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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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지금까지 있은 어떤 대선보다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호감도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돌아보면 이런 견해가 올바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하는 심사를 금하기 어렵다.

‘87체제’ 이후의 대선만 회고해 보자. 1노 3김 경쟁체제로 치러진 1987년 대선은 문자 그대로 ‘양김’의 분열과 노태우의 어부지리로 종결됐다. 하지만 박정희·전두환의 체육관 선거를 종식했다는 점에서 기억할 만한 대선이었다. 1992년 김영삼-김대중-정주영의 3자 경쟁 구도는 흥미진진했다. ‘3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진 대선의 백미는 ‘우리가 남이가?!’였다. 문민정부 탄생은 그 결과물이다.

1997년 이른바 ‘디제이피 연합’과 ‘아이엠에프 구제금융’으로 촉발된 위기 상황에서 대선이 치러졌다. 김대중의 승리로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룩한 나라가 되었다. (일본은 2009년에야 하토야마 유키오의 민주당 정권이 탄생한다). 2002년은 고졸 신화의 노무현이 보수우파의 거목 이회창을 이긴다. 정몽준의 단일화 약속 파기에 굴하지 않은 승리로 노무현은 한국 정치사를 새롭게 쓰게 한다.

2007년 대선은 결과가 나와 있었다. 국민의 관심은 오히려 이명박과 박근혜 가운데 누가 보수의 대표선수가 되느냐에 쏠려 있었다. 2012년 대선은 노무현의 서거와 이명박의 실정이 맞물려 문재인과 박근혜의 박빙 승부가 흥미로웠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의 돌출발언으로 박 후보가 승리한다. 그리고 촛불시위로 창출된 2016년 대선 공간은 싱거운 대결로 끝나 문재인이 당선되어 오늘에 이른다.

지금까지 거론된 인물들은 상당히 비중 있고 역사적인 책무를 수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20대 후보들의 면면은 다르다. 누구도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나 호응을 받지 못한다. 그들을 둘러싼 저급한 수준의 뒷얘기가 토론회까지 잠식할 정도이고 보면 중언부언이 필요 없다. 어쩌다 저리 추락하고 말았을까? 정치가들의 수준을 보면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 즉 민도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행정부인 내각과 입법부인 국회의원들의 얼굴을 보면 그 나라 국민의 지적·정신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참기 어려운 분노와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숱한 정치인들과 행정관료들이 득세하는 세상 아닌가. 더욱이 어떤 후보는 투표용지 인쇄가 끝난 다음 갑자기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태연자약하게 유권자들을 우롱해놓고도 천연덕스러운 사람의 심사는 무엇일까?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투표장에서 권리를 행사하자! 그러나 다음 선거에서는 사람 같은 사람, 배포 크고 식견도 넓고, 도덕적으로 순결하고, 능력도 있으며, 역사 인식도 투철하고, 미래기획도 튼튼하게 준비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도록 판 자체를 바꿔보자.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최소의 도리 아닐까?!

<경북매일신문> 2022년 3월 7일자 칼럼 ‘파안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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