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2월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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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곤

한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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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학을 전공한 루쉰 연구자, 늘 세계의 다양한 얼굴을 언어로 담으려 고군분투한다.

[번역] 魯迅 野草 題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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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 부쳐 침묵하고 있을 때 나는 충실함을 느낀다. 입을 열려고 하면 공허함을 느낀다. 지난날의 생명은 죽었다. 나는 이 죽음을 크게 기뻐한다, 이로써 일찍이 살아 있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죽은 생명은 진즉 썩었다. 나는 이 썩음을 크게 기뻐한다, 이로써 공허하지 않았음을 알기 때문이다. 생명의 흙이 땅 위에 버려졌으나 큰키나무는 나지 않고 들풀만 났다. 이것은 나의 허물이다. 들풀은 뿌리가 깊지 않고 꽃도 잎도 아름답지 않다. 그렇지만 이슬과 물, 오래된 주검의 피와 살을 빨아들여 제각기 자신의 삶을 쟁취한다. 살아 있는 동안에도 짓밟히고 베일 것이다. 죽어서 썩을 때까지. 그러나 나는 평안하고, 기껍다. 나는 크게 웃고, 노래하리라. 나는 나의 들풀을 사랑한다. 그러나 들풀을 장식으로 삼는 이 땅을 증오한다. 땅불이 땅속에서 운행하며 치달린다. 용암이 터져 나오면 들풀과 큰키나무를 깡그리 태워 없앨 것이다. 그리하여 썩을 것도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평안하고, 기껍다. 나는 크게 웃고 노래하리라. 하늘 땅이 이렇듯 고요하니, 나는 크게 웃을 수도 노래할 수도 없다. 하늘 땅이 이렇듯 고요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니는 이 들풀 무더기를, 밝음과 어둠, 삶과 죽음, 괴거와 미래의 경계에서, 벗과 원수, 사람과 짐승, 사랑하는 이와 사랑하지 않는 사람 앞에, 증거 삼아 바치련다. 나 자신을 위해서, 벗과 원수, 사람과 짐승, 사랑하는 이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 나는, 이 들풀이 죽고 썩는 날이 불같이 닥쳐오기를 바란다. 그러지 않는다면 나는 생존한 적이 없는 것으로 될 것이며, 이는 실로 죽는 것 썩는 것보다 훨 불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거라, 들풀이여, 나의 머리말과 함께! 1927년 4월 26일 광저우 백운루에서, 루쉰  魯迅 野草 題詞  
곽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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