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자가 본 尹-安 단일화, 순풍이냐 역풍이냐

선언은 말 뿐 아니라 행동까지 포함한 행위 단일화 발표에 지지자들 배신감 표현도 이재명측, 단일화 역풍 '효과 극대화'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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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코앞에 닥친 이번 선거를 앞두고 가장 큰 변수가 발생했다. 바로 3월 3월 아침에 전격적으로 발표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선언이다. 단일화 선언 후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인 시민들로부터 실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언론에서는 단일화가 이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마지막 여론 조사를 급히 진행하고 예측을 내놓고 있고 논객들이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필자는 이 논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 특정 해석과 예측을 하기보다는 언어학적 시각에서 바깥에서 바라보면서 그 파장을 분석해 보려고 한다.

언어학에서 말하는 ‘선언’은

‘선언’은 언어학 분야에서 ‘화행'(speech act) 현상으로 이해하고 분석한다. 우리가 언어를 통해 수행하는 행위를 화행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언어로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진술문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써 특정 행위(선언, 요청, 사과, 거절, 약속, 경고 등)를 하는 수행문을 발화한다. 진술도 언어로 하는 행위이므로 진술문과 수행문 등을 통틀어서 모든 문장 발화를 화행으로 본다.

오스틴(Austin)이라는 학자는 모든 발화는 3가지 구성요소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발화행위(locutionay act)로 말하는 것 자체를 가리킨다. 두 번째는 발화수반행위(illocutionary act)로 말을 함으로써 화자가 실현하려는 의도를 말한다. 셋째는 발화효과행위(perlocutionay act)로 발화가 청자에게 끼치는 영향을 말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예를 들어 화자가 부엌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 청자에게 ”나도 배가 좀 고프네”라고 진술문을 발화하는 순간 “나도 배가 좀 고프다“는 언표내적 내용(locutionay content)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화자로서 ”나도 라면 먹고 싶다“는 언표외적 발화의 힘(illocutionary force)을 전달하며 동시에 청자에게는 ”라면 하나 더 끓여달라“는 요청으로 들리는 언향적 효과(perlocutionary effect)를 일으킨다.

이 이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선언은 일단 두 사람이 공동 화자로서 ”(후보 단일화로) 정권교체를 통해 국민통합정부를 만들겠다”라는 언표내적 내용과 “(저희의 진정성을 믿고) 단일 후보를 집중 지지해 주십시오”라는 언표외적 호소 발화를 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청자인 국민은 각자 정치 성향과 지지 후보가 다르므로 함께 전달되는 언향적 효과(perlocutionary effect)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지지자가 공감못하는 단일화 ‘선언’

단일화 발표 직후 윤석열 후보 진영과 지지자들은 ‘구국의 결단’으로 미화하는 반응을 보인 반면 이재명 진영과 지지자들은 ‘나눠먹기 야합’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퍼붓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안철수 진영과 지지자들의 반응이다. 공동 화자인 안철수 후보가 의도한 단일 후보로 양보한 윤석열 후보를 집중 지지해 달라는 호소성 요청 발화의 힘이 뜻대로 잘 전달되고 있지 않다. 안 후보의 결단에 동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지지자들도 있지만, 실망감과 배신감을 토로하며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적 소통에서도 오해와 갈등은 흔히 발생하게 마련이다. 화행 이론적 관점에서 보면 소통 상의 오해와 갈등은 화자가 의도한 언표외적 발화의 힘(illocutionary force)과 청자에게 들리는 언향적 효과(perlocutionary effect)가 일치하지 않을 때 생긴다. 이번 윤-안 단일화 선언 화행은 화자가 의도한 발화의 힘과 청자에게 미친 언향적 효과에 상당한 균열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 이런 균열이 생기게 된 것일까?

안철수 후보가 올곧은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선거 운동을 위해 함께 고생하던 캠프 참모들, 지지자들과 진지한 소통을 통해 충분한 공감과 지지를 확보하고 난 후 그것을 바탕으로 단일화에 합의 했어야 했다. 화자가 의도한 발화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청자에게 일치하는 언향적 효과를 일으킬 만큼 충분한 사전 교감과 이해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즉 단일화 선언 발화의 경우 자기 진영과 지지자들 사이의 사전 공감과 지지가 단일 후보 지지를 요청하는 발화의 전제인 것이다. 그런데 그는 전혀 전제가 성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화를 함으로써 청자로부터 상응하는 언향적 효과를 얻어내지 못한 것이다.

 

 

앞뒤가 맞지않은 언행…그 역효과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문장을 아무런 맥락 없이 건조하게 독립적으로 발화하지 않는다. 화자와 청자 간 복잡한 전후 맥락의 흐름 속에서 말을 하게 마련이다, 안철수 후보는 전격적인 합의를 하기 직전까지도 오히려 ‘끝까지 완주’를 선언하며 전날 밤 토론에서도 윤석열 후보와 날 선 대립각을 보이곤 했다. 유세 중 심지어 “윤석열 후보를 찍으면 1년 내에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질 것”이라고까지 험한 말까지 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마지막 토론이 끝나자마자 이전의 맥락 상황을 완전히 거슬러서 윤석열 후보 지지 호소 발화를 함으로써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언행으로 청자들에게 극단적인 혼란과 배신감을 야기하고 말았다. 급기야 캠프 내 최측근 인사가 “국민의당은 안 후보만을 위한, 안철수 독재 정당이라는 점을 새삼스레 느꼈으며 당원과 지지자를 배신한 부끄러운 정치”라고 반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후 당혹한 안철수 후보는 후속 대화로 자신의 진정성을 호소하며 발화의 힘을 복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지자들에게 손편지를 보내고 유튜브 방송에서 소통하는 모습으로 자기가 의도한 발화의 진정성을 복원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풍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무리 발화의 진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읍소를 한다고 해도 이미 안철수 후보가 화자로서 스스로 앞뒤가 안 맞는 언행을 보여서 청자들에게 순풍 방향으로 언향적 반향을 일으키기에는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승부처, ‘단일화’ 역풍이냐 순풍이냐 

여기서 한 가지 더 지적할 것이 있다. 단일화 선언 화행의 공동 화자는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다. 윤석열 후보는 사실 단일화 합의 전에 여론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런데 전격적으로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결행했다. 윤석열 후보와 그의 캠프에 깔린 생각은 안철수 후보 측 지지자들의 표까지 모아서 승세를 굳히려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즉각적인 결과는 안철수 후보 진영의 반발로 역풍이 불어서 의도했던 승세 굳히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윤석열 후보는 이 역풍을 순풍으로 돌려야 하는 또 큰 부담을 안게 된 듯하다.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보면 1위 지지율을 달리던 판세와 구도를 단일화 추진으로 불안정하게 만든 우를 범한 것일 수도 있다. 단일화 직후 두 사람이 힘을 합쳐서 더욱 신나게 유세에 나서고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결국 이번 선거의 최종 승부 변수는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얼마나 단일화 선언 발화의 힘의 진정성을 효과적으로 회복시켜서 자기 진영에 유리한 순풍적 언향적 효과를 일으키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반대 작용으로 이재명 후보 진영에서는 이 단일화 발화의 힘을 역풍적 언향적 효과로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임이 분명하다.

어느 진영의 발화가 자기 진영에 유리한 언향적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이번 선거의 막바지 승부는 결국 이 말싸움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더칼럼니스트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언어학을 공부했고, 언어문화의 보편성과 다양성 관련 주제들을 연구하며 언어를 통해 정치와 사회와 문화를 분석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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