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 귓속말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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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말의 시

귀를 열어요
나팔꽃 마냥 활짝 피우세요
귓속말을 할게요

이제껏 없던 이야기
가장 기쁜 소식을 소곤댈게요
새벽 숲의 새처럼
동죽조개의 작은 혀처럼

나에게만 평생 했던 말
심장 안으로만 퍼붓던 웅변을요

무릎을 베고 누우세요
귓속의 거미줄을 거두고
씨방 속으로 가는 길을 열어요

보세요
어떤 입은 어떤 귀 안에
모든 입이 모든 귀를 붙잡고
악의는 침묵하는 고막에
욕망은 무지한 달팽이관에
죽은지 오랜 메마른 말을
펄펄 끓는 빈말을 부어 넣어
뱀들 사이의 신뢰를 만들고 있어요

귀를 열어요
설산을 내려 가는 흰코끼리처럼
굳은 주장을 지닌 소년처럼 횃불을 들고
슬픈 길을 사랑의 좁은 길을
따라 내려갈게요

가장 안쪽에
마른 귀지로 붙어 있는 그대와
공모하기 위하여

 

장석
영혼이 맑고 언어가 우아한 청년, 20대의 나이에 등단한 천재 시인. 통영에 가면 장 석 시인을 찾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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