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그린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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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중앙산업이 지은 종암아파트를 필두로 마포, 동대문, 정동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선다. 1970-80년대에는 대구와 부산 같은 대도시에도 아파트가 보급되기 시작한다. 그 후로 아파트는 가정주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택형식으로 자리 잡는다. 아침저녁으로 들려오는 아파트 불패신화는 어언 반세기를 이어온 셈이다. 하지만 1970년 4월 8일 33명의 인명을 앗아간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는 한국 아파트 역사에 악몽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서울의 평면적인 확산을 방지하고, 자연환경 보전과 안보상의 필요로 개발제한구역정책을 도입한다. 1971년 1월 19일 이른바 ‘그린벨트’ 제도 도입으로 정부가 개발제한구역을 설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린벨트는 1971년 7월 30일 서울에서 시작되어 1977년 여천지역에 이르기까지 8차에 걸쳐 대도시, 도청소재지를 중심으로 전국 14개 도시에 설정된다.

그린벨트는 19세기부터 영국과 도이칠란트, 프랑스 등에서 법제화가 시작되어 1950년대 이후 활용된 제도다. 반면에 1956년 그린벨트 제도를 도입하려던 일본은 1965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대거 개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그린벨트가 사라지는 참상을 겪는다. ‘규제완화’라는 명분으로 일본의 개발제한구역은 오늘날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 한반도에도 진행될 조짐이 보여 우려스럽다.

지난주 언론을 달궜던 사안 가운데 하나가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 논의였다. 민주당과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거론하면서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의 아파트와 토지 가격이 급등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980년대 후반부터 지난 정부에 이르기까지 그린벨트는 야금야금 줄어들었다. 신도시 건설이니 200만 호 분양이니 하면서 숱한 아파트 건설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110%를 훌쩍 넘는다. 무주택자보다는 주택소유자가 많은 게 현실이다. 문제는 아파트를 가지고 돈을 벌려는 개인과 투기세력이 나라 곳간과 세금을 도둑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아파트를 두 채 이상 소유하는 자에게는 중과세가 마땅하다. 증여와 상속 역시 고율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정부가 최저임금 올려서 경제가 망했다고 울부짖던 자들이 종합부동산세 인상에는 활활 분노한다. 어불성설이다.

그린벨트 풀어서 공급을 충당하겠다는 청와대 정책실장의 무능과 부패와 타락을 비판해야 한다, 투기세력과 3000조의 유동자금, 1% 미만의 수신금리 때문에 아무리 많은 아파트를 건설한다 해도 수요는 충족되지 않는다. 가장 손쉬운 돈벌이가 아파트인데 누가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도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는다, 애 낳지 않는다고 손가락질해대는 기성세대는 정말로 대오 각성해야 한다.

그린벨트 풀어서 아파트 짓겠다는 발상은 젊은 세대를 담보로 기성세대가 최대한 짜내겠다는 행악질이다. 그런 참에 대통령이 나서서 그린벨트 해제 논의를 중단시킨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참에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주택정책 주무부서 수장과 정책실장 교체까지 고려했으면 한다.

<경북매일신문>, 2020년 7월 23일자 칼럼 ‘파안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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