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라는 사이비집단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우리나라는 수많은 신령을 숭배하는 무속적 풍습이 깊게 배어 있다. 아마도 노자, 장자의 철학을 바탕으로한 도교적 영향이 아닐까한다.
중국의 한, 진 시기, 현묘하고 공허한 것을 밝히고자하는 주관정신과 자아도취, 자기기만에 빠진 자들과 장생술에 종사하여 술법에 탐닉하는 두 기류가 정신과 이성의 제약과 통제를 떠나 중국 사회에 무풍이 만연토록 하였다. 도사들은 천방백계로 정, 기, 신(精, 氣, 神)등을 단련함으로써 병들고 늙고 죽음을 막으려하고 어리석은 백성들은 귀신과 부처에게 명당자리와 풍수 좋은 곳을 구함으로서 복을 부르고 재앙을 막으며 오래 살기를 빌었다. 이러한 세속은 감각기관의 향락과 방임을 간절히 바라고, 파멸과 재앙의 두려움은 악귀를 쫓는 도술과, 미신이 활개 치게 된 이유이다.
장생불로의 약, 각종 신비술을 통해 신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인생 최고의 이상이었고 이러한 문화가 황제의 신선지술, 소녀지술, 금단지술 등을 말하는 음부경, 선단을 복용하면 장수하여 죽지 않게 되며 천지와 함께 구름을 타고 용을 몰수 있게 되며 하늘을 오르내릴 수 있게 된다는 포박자의 내용들이다. 동진의 갈홍은 노장(老莊)사상을 기초로 하여 신선사상을 도교의 중심에 놓고, 누구나 신선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도(道)는 우주의 본체로서 이를 닦으면 장수를 누릴 수 있고, 신선이 되려면 선(善)을 쌓고 행실을 바르게 가지며, 정기(精氣)를 보존하여 체내에 흐르게 하고, 목숨을 보존하기 위한 단약을 복용하며, 복식호흡을 행하고, 방중술을 실천해야 한다고 설파하였다. 도교는 이로써 사상사상(思想史上)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사상들은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깊이 배어 있다.
기공도인의 신비술, 영사, 금을 먹고 몸을 보한다는 한의학적 개념, 각양각색의 천지신명, 귀신, 풍수, 사주까지 대다수 무풍적 수법들이 바보 같은 행동들이었지만 우리의 문화 속에 너무나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사람들은 명당자리, 풍수, 집터를 중시하고 귀신과 천지신명을 향한 기복에 심취하였고 결국 과학이성의 성장이 제한되고 말았다.
“과학”이란 전문 용어는 르네 데카르트의 “진실하고 명확한 지식”이라는 말에서 변화하고 발전해온 것이다. 데카르트의 말을 좀 더 분명하게 서술하면, 자연계의 존재와 변화에 관한 모든 진실하고 명확한 지식이 바로 과학이다. 이 정의에서 진실성을 결정하는 기초는 확정성確定性이다. 따라서 확정성은 과학과 비과학의 첫 번째 판별 기준이 되었다. 확정성이 없으면 진실성에 관한 모든 토론은 의미가 없다.
이른바 “확정성”은 어떤 내용들을 포함하는 것일까?
첫째, 개념의 확정성(명확성)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개념 사이의 논리 관계에 명확성이 있어야 한다.
셋째, 과학적 진술은 보편적 진술(보편객관성)이다.
넷째, 과학은 내세운 이론의 경험적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는다.
다섯째, 경험사실에 대한 과학결론의 도달은 진실하다.(검증가능성, 반복성)
이론적인 확정성과 진실성 외에 과학 이론이 요구하는 또 다른 조건은 “단순성”이다. 이것이 바로 과학을 판단하는 여섯 번째 기준인 단순성 기준이다. 이 기준에 따라 새로 도출된 과학 개념들은 그 수가 적을수록 좋고, 개념들 간의 논리 관계가 단순할수록 더 뛰어난 것이며, 결론이 명확할수록 더 우수한 것이다.
총괄해보자면 과학은 다음과 같은 인식 노선을 따라 발전하였다.
모든 인식 중, 확정성의 인식을 확인한다.
확정성의 인식 중, 진실성의 인식을 확인한다.
진실성의 인식 중, 단순성의 인식을 확인한다.
무릇 어떠한 인식활동이 과학의 노선을 따르지 않는다면, 비(非)과학이나, 허위과학, 미신, 신비주의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
환란과 전통문화의 연장선에서 외래종교는 무속적, 기복적 속성을 더하여 한국사회에 급속히 침투하였다. 회의가 없고 지성이 없는 풍속과 기복신앙은 구원파, 신천지 등 여러 사이비 종교로 교세를 확장하여 현실 세계로 부터의 도피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노출하였다.
과학적 사고의 부재, 명확성, 확정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과학철학적 반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끊임없는 철학적 방황뿐 아니라 사이비종교의 위험에서도 결코 벗어 날 수 없을 것 같다. 오래전에 읽은 책 ‘전통과 중국인’과 과학철학에 관한 문헌을 보고 소견을 인용 정리하여 본다.
2020. 3. 13 인문연구소 동고송 이사장 유 용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