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발 빨대 식 보도’의 의미 해석에 깔린 은유는?

[정보는 음료], [독서는 식사], [이해는 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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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익주 (한겨레말글연구소)

지난해 여름 대통령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날부터 임명한 날까지 한 달여 동안 언론은 조국 후보자가 장관으로서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온갖 유형의 부정적인 기사들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이러한 기사들을 보면서 10여 년 전에 보았던 ‘박연차, 노 前 대통령께 회갑 선물로 1억 원짜리 시계 두 개 선물’ ‘盧 부부가 받았다는 1억짜리 ‘피아제’ 시계’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 등의 언론 보도와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10여 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지난해에도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기사의 홍수 속에서 한 낱말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아래와 같은 표현에 들어있는 낱말인 ‘빨대’였다.

· 피의사실빨대‘ 통해 유출…‘나쁜 검찰’ 오명……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빨대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언론에 흘린 뒤 기소와 재판에 앞서 여론을 떠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했다.
·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과연 그러면 검찰에 빨대가 있어서 과거처럼 그렇게 정보가 나간 건지, 아니면 흘린 건지 이 부분은 검찰이나 언론에서 얘기를 좀 해 줘야

위의 표현에서 ‘빨대’는 검찰을 출입하는 기자들의 정보 습득 행태를 지칭한다. 실제로 오래전부터 언론계에서는 ‘빨대’를 “기관 내부의 취재원”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해 왔다고 한다. 문자 그대로 “물이나 음료를 빨아올려 마시는 데 쓰는 길고 가는 대롱”을 지칭하는 낱말인 ‘빨대’가 어떻게 “기자들에게 은밀하게 정보를 제공해 주는 기관의 내부 인물”의 의미로 사용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어떻게 ‘빨대’는 “정보원”이 되었나? [정보는 음료]

‘빨대’가 기사 작성을 위한 실마리 정보를 습득하는 중요한 원천을 가리키는 기자들의 은어라면 은유적으로 기자들이 마시는 ‘음료’는 무엇일까? 맹물일까 단물일까 쓴물일까? 주스일까 와인일까? 아니면 ‘사이다 발언’의 사이다일까? 구체적으로 무슨 종류의 음료인지는 알 수 없고 그냥 마실 수 있는 무언가라는 일반적인 수준의 음료이다. 보통 은유는 하위 수준이나 기본 수준의 개념화가 아니라 마음속 상위 수준의 개념화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빨대’는 ‘음료’ 프레임을 구성하는 역할들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빨대’라는 낱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예외 없이 ‘음료’와 관련된 모든 역할과 지식, 이미지를 떠올린다(아래 사진 참조). 예컨대 우리는 마음속으로 물이나 술, 차와 같은 ‘음료’와 이러한 음료를 담은 ‘용기(容器)’와 ‘마시는 사람’을 떠올리고 때로는 ‘음료수를 컵에 담아 제공한 사람’을 떠올린다. 또한 음료를 담고 있는 용기의 다양한 모습이나 음료를 마시는 다양한 방법을 떠올리기도 한다. 보통은 마시는 사람이 손으로 컵이나 잔과 같은 용기를 들어 입으로 가져와 음료를 마시고, 고정되어 움직일 수 없는 용기에 담긴 음료는 마시는 사람이 입을 용기로 가져가 마신다. 특히 호리병처럼 주둥이가 좁아서 입을 용기 속으로 직접 집어넣을 수 없는 경우에는 용기에 빨대를 넣어 입과 음료를 연결한 뒤 음료를 힘껏 입속으로 당겨서 마신다.

‘검찰 발 빨대 식 보도’나 ‘검찰이 빨대를 통해 혐의를 언론에 흘린 뒤’ ‘빨대로 통하는 익명의 검찰 관계자를 인용한 폭로 기사들’과 같은 표현의 의미 해석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음료’라는 개념을 통해 ‘정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인지 기제에 근거한다. 달리 말하면, 이러한 표현은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별다른 의식적인 노력이 없이 거의 반사적으로 작동하는 개념적 은유 [정보는 음료]의 언어적 발현이다. 격려의 의미를 담은 것인지 조롱의 의미를 담은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검찰에 이따금 실제로 빨대 한 묶음을 보내는 시민들의 행위는 이 은유의 비언어적 발현이 분명하다.
이 은유에 따르면, 정보는 접근하기 어려운 음료에 대응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기자는 음료를 마시는 사람에 대응하며, 검찰 수사팀은 사람들이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음료 용기(容器)에 대응하고, 수사 정보를 비밀리에 제공하는 수사팀 관계자는 빨대에 해당한다. ‘음료’ 개념을 통해 ‘정보’ 개념을 이해하는 [정보는 음료] 은유는 아래와 같은 다수의 하위적인 대응으로 구성된다.

목표영역: 정보근원영역: 음료
 
·정보·음료
·정보를 습득하는 기자·음료를 빨대로 마시는 사람
·검찰 수사팀·음료 용기(容器)
·수사팀 내부의 정보 제공자·빨대
·수사 정보는 일반인이 접근하 기 어렵다.·좁은 주둥이의 용기 속 음료에 는 접근하기 어렵다.
·수사팀 내부의 은밀한 조력자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빨대를 이용해 접근이 어려운 용기 속 음료를 마신다.
[정보는 음료] 은유

내부의 정보를 밖으로 슬쩍 전달해 주는 조직 구성원을 은유적으로 지칭하는 ‘빨대’ 부류의 표현은 단지 의사소통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장식적이고 일탈적인 언어사용의 사례가 아니라 우리의 개념 체계를 구성하는 은유의 하나인 [정보는 음료]에서 발현되는 사례이다. 이러한 표현은 홀로 유리된 것이 아니라, 상위의 은유인 [정보는 음식] 은유의 언어적 발현 사례와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컨대 ‘영양가 없는/높은 생활 정보’나 ‘설익은 정보’ ‘따끈따끈한 정보’ ‘신선한 정보’와 같은 [정보는 음식] 은유의 발현 사례와 연결되어 있다.

‘정보’만이 은유적으로 음식인가? [아이디어는 음식]

은유들 사이에는 위계적인 관계가 있으며, 더 포괄적인 은유가 더 상위의 은유이다. 예를 들어, [정보는 음료] 은유보다 [정보는 음식] 은유가 위계상 더 상위에 있고 더 포괄적이다. 따라서 ‘음료로서의 정보’는 당연히 음식이지만, 역으로 ‘음식으로서의 정보’는 반드시 액체 상태의 음료가 아니라 고체 상태의 음식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은유적으로 음식일 수 있는 것은 정보만이 아니다. 아래와 같은 표현에서 보듯이 해명이나 보도, 사상, 아이디어, 담론, 문장, 의견과 같이 의미를 전달하는 온갖 유형의 표현은 다 은유적으로 음식일 수 있다.

· ‘공공의대 시도지사 추천권’ 설익은 해명으로 혼쭐 난 복지부
· 혼란을 가중시킨 설익은 보도들이 난무해
· <격치고>를 통해 무르익은 사상을 다시 한 번 체계적으로 요약하고
· 그러나 IT는 완전하게 무르익은 아이디어를 원한다.
· 오로지 진리에 근거하여 고민하고 사색하며 곰삭은 담론을 공론장에 내놓아
· 한 문장을 쓸 때 평균 세 번 생각해서 곰삭힌 다음에 원고지에 옮겨요.
· 공론화는 시민대표가 참여해 숙성된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 의사형성의 절차를
· 작품의 의미와 철학적 배경에 대한 신선한 견해를 들으며

기본적인 의미로 사용될 때, 밑줄 친 동사 ‘설익다’는 “곡류나 과일 따위가 충분히 익지 못하다”를 뜻하고, ‘무르익다’는 “과일이나 곡식이 제대로 잘 익다”를 가리키며, 동사 ‘숙성되다’는 “(김치나 된장 따위의 발효 음식이) 식품 속의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등이 효소나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부패되지 않고 알맞게 분해되어 특유한 맛과 향기를 생성하다”를 의미하고, ‘곰삭다’는 “젓갈이 오래되어 푹 삭다”를 나타내며, 형용사 ‘신선하다’는 “(과일이나 생선 따위가) 생기가 있어 싱싱하다”를 지시한다. 하지만 위의 표현에서는 음식을 서술하거나 한정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이러한 동사와 형용사가 ‘해명’이나 ‘보도’ ‘사상’ ‘견해’ ‘담론’ ‘문장’ ‘의견’을 한정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들은 ‘제안’ ‘담론’ ‘사상’ ‘조언’ ‘정책’ ‘방안’ ‘결론’ ‘이론’ ‘책’ ‘영화’ ‘연극’ 등 의미를 담고 있는 대상을 지칭하는 아주 다양한 표현과도 결합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사용은 한국인들의 사고 과정에 아이디어를 음식으로 이해하는 체계―즉 [아이디어는 음식] 은유―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예시한다. [아이디어는 음식]이라면,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독서 활동은 당연히 음식을 먹는 행위에 해당한다. 은유적으로 말하면 [독서는 식사]이다. 이 은유 덕택에 우리는 다독하고 속독하는 사람에 대해 ‘책/문장을 게걸스레 먹는다.’라고 서술할 수 있다(아래 예문 참조).

· 그는 갈래를 가리지 않고 제 관심을 끄는 책들을 게걸스레, 꼼꼼히 읽었다. 그리고 그 책들에 대해 ‘평론’을 했다.
· 오늘, 읽다 만 『파이 이야기』를 다시 집어 들었다.…… 이 이야기의 문장들을 게걸스레 먹어치웠다.

아이디어를 음식으로 간주하고 독서를 식사로 이해하는 이 은유적 사고 체계 덕택에, 우리는 낱말이나 어구, 문장으로 구성된 언어 표현은 물론 시나 소설, 책, 영화, 음악, 그림에 이르는 다양한 창작물을 ‘맛보고’ ‘음미하고’ ‘섭취하고’ ‘곱씹고’ ‘소화하고’ 때로는 너무 많이 먹어 ‘체하고’ ‘소화불량에 걸리고’ ‘속이 답답하고 더부룩하다’고 말할 수 있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나 개념―은유적으로 음식인―을 ‘떠먹여’ 줄 수도 있다. 아래의 표현에서 언어적 표현이든 비언어적 대상(예: 그림, 음악)이든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은유적으로 [음식을 완전히 소화하는 것]에 대응한다. 달리 말하면, 이러한 표현은 [아이디어는 음식] 은유―더 정확히 말하면 [이해하는 것은 소화하는 것] 은유―의 언어적 발현이다.

· 좋아하는 주제부터 시작해서 점차 책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하면 된다.
· 쉼 없이 읽으면 체하죠.…… 독서도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해
· 정확하게는 ‘베트남 전쟁’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이 작품을 이해했고, 음미하게 되었다.
· 머릿속은 늘 무언가로 가득 차서 답답하고 더부룩했습니다. 과도한 책 섭취로 인한 만성 소화불량이었어요.
·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곱씹듯이 세세히 읽으며 내용을 완벽히 파악하고 읽기 능력을 높이는데 그 목적을 두는 활동이
·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 그 음악의 정수를 맛보다
· 허접한 문제를 냈다면…… 학생에게는 오류 정보를 사실 정보인양 떠먹이는 것이다.

[정보는 자양분] 은유 대 [정보는 유해 음식] 은유

흔히들 몸의 성장에는 음식 섭취가 필수적이고 마음의 성장에는 독서가 필수적이라고 얘기한다. 또한 몸에 좋은 음식과 몸을 해치는 음식이 있듯이, 정신 건강에 좋은 지식과 정신 건강을 해치는 지식이 있다는 말도 한다. 이러한 말의 의미 해석에는 [아이디어는 음식] 은유와 [독서는 식사] 은유, [마음은 몸] 은유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어떤 정보가 유익하고 해로운지를 판별하는 절대적인 불변의 기준은 없다. 하지만 대체로 진실이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담은 정보나 실재의 특정한 일부를 부각하거나 은폐하여 실재를 왜곡하는 정보를 건전한 사고와 판단, 추론을 방해하는 정보로 간주한다. 은유적으로 이러한 정보는 불량 음식이나 유해 음식이다.
그렇다면 ‘빨대’라 불리는 검찰 내부의 정보원에게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폭포수처럼 쏟아냈던 그 많은 언론 기사들은 유익한 음식이었을까 유해한 음식이었을까? 그러한 정보가 진실이며 사실에 부합하다고 믿고서 국민의 알 권리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에게는 건강에 유익한 음식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그러한 기사로 인해 인권 침해를 당한 사람들에게는 이른바 ‘빨대 정보’는 독성을 내포한 해로운 음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그러한 기사를 보고 분노하던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빨대 정보’가 몸에 좋은 자양분이었을까 유해한 불량 식품이었을까?

나익주
낮에는 영어 교사, 밤에는 언어학자로 살아온 두 얼굴의 사나이. ‘동고송’의 전신인 '고전을 공부하는 교사모임'의 창립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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