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시작] 《대학(大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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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하를 바꿀 수 있다
_ 《대학(大學)》

 

치수가 안 맞으면 못을 박을 수 없다

나무나 쇠를 가지고 90도 각도로 만든 ‘ㄱ’ 모양의 자를 곱자라고 한다. 이 곱자로 재는 것을 한자로 ‘혈구(絜矩)’라고 한다. 혈구를 하는 사람은 목수다. 《대학》의 ‘혈구지도(絜矩之道)’는 목수가 곱자로 재듯 자신의 처지를 미루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뜻이다. 곱자가 나 자신이라면 곱자로 재는 나무는 타인이다. 잘못된 곱자로는 각도도 치수도 잴 수 없다. 잘못된 곱자로 재단된 나무로는 집을 지을 수 없다. 올바르지 않은 자신으로는 타인을 제대로 헤아릴 수 없다. 그 사람이 지도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비뚤어진 잣대로 사람을 재단하면 편견이 된다. 편견을 가진 사람이 사람을 다스리면 불공평이 된다. 불공평하니 공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조직은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기울어진다. 기울어지면 쓰러진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다. 결국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자 해결점은 자신이다. 누군가의 위에 있고자 한다면 자신에게 돌아가 보자. 《대학》은 요구한다. 남을 다스리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을 다스려라.

《대학》은 《중용》과 함께 《예기》에 수록되어 있던 소책자다. 이 소책자를 독립시켜 별도의 책으로 만든 사람은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 사마광(司馬光)이다. 그러나 《대학》을 결정적으로 중요한 책자로 받들게 된 것은 주희 때문이었다. 주희는 《대학》을 《논어》, 《맹자》, 《중용》과 함께 유학의 사서로 자리매김하고, 사서를 읽을 때는 《대학》부터 읽으라고 했다.

 

나와 천하를 받드는 세 개의 기둥

《대학》은 이렇게 시작된다.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으며(명명덕, 明明德), 백성을 새롭게 하는 데 있으며(친민, 親民), 지극한 선에 머무는 데(지어지선, 止於至善) 있다.”

‘대학’에는 ‘대인(군자)의 학문’이란 뜻과 ‘최고 교육 기관의 교육 이념’이라는 뜻이 함께 있다. 또한 대학은 통치자를 위한 학문이기도 하다. 《대학》의 첫 문장에 대인(군자)이 학문을 하는 목적과 최고 교육 기관에서 교육을 하는 목적이 드러나 있다. 통치자 또는 고급 관료가 일반 민중들을 다스리는 목적이 밝혀져 있다. ‘밝은 덕을 밝히는 것(명명덕)’,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친민)’, ‘지극한 선에 머무는 것(지어지선)’. 주희는 이 세 가지를 ‘《대학》의 세 강령’이라고 불렀다.

첫 번째 강령인 ‘밝은 덕을 밝히는 것’은 천하의 시작이 개인임을 보여준다. ‘밝은 덕’은 사리를 올바로 분별하고 인식할 수 있는 ‘덕’을 뜻한다. ‘명명덕’은 사람들이 본래 가지고 있는 덕을 잃지 말고 더욱더 갈고닦도록 하자는 말이다. 두 번째 강령인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은 명명덕이 사회로 확장된 단계다. 민심을 밝고 새롭게 하여 침체하거나 타락하지 않도록 하자는 말이다. 사람들은 현재에 얽매여 진보의 마음을 잃어버리기 쉽다. 따라서 통치자는 언제나 이상을 추구하여 문화 수준과 민중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 번째 강령인 ‘지극한 선에 머무는 것’에서 지극한 선이란 ‘지극히 착하고 올바르고 잘하는 경지’를 말한다. 따라서 ‘지극한 선에 머무는 것’은 사회 전체, 국가 전체가 진보하여 지극한 선에 이르고 거기에 편안히 머무는 것을 뜻한다. 다른 말로 하면 이상 국가와 이상 사회에 이르는 것이다. 이것이 통치자가 추구하는 마지막 목표이자 최고의 목표다.

 

격물치지(格物致知) 성의정심(誠意正心)

세 강령은 《대학》이 제시하는 근본이념이다. 세 강령은 수기치인(修己治人), 즉 나를 닦고 사람을 다스리자는 주장이다. 수기치인은 어떻게 가능한가? 《대학》은 그 방법을 이야기한다. “사물의 이치가 궁구된(격물, 格物) 뒤에야 앎에 이르고(치지, 致知), 앎에 이른 뒤에야 뜻이 정성스럽게 되고(성의, 誠意), 뜻이 정성스러워진 뒤에야 마음이 바르고(정심, 正心), 마음이 바른 뒤에야 자신의 덕이 닦이고(수신, 修身), 자신의 덕이 닦인 뒤에야 집안이 정돈되고(제가, 齊家), 집안이 정돈된 뒤에야 나라가 다스려지고(치국, 治國), 나라가 다스려진 뒤에야 천하가 화평하게 된다(평천하, 平天下).”

한자로 써놓은 항목을 눈여겨보자.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 주희는 이 여덟 개 항목을 ‘8조목’이라고 불렀다. 8조목이 바로 세 강령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야 할 구체적인 사항이다. 흔히 주변에서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자기 집 하나 간수하지 못하면서 무슨 일을 하냐는 얘기도 듣게 된다. 《대학》의 8조목을 인용한 사례들이다.

‘격물치지’는 사물의 참된 모습을 밝혀 명확한 지식을 얻는다는 뜻이다. 격물치지는 일종의 과학적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물에 격한다는 ‘격물’은 사물에 부딪쳐 궁극적 이치를 파악한다는 말이다. ‘성의’는 자기의식을 명확하게 한다는 말이다. 성의를 위해서는 격물치지에 의한 사물의 인식이나 지식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이성과 지혜에 의해 지탱되지 않고 감정과 기분에 치우친 자기의식은 결코 안정적일 수 없고, 결국에는 마음대로 하는 것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를 주시하면 사람들은 과장한다. 착한 척, 멋있는 척하는 이유는 누군가 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이 위선임을 안다. 군자는 다르다. 누가 보지 않아도 홀로 있어도 자신의 마음을 정성스럽게 하고 몸을 삼간다. 홀로 있어도 열 눈이 나를 바라보고 열 손가락이 나를 가리키고 있는 것처럼 삼가는 것이다. 성의하면 정심할 수 있게 된다. ‘정심’은 뜻한 바를 공정하게 한다는 말이다. 자기의식이 명확하고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자신의 목표에 집중할 수 없고 나아가 공정을 유지할 수도 없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대학》의 8조목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나의 단계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이 된다. 정심 다음은 수신이다. ‘수신’은 위엄 있는 태도를 엄정하게 하고 말과 행동을 신중하게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정심이 필요하다. 지향이 공정하지 않으면 자기 몸을 추스를 수 없다. ‘제가’는 가장으로서 가족과 친족을 통제하여 평화롭고 안락하게 한다는 말이다. 제가를 위해서는 수신이 필수적이다. 자기 자신을 추스르고 모범을 보이지 않는 가장이 어떻게 일가를 통제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 집의 개념은 지금과 다르다. 고대 중국의 가(家)는 본인의 형제, 자매, 자식, 조카, 숙부모, 피고용인 등을 포함한 대가족 혹은 분가한 대친족을 가리켰다. 우리 식으로 하면 가문에 해당된다. 가장은 인간관계의 통제 외에 가문의 재산 관리, 대외 관계 등 여러 종류의 업무를 처리해야 했으므로, 제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치우치지 않음이다. 치우치면 불공평하게 되고 불공평하면 불화가 생긴다. 형제가 재산 때문에 다투고 친척들이 서로 적대하는 것도 모두 치우침 때문이다.

편견은 자신을 망친다. 자신이 올바르지 않으니 집안을 망친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고, 나쁜 점에서 좋은 점을 찾아 북돋아주며, 나쁜 점을 고쳐 좋아지게 하는 것이 가장의 책무다. 집안을 잘 다스리면 한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 제가가 잘되면 다음에는 군주나 대신으로서 한 국가의 정치와 부딪히게 된다. 국가 정치가 잘되어 치적이 크게 오르면 마지막으로 천자나 재상으로서 천하의 통제에 임한다. 그래서 자신의 포부를 펼치고, 모든 사람이 하늘이 부여한 ‘밝은 덕’을 발휘할 수 있게 하여 태평하고 안락한 세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것이 ‘치국, 평천하’다. 평천하는 명명덕을 이루는 것이다. 《대학》은 평천하의 방법으로 앞서 언급했던 혈구지도를 든다.

평천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명명덕’이다. 명명덕이 되면 다음 단계인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으로, 그리고 마지막 목표인 ‘지극한 선에 머무는 것’으로 나아가게 된다.

 

다스리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을 다스려라

《대학》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군자는 우선 자신을 지적으로, 감정적으로 다스릴 수 있도록 학문을 연마한 후에 사람을 다스리고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 《대학》에는 개인적으로 사물의 이치를 캐고 깨닫는 기초 수준에서부터 천하를 화평하게 다스리는 최고 수준에 이르기까지 아주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단계별로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야 할 것(격물에서 수신까지)->집안 차원에서 해야 할 것(제가)->국가 차원에서 해야 할 것(치국, 평천하)’으로 발전하면서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대학》은 개인의 학문과 정치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한 개인의 변화는 집안, 사회,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인 변화를 이끈다. 내가 바뀌면 천하가 바뀐다. 그래서 《대학》이 주장하는 바는 개인의 소중함이다. 나는 천하를 바꿀 수 있는 인물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조건이 있다. 천하를 바꿀 사람이 되려면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 나는 리더가 될 수 있다. 리더의 덕목을 갖추면.

 

홍승기
인민노련 홍보부를 담당하면서 6월 항쟁을 현장에서 이끈 숨은 일꾼. 술만 사 준다면 지옥에도 함께 들어갈 천진무구한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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