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베리에게 우리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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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위기로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게 더 큰 비극이다.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 중에서도 지구 환경의 위기는 더욱 그렇다. 하도 자주 듣다보니 이제는 귀에 못이 박혀 무뎌진 감각 탓에 그다지 놀라지도 않는다. ‘심각하다고들 하는데 그런가 보다’ 정도라고나 할까. 설령 문제의 수준과 깊이를 알고 있다고 해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크게 달라질 게 없다. 모르는 것과 별반 다를 바도 없다. 환경문제가 하루 이틀 시간만 허비하며 운명처럼 치부되거나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어른들이 이러할 때 불과 열여섯 살 어린 툰베리는 학교 대신 스웨덴 의사당으로 발길을 돌린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무자비한 ‘자연정복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어른들을 향해 “아이들의 미래를 훔치지 말라!”고 경고하는 소녀 앞에서 우리는 할 말이 없다. 또 “나 사는 동안이야 별 일 있겠어? 설령 대재앙이 온다 해도 어쩔 수 없지 뭐. 다 같이 겪을 일인데.”와 같은 비슷한 말을 종종 듣는다. 이는 다음 세대를 향해 지극히 분별없고 무책임한 막말 중의 막말이다. 이런 대범한(?) 어른들 때문에 어린 청소년들이 가야 할 학교를 뒤로 한 채 어른들을 일깨우고 다그치기 위해 직접 행동으로 나선 것 아닌가?

가끔 해질 무렵 풍광 좋은 마을 주변 여기저기서 봉화처럼 피어오르는 정체모를 연기를 만난다. 늦가을 고즈넉한 산골마을 주변에서 낙엽 태울 때 나는 기분 좋은 냄새가 아니다. 참을 수 없이 역겹고 매캐한 냄새가 온통 진동한다. 당장 코를 틀어막으며 달아나듯 그곳을 피하게 된다. 다는 아니겠지만 태워서는 안 될 생활 쓰레기를 태우는 모습이다. 어디 그뿐인가. 하천 제방 근처에 버려진 각종 폐기물, 차가 닿는 임도 입구 주변에 차량으로 싣고 와 투기된 듯 추정되는 온갖 쓰레기 등이 버려진 양심과 함께 곳곳에 나뒹군다.

적정한 환경 없이 우리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가 건강하게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에겐 희망이 필요해요. 하지만 희망보다 더 중요한 건 행동이에요. 행동하기 시작하면 희망은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그러니 희망을 찾아 나서기보다 먼저 행동하세요!” 작은 툰베리의 외침은 더 없이 크고 무서운 선지자의 경고음이다.

빛고을 광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도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 후손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 한 번 훼손된 자연은 복원 그 자체가 어렵다. 가정해 본다. 광주에 태봉산, 경양방죽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또 유동, 임동 일대의 유림숲이 울창하게 우리 곁에 있다면……. 흔히 듣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아쉬움을 갖고 있는 광주시민들이기에 우리가 십시일반 고통스러운 비용을 분담해서라도 공원녹지를 온전히 살려보자는 진지한 의견은 정녕 없었을까? 시간, 재원 등 여러 이유를 백 번 천 번 감안했다 하더라도 이 대목이 몹시 안타깝기만 하다 .

한편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지구촌 환경위기도 첨단 과학기술이 모두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막연한 낙관주의도 위험천만하다. 환경 관련 원탁토론에서 “환경을 위해서라면 불편한 생활도 기꺼이 감수할 용의가 있다”는 우리지역 중학교 3학년 학생의 말에 참석자 모두가 뜨겁게 호응했던 적이 있다. 또 국민신문고에 환경 정책과 관련한 국민청원을 올린 학생도 있다. 어린 학생들이 참으로 기특하고 대견스럽기만 하다.

환경 문제는 환경운동가들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일이고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소중한 책무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가까이에서는 나무를 보고 멀리서는 숲을 보는 지혜를 가졌으면 좋겠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후회하는 부끄러운 조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정도 한다 해서 크게 뭐가 달라지겠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와 같은 책임전가와 자포자기성 발언도 곤란하다. 나는 ‘이렇게 했노라’고 할 말이 있는 기성세대가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했으면 좋겠다. ‘사소함의 꾸준함이 위대한 결과를 낳는다’고 하지 않던가?

(남도일보 화요세평 20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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