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하는 의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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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창궐하는 시점에 광화문 광장에 모인 정계와 종교계 인사들이 목청껏 독재를 주장한다. 진정한 독재자들과 학살자들이 권좌에 앉아 있을 때, 저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던가? 세계적인 유행병의 추상같은 위협 아래 근근이 살아가는 시민들 보란 듯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한다. 의사들은 이것을 ‘파업’이라 부른다.

파업은 사회적 약자가 노동조합 같은 조직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집단행동을 가리킨다.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의 분신과 1987년 6월의 시민항쟁 직후인 7월부터 9월까지 이어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권이 제법 신장한다. 군부독재 시기에는 생각지도 못한 노조가 만들어지고, 노동자들의 인권과 권익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높아졌다.

그러나 노동현장에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보장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국민의 정부’를 자처한 김대중 정권은 2000년 6월 3,000여 경찰을 동원하여 롯데호텔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한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파업 당시 대테러 임무를 담당하는 경찰특공대를 파업 현장에 투입하고, 다목적 발사기, 테이저건 등 대테러 장비도 사용한다. 경찰은 헬기 6대로 유독성 최루액 20만 리터를 노동자들에게 투하하기도 했다.

반면에 2000년 봄 ‘의약분업’으로 촉발된 의사들의 ‘파업’(?)에 국민의 정부는 전전긍긍으로 일관한다. 의사들은 2000년에만 최소 세 차례의 전국규모 파업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경찰의 물리력이나 폭력이 행사됐다는 기록은 없다. 국가 공권력이 사회적 약자와 정치경제적 강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본보기다. 오늘날 의약분업 체계를 부정하는 의사는 없다. 필수 불가결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료 서비스의 지역 불균형 해소, 필수의료 강화,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8월 21일부터 대학병원 전공의와 전임의가 파업을 시작했다. 의사들은 9월 7일부터 전면파업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 2000년 봄날 경북대 도서관 앞에서 마주친 의대생이 생각난다.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전단지를 내민 학생에게 나는 화를 내고 말았다.

“1980년 서울의 봄과 대구의 봄에, 1987년 6월 항쟁 때 자네 선배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나? 인의협(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을 알고 있나? 파업은 사회적 약자가 강자에게 생존권을 주장하는 거야.” 의사의 ‘파업’은 노동자들의 파업과 확연히 다르다. 노동자는 자신의 지위와 목숨을 걸고 파업하지만, 의사의 ‘파업’은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의사는 환자와 함께해야 한다. 정부의 의료정책이 성에 차지 않아도 최고 지성인답게 대화와 토론으로 해결해야 한다. <제네바 선언>에 기초한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가운데 한 문장만 인용한다. “종교나 국적, 인종이나 정치적 입장, 사회적 신분을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겠다.” 그만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오시라!

<경북매일신문>, 2020년 9월 3일자 칼럼 ‘파안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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