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우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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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우 씨에게

김정희 (1-1진민우)

종우 씨!

아파트 한켠, 작은 동산에 서 있는 나무들이 허랑해 보이고 스치는 바람 한 줄기에도 소연함이 묻어오는 느낌입니다. 묵연한 눈길 닿는 곳마다 침잠된 가을이 무르녹아 있어 이제는 ‘빈 가지만으로도 아름다워야 할 때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 풍경입니다.

몇 번의 글을 받고도 답장 한번 쓰지 못했습니다. 이곳에 이사 온 후 종우씨의 존재가 얼마나 내 마음자리에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절실하게 느낍니다. 함께 있을 때 좀 더 잘할 걸 하는 후회가 앞섭니다. 사람은 부재를 통해서만 그 존재의 소중함을 느끼나 봅니다.

10년 전 꼭 이맘때였죠.경기도청에서 실시한 독후감 응모전 시상식장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었죠. 아이가 중.고등학생은 되었음직한 얼굴 모습이었는데 종우 씨를 엄마라고 부르며 따라온 아이는 다섯 살쯤 되어 보였지요.유난히 그 아이가 내 눈을 끌었던 것은 한쪽 팔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나는 생각했었죠. 늦둥이를 낳았나 보다. 그런데 하필 기형아였구나.너무 안됐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 후 종후씨와 함께 독서회 활동을 하면서 그 아이의 이름이 재철이고, 입양한 아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그때 나는 지방에서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았었죠.사정상 집을 줄여서 이사를 했어요. 나는 남편에게 수없이 많은 불평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보다 더 좁은 집에 키 큰 중학생 아이가 둘, 거기에 몸이 불편한 아이를 입양했다니……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부끄러웠습니다.나는 그때 참사랑이 무엇인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하는 건지 조금은 알 것 같았죠.내 것이 많고 부유해야만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적지만 사랑의 마음으로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소중하고 따뜻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종우 씨가 핏덩이인 재철이를 입양하여 겪었던 일들을 기록한 육아 일기를 보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유난히 잔병치레가 많았던 아이 때문에 수없이 많은 밤을 뜬눈으로 새웠다는 이야기,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아이가 왜 나는 팔이 하나밖에 없냐고 물었을 때였다는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종우 씨.

이젠 재철이도 많이 자랐겠죠. 저번에 오정희 씨의 ‘인어’를 읽고 종우 씨가 재철이에게 입양한 아이라는 걸 밝혀야 하는가, 언제쯤 이야기해야 할까 고민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재철이에게는 어떻게 이야기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야기를 했다면 재철이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요? 종우 씨가 겪고 있는 마음고생을 우리가 함께 나누어야 하는데 종우 씨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게 했습니다. 한 손으로 자전거를 타며 씩 웃고 지나던 재철이의 그 티 없이 환한 웃음이 그립습니다. 이 가을 조용히 내 자신을 응시 해보며 나도 뭔가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겉으로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늘 ‘이게 아니야, 잘못 살아가고 있어’ 하는 열패감에 시달렸습니다.

해마다 맞고 보냈을 텐데 유독 이 가을이 가슴 시리게 닿아오는 것은 내 생애에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입니다. 내 자신만, 내 가족만이 아니라 더 넓게 내 이웃에게 눈을 돌려보렵니다. 재철이가 늘 밝고 명랑하게 자라길 빌겠습니다.

동고송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인문연구원의 웹진 동고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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