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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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장석

내가 묵었던 집들은 대개
무너졌으리라
그 안에 남았던 꿈들도

내가 사랑했던 이들과
밥을 함께 먹었던 사람들도
모두 떠났으리라
작별 인사도 작은 선물도 헛된 약속도 없이

내가 걸었던 거리와 골목
숲과 해변의 길은 없어졌으리라
그 빛과 공기와 새들은 어디로 갔는가

저 신개발지의 아파트들은
넓고 멋진 창문은
단호히 반짝인다
그 시간은 지나갔다고
너는 소멸했다고

유월의 마지막 날은
홑이불도 걷어 찬 채 내 옆에 있네
고단하게 누워있네
칠월의 손을 잡지 못하네

가장 질긴 것으로 짠 그물도
강철보다 굳은 포옹도 혀로 묶은 약속도
언젠가는 이울고
생각이라는 상자 속의 먼지로
기억이라는 무덤에 껴묻거리로 있다가
훅 꺼져서 사라진다고

그러나 별을 바라보리라

밝고 빠른 빛을 타고 달려도 끝이 없고
늘 새로운 우주에서
소멸은 소멸하며
허무는 허무하다

커다란 노래 안에서
우리는 각각 한 성부를 맡고 있으니
눈을 맞추며 몸을 흔들며
입을 벌려
늘 세계의 일부로 태어나기를

그렇구나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도
별빛이 오고 가는 밤 안에서

늘 함께 있으니

 

 

 

장석
영혼이 맑고 언어가 우아한 청년, 20대의 나이에 등단한 천재 시인. 통영에 가면 장 석 시인을 찾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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