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방역 실패가 한국 사회에 주는 교훈

[주장] 불평등 해소와 공공성 강화가 지속적인 개혁 화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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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 워싱턴 AP=연합뉴스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강타한 지 일년이 넘었다. 미국의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약 4%에 이르는데 전 세계 확진자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처참한 상황이다. 미국의 누적 사망자는 약 55만 명(1일 미국 존스홉킨스대 CSSE 집계 기준)을 넘었으며 전 세계 부동의 1위이다. 확진자가 폭증하던 지난해 11월에는 매일 1분당 1명꼴로 죽음에 이르는 비극이 일어났었다. 세계 최강 부국이자 민주주의 국가로서 세계를 이끌던 미국이 코로나 방역에서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지고 전 세계가 조롱하는 국가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의 처참한 방역 실패 뒤에는 많은 요인들이 있었지만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울 전쟁 준비 자체가 안 되어 있었다는 점이 가장 근본적인 패배 요인이다. 코로나 방역 전쟁에서 공공 의료 시스템과 인프라는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한 무기이자 전쟁 준비 태세이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기 훨씬 전에도 많은 방역 전문가들이 미국 대통령과 정부에게 미국처럼 공공 의료 시스템이 취약하고 건강 보험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러스 팬대믹 상황이 닥치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 의료 예산은 꾸준히 삭감되었고 건강 보험 개혁은 미진했다.

결과는 미국의 빈곤층들을 의료 사각 지대에 몰아넣고 수많은 사망자를 내고 말았다. 미국 사회에서 코로나 치료비가 수십만 달러에 이르는 의료 체계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치료 자체를 받을 수 없는 비참한 현실을 그대로 방치해 온 결과는 혹독하고 잔인했다. 특히 흑인과 라티노 등 가난한 소수 민족들은 직장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 건강 보험이 없는 상태에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야 하는 운명이었다. 2020년 7월에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는 와중에 1500중 1명꼴로 흑인들이 죽는 비극이 일어났고 이것은 백인의 2배 수준이었다.

미국이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돈을 핵무기와 항공모함 등에 돈을 쏟아 부어 온 반면 매년 공공 의료 예산을 깎고 그 어느 행정부에서도 국민 건강 보험 체제를 제대로 도입하지 못한 것이 이 비극의 바탕이 된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선진 부국들 중 그들의 이 개인주의에 충실한 의료 체계 속에서 대부분의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유아사망률, 당뇨병 발생률과 평균 수명 등 중요한 건강 지표에서 뒤쳐져 있었다는 사실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 경험은 돈과 능력별로 차등화된 진료를 받도록 방치하는 의료 체계가 얼마나 국민들의 전반적인 건강관리에 취약하고 코로나 사태 같은 의료 비상사태 시 얼마나 무력한 체제인지를 우리 모두에게 일깨워 주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공공 의료 인프라와 국민 건강 보험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 운용되고 있었고 우수한 의료 인력과 장비를 잘 갖추고 있었다. 꾸준한 민주 정치 발전 속에서 의료 보험, 의약 분업, 공공 의료 확충 등의 개혁이 이루어졌고 특히 노무현 정부가 사스(SARS) 방역 경험을 바탕으로 앞을 내다보고 질병 관리 본부(질본)를 설치하고 미래에 대비한 것이 결정적인 공헌이었다. 한국의 기득권 세력들이 아마추어 정권이라고 조롱하던 노무현 정권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공동체의 삶을 보전하는 데에 일등 공신 역할을 한 것이다.

또한 현 정부에 들어와서 질본(2020년 6월에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됨)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인정하고 충분한 예산 지원으로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여건과 힘을 실어준 것이 효과적인 방역 성공의 근본적인 힘의 바탕이 되었다. 코로나 방역을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보는 은유적 시각에서 해석해 보면 전쟁에서 사령관이 실력 있는 장군과 지휘관들을 임명해서 효율적인 조직과 구도 속에서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인력과 물자를 충분히 지원하고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일깨워 준다.

이번 코로나 방역 전쟁 경험은 미국처럼 개인의 자유에 기초한 자유주의적 경제체제와 자본 논리에 매몰되어 금전적 가치만 추구하는 사회가 얼마나 바이러스의 공격에 취약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인지를 절감시켜 주었다. 서구적 자유주의를 무조건적으로 숭상하던 시대는 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 국가에게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 경험은 우리에게 불평등 해소와 공공성 강화가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한국은 꾸준히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면서 이런 방향의 사회를 가꾸어 왔기에 방역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은 근본적으로는 민주주의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최근의 역사 흐름 속에서 불평등 해소와 공공성 강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 이유는 그들 사회의 오랜 적폐 즉 인종차별과 개인주의의 과도한 팽배로 인한 의료 붕괴 등 적폐 과제들을 해결하지 못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 트럼프는 오히려 적폐의 원인을 흑인 등 소수민족과 이민자 등의 탓으로 돌리고 백인우월주의를 부추기면서 “America First”라는 신기루 같은 선동으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분열과 갈등을 일으켰다.

특히 그는 작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바이러스 상황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모사꾼으로 변신하였다. 그는 재선 전략으로 실제로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봉쇄 정책이 심해질 것이라고 위협하고 경제적 부의 증진을 맹신하고 자유를 원하는 자신을 지지하는 백인우월주의 극우 세력들의 호감과 지지를 얻기 위해 계속 바이러스 경시 풍조를 살포하며 분열을 조장했다. 극단적인 분열과 혼돈 속에서 사회가 붕괴되면서 5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희생되는 비극이 일어났다. 미국 사람들은 미국 사회의 적폐를 해결할 수 있는 올곧은 지도자감을 보는 혜안이 없었고 오히려 그 적폐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모사꾼에 넘어갔던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불평등 해소와 공공성 강화가 지속적인 개혁 화두가 되어야 한다. 미국에서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된 사례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 해소와 공공성 강화를 저해하는 적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면 적폐 청산의 원인을 비본질적인 곳으로 돌리며 교묘한 정치적 술수를 쓰는 모사꾼 을 지도자로 뽑고 민주주의 발전 역사의 흐름을 거역하는 정권을 탄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정권 하에서는 불평등이 심화되고 공공성이 약화된 구조 속에서 제2의 코로나 사태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미국처럼 분열되고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언어학을 공부했고, 언어문화의 보편성과 다양성 관련 주제들을 연구하며 언어를 통해 정치와 사회와 문화를 분석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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