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회피성향으로 본 학폭 논란과 코로나 방역

언어학자가 본 한국 사회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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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성 회피성향이 집단주의 ·왕따문화로 변질
최근 학폭 논란도 서열문화·폭력적 왕따문화 무관치 않아
외부침략 많았던 역사와도 연결….이방인을 불편하게 생각해
불편함 빨리 해결하려는 ‘빨리빨리’ 문화도 같은 뿌리
‘K 방역’ 성공은 긍정적 성과…. 단점 극복하고 장점 살려나가야

최근 우리 사회에서 학폭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프로배구 선수로부터 시작된 논란이 연예계와 체육계로 확산하고 있다. 사실 학폭 문제는 현재 사건이 아니라 과거의 고질적인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사회적 주목을 받게 된 ‘현재완료진행형’ 현상이다. 미디어에서는 유명인의 과거를 들추어 폭로하는 기사를 이어갈 뿐 이 문제의 뿌리를 파헤치려는 심층 분석과 사회적 각성 담론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인의 ‘불확실성 회피 성향’

이 고질적인 병폐 현상의 기저에는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 성향’과 결합된 ‘서열 문화’와 ‘왕따 문화’가 깔려 있다. 왜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도 집단 내 서열 확립에 혈안이 되고 그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개인들을 응징하는 문화를 만들게 되었을까?

네덜란드의 문화심리학자인 Geert Hofstede 교수는 전 세계 문화를 비교문화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문화 차원 이론(cultural dimensions theory)’을 개발했다. 그가 제시한 6개의 비교 문화 지표중 한국 사람들의 잠재의식과 행태적 특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 ‘불확실성 회피(Avoiding Uncertainty)’ 지표다. 한국 사람들은 불확실하거나 불안정한 상황을 피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 이 성향은 한국 사회 특유의 집단주의와 결합해 개성이 강해서 자기 집단에 순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배척하는 소위 ‘왕따’ 문화를 만들었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며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이 섞여서 불안한 감정이 생기는 불확실함을 매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집단 성원들중 소위 튀는 생각과 행동으로 집단의 안정과 질서 확립에 위협적인 사람들을 용인하지 않는다.

튀는 개인의 준동을 사전에 차단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길이 바로 서열을 정하고 복종시키고 그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자들을 폭력으로 다스리고 위협하는 것이다. 이 지독한 서열 문화와 폭력적 왕따 현상은 한국 사회 곳곳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만연해 왔으며 최근의 학폭 논란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출처:연합뉴스

한국 사람들의 불확실성 회피 경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한국의 ‘폭탄주 문화’다. 한국 사람들은 집단주의적 음주문화에 집착하면서 유독 폭탄주 마시기를 즐긴다. 폭탄주 같은 독한 술을 빨리 마시면서 상대방이 적이 아니고 자기편임을 확인하고자 하는 욕망이 짙게 꺌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사업상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먼저 독한 폭탄주를 돌려 마시면서 서로 신뢰하는 친구 사이임을 확인하고 술기운을 빌려서 인간적인 교감을 먼저 쌓고 그것을 토대로 사업 얘기를 하곤 한다. 대조적으로 미국 사람들은 사업에 관한 모든 공식적인 일을 다 끝낸 후 계약이 성사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

왜 이토록 한국 사람들은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싫어할까? 한국 사람들이 불확실성 회피 DNA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지만, 학자들은 역사적 배경 요인을 줄곧 지적하기도 한다.

한국은 유구한 역사 동안 외부로부터 수많은 침략에 시달려 왔기에 주변에 자기와 비슷한 동네 사람이 않은 이방인들을 보게 되면 극도로 불안해하곤 했다. 이 경험이 한국 사람들의 기저 심리에 강한 영향을 주었다. 즉 그들은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나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출처:연합뉴스

창의적· 신속한 대응 가능케한 ‘빨리빨리’ 문화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한국문화의 어두운 면인 서열 문화와 왕따 문화를 잉태했지만 반전도 있다. 이 성향이 일을 처리하는 데에 있어서는 괄목할 만한 강점으로 발현된다는 점이다. 한국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태나 불확정적인 상황을 싫어하는 대신, 신속하게 해결책을 찾으려는 욕구가 강하다. 그렇기에 닥친 일을 빨리 처리하고 급한 상황에서는 창의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보이는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이 ‘빨리빨리’ 의식과 행동 문화가 이번 코로나 방역에서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 초기 4명의 확진자밖에 안 나온 상태에서 앞으로 코로나 방역 전쟁에서 효과적인 코로나 테스트가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될 것임을 간파하고 민첩하게 민관 합동으로 테스트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테스트를 대규모로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었다.

그리고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모든 계획과 준비를 신속하고도 철저히 했다. 한국은 또한 이후 전개되는 비상 전투 상황에서 특유의 빨리빨리 의식 문화의 영향으로 임기응변식 해결책을 찾는 창의성도 빛났다. 드라이브스루 검사, 선별진료소 설치, 핸드폰 추적 시스템 등의 아이디어와 그 빠른 시행을 보고 세계가 놀랐다.

한국이 방역 전쟁에서 보여 준 빨리빨리 문화의 우수성은 미국의 처참한 초기 전투 준비 실패와 현저히 대비된다. 미국은 한국과 반대로 불확실성 회피 성향 지수가 낮다. 그들은 원칙을 지키며 확실한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흐르는 것을 꺼리지 않는 경향, 즉 효율보다는 원칙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성향은 동전의 양면처럼 원칙을 지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급한 상황에서도 일처리를 늦게 하는 답답함과 안일함의 부정적인 측면도 담고 있다. 초기 대응 때 원칙과 절차를 강조하며 테스트 키트라는 무기 개발을 제때에 하지 못해서 골든타임을 놓쳤으며 그것을 개발하고도 테스트 인프라 구축이 잘 안 돼서 테스트 결과가 2주나 걸리는 지경이었다.

애초에 결함이 있는 테스트를 만든데다가 정부 내 줄다리기 관료 싸움이 있어서 지체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더구나 이후 코로나가 퍼지는 전투 상황에서 한국처럼 ‘빨리빨리’ 대응하지 못하고 병원 시설이나 인력 구축과 대응에서도 느린 대처로 폭발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져서 비극적인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나쁜무기, 착한무기…우리가 선택할 문제

이 글의 지적과 논의를 단순하게 정리하면 한국의 불확실성 회피 성향은 상황에 따라 남을 헤치는 나쁜 무기가 되기도 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선한 무기도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이지만 개인도 사회도 자기 발전을 위해서는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불확실성을 회피하는 강한 성향을 타고났으므로 대인 관계와 집단생활에서는 개인의 차이를 용인하고 포용하는 마인드를 키우는 전 사회적인 마인드 개조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며, 일상의 비즈니스에서는 물론 위기가 닥쳤을 때도 빨리빨리 문화의 강점을 더 효과적으로 살려 나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연결오피니언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언어학을 공부했고, 언어문화의 보편성과 다양성 관련 주제들을 연구하며 언어를 통해 정치와 사회와 문화를 분석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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