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3
장석
실습실 안의 모든 풍금을 울려보고
창문을 빠져 나오면 새집이 보였다
그 안에는 작은 조약돌같은 새알
햇빛 아래서
아슬아슬한 삼층 위 좁은 창의 발코니에서
나는 위험한 전능자가 되어
깨뜨려 볼까 집에 가져갈까
지금은 덕수 디지털정보학교이고
그 주위를 나는 새의 몇몇은
그 새알의 먼 후손들이다
개미집을 허물고 개미의 똥꼬를 핥고
나무 둥치 안에서 박쥐를 끄집어 내던
나이 어린 폭군은 때로는 자비하여
새알 대신 훔친 새의 노래를
사랑하는 이에게 주곤 했는데
새의 노래를 듣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는 날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날이 오면
다시 아이가 되어
홈통을 타고 창턱을 딛고 위태롭게
작고 아름다운 것에 다가 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