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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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으로 불리며 세계적인 찬사의 대상이었던 대한민국에 코로나19 대유행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8월 4일부터 17일까지 2주 동안 신규 확진자 1,126명 가운데 65%에 이르는 733명이 지역 집단감염 사례로 보고되고 있다. 그동안 해외유입 사례는 190명 17%에 불과하다. 8월 12일 서울시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20일 기준 630명이다. 대구·경북의 최근 사랑제일교회 방문자는 80명이며, 대구에 주소를 둔 시민은 33명이다. 이 가운데 서구와 달성군 주민 2명이 확진자로 드러났다. 경북도민 가운데 교회 방문자는 47명이며, 상주와 포항, 영덕 거주자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8·15 광복절 집회에 대구-경북에서는 최소 수백에서 최대 1천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져 집단 감염이 가시화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보수 기독교 단체로 알려진 일군의 교회가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어기면서까지 집단 감염을 자초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과학의 발전과 비호 없이 종교의 융성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1,348년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은 신의 징벌이라고 생각되었다. 신의 노여움을 누그러뜨리려고 유럽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방법은 유대인 학살과 마녀 사냥이었다. 1,450년부터 1,550년까지 독일에서만 10만 명의 마녀가 화형을 당한다.

신의 은총과 사랑으로 흑사병을 극복하려고 교회에 모여 기도했던 숱한 사람이 집단 감염으로 죽어 나갔고, 그 후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은 잘 알려진 바다. 과학은 자신의 이론이나 방법론이 잠정적이고 수정 가능하다고 예상하며, 완벽하거나 합당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과학에는 나만 옳다거나 나만 진리라고 주장하는 도그마가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은 관찰과 실험, 반복 검증의 결과를 토대로 잠정적인 진실을 주장한다.

종교는 예배 공간과 교리 그리고 개인의 도덕률을 전제로 성립한다. 모든 종교에는 나름의 예배 공간이 있다. 그곳은 대개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유산으로 남겨져 있다. 그런데 종교의 교리는 영원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과학과 차이를 드러낸다. 절대적인 권위를 내세우고, 이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과 귀의가 종교의 특징이다. 종교―특히 기독교―에 내재한 강력한 도그마는 과학과 확연히 구분된다. 의학과 공학은 과학의 합법적인 자식이다.

개인의 도덕률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화를 거듭했지만, 그 고갱이는 공동체와 함께한다는 것이다. 특정 종교 집단의 존립과 번영을 위해 다수 공동체가 희생을 감내하고 죽음조차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만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 이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신앙의 자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주장이 타자의 파멸과 죽음을 불러온다면 이 주장은 철회해야 마땅하다.

종교와 과학은 인간 생활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다. 과학에 기초한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을 고려하면서 이제 종교도 타자와 공존하는 법을 심도 있게 숙고해야 할 때다.

<경북매일신문>, 2020년 8월 20일자 칼럼 ‘파안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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