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와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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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어언 70년 세월이 흘렀다. 오늘날 대다수 한국인은 귀동냥이나 관념으로만 6.25를 체험할 뿐이다. 4.19 시민혁명도, 5.18 광주항쟁도 60년, 40년 전의 일이니 무슨 말을 덧대겠는가. 신속한 시간의 흐름에 무연히 입을 벌릴 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하되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냉각되고 있어서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전쟁의 상흔(傷痕)을 딛고,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면서도 대한민국은 30-50클럽에 가입하는 놀라운 쾌거를 이뤄냈다. 그러나 북한의 상황은 여전히 어둡기 그지없다. 2016년부터 실행된 미국의 대북제재가 4년 이상 유지되었고, 코로나19 창궐로 인해 북한경제는 오리무중 첩첩산중이란 얘기도 들린다. 그런 와중에 중국은 북한에 쌀 60만 톤과 옥수수 20만 톤을 지원했다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끈다.

2018년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북한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9월 19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15만 군중을 상대로 대중연설을 한 것은 거대한 사변으로 기억된다. 당시 남북한 8천만 민중은 전쟁과 대립, 갈등과 알력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남북화합의 마당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2019년 6월 30일 남북과 북미 정상이 손에 손을 잡고 판문점에서 회동함으로써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염원은 현실로 현현하는 것으로 보였다.

화해 분위기로 달리던 남북관계는 미국의 대북제재 연장과 탈북자를 비롯한 일부 단체의 무분별한 대북전단 살포, 날로 가중되는 북한의 경제난 등으로 악화하게 된다. 그런 일련의 사태로 인해 오늘날 우리는 매우 엄중한 남북관계를 보고 있다. 통일부 장관의 사임에 이어 외교 안보 사령탑의 전면적인 교체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인물이 목숨 걸고 남북과 북미대화 복원을 성사시켜야 할 시점이다.

아무리 나쁜 평화도 가장 좋은 전쟁보다 낫다.

아무리 나쁜 평화도 가장 좋은 전쟁보다 낫다. 대체(代替) 불가능한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하루아침에 앗아가는 전쟁의 참화를 우리는 알고 있다. 영화 <실미도>는 1968년 울진-삼척지구 무장간첩 사건 이후 남과 북이 어떻게 갈등했는지 보여준다. 청와대를 습격하려 한 김신조 일당에 맞서 박정희는 주석궁을 급습해서 김일성의 목을 따오도록 684부대를 신설한다. 허구와 현실이 공존한다지만 이 영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한다.

이제라도 우리는 돌아보아야 한다. 갑작스레 터져 나온 위기상황의 근본적인 원인과 진행과정, 대응자세를 숙고해야 한다. 어디서부터 사태가 꼬여서 어떤 계기로 이토록 악화하였는지, 이것부터 냉정히 살펴봐야 한다. 잊어서는 안 될 것은 무조건의 평화와 대화의 원칙 확인이다. 일부 야권에서 구두선(口頭禪)처럼 주장하는 핵무장이나 무력을 통한 대북대응은 사태를 악화시킬 따름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재확인해야 한다.

남북의 갈등과 위기상황은 일본의 아베와 우익세력,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볼턴, 트럼프, 폼페이오 같은 자들이 기대하고 획책하는 최종지점임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경북매일신문>, 2020년 6월 25일자 칼럼 ‘파안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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