 도금백여척 花落成枯枝 화락성고지
終然獨不見 종연독불견 流淚空自知 유루공자지

백마 탄 이는 뉘 집 자제던가?
변새 황룡성에 수자리 서는 이가 되었네.
천산에 눈이 세 길이나 쌓였으니
어찌 먼 길 떠날 때였으랴?
봄에 핀 난초가 홀연 가을의 풀이 되어 시드니
베짱이가 굽이진 못에서 우는데,
바람은 차가운 베틀 북 소리 재촉하며 울리고
달은 서리 내린 규방에 들어와 슬프게 하네.
그대와 헤어진 때를 돌이켜보니
복숭아나무 심은 것이 눈썹에 닿았는데,
그 나무가 지금은 백여 척이나 되었으며
꽃은 떨어지고 마른 가지만 남았네.
끝내 홀로 만나지 못하여
눈물 흘리는 것은 나 혼자만 알고 있네.

이백 지음, 이영주ㆍ임도현ㆍ신하윤 역주, 이태백 시집 ❶≫, 學古房,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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