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공부모임] ‘주역’ 실전 8. 역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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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의 구성

 

이번에는 주역의 구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주역은 8괘(八卦)와 64괘, 그리고 괘사(卦辭)·효사(爻辭)·십익(十翼)으로 되어 있습니다. 누가 지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가령,
왕필(王弼)은 복희씨(伏羲氏)가 황하에서 나온 용마(龍馬)의 등에 있는 도형(圖形)을 보고 계시(啓示)를 얻어, 천문지리를 살피고 만물의 변화를 고찰하여, 처음 8괘를 만든 뒤 이를 더 발전시켜 64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 사마천(司馬遷)은 복희씨가 8괘를 만들고 문왕(文王)이 64괘와 괘사·효사를 만들었다고 하며,
마융(馬融)은 괘사는 문왕이 만들고, 효사는 주공(周公)이, 십익은 공자(孔子)가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통적인 견해일 뿐,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사람들에 의해 정리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경經과 전傳

경전(經典)이란 성경현전(聖經賢傳)의 줄임말인데, 성인의 글과 현자의 주석이란 뜻을 담고 있습니다.
경經이 원본이라면 전傳은 주석서입니다. 쉽게 말해 경이 교과서라면 전은 참고서라고나 할까요.

주역은 크게 경문經文과 전문傳文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주역의 경문은 64괘, 괘사卦辭와 효사爻辭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괘사는 하나의 괘 전체의 형태에 대해 해석한 말입니다. 역은 64괘에 의해 성립되므로 괘사도 당연히 64개입니다.
효사는 하나의 괘를 구성하는 6효의 하나하나에 대해 해석한 말입니다. 효의 수는 역의 전체로 따지면 384효(64×6)가 되므로 효사도 당연히 384개입니다. 다만 건괘와 곤괘에는 특별히 6효 전체에 대해 해석한 하나의 효사가 더 붙어 있기 때문에 효사는 전부 386(384+2)개가 됩니다.
그런데 이 ‘경’은 다시 상경上經과 하경下經으로 나뉩니다. 64괘의 순서에서 건乾괘부터 리離괘까지의 30괘를 ‘상경’, 그 다음의 함咸괘에서부터 마지막의 미제未濟괘까지의 34괘를 ‘하경’이라 합니다.

주역의 전문은 단전 상·하(2), 상전 상·하(2), 문언전(1), 계사전 상·하(2), 설괘전(1), 서괘전(1). 잡괘전(1)으로 모두 합하여 10편의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십익’이라고 합니다. 익翼은 날개라는 뜻인데, ‘사물을 돕고 지원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십익은 ‘경經을 돕고 지원하는 10편의 전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십익이 있어서 비로소 주역에 날개를 단 셈이지요.
십익 중에서도 단전과 상전, 그리고 문언전은 주역 본문에 포함되어 있고, 나머지 전들은 책 뒤에 ‘권말부록’처럼 실려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단전>에서 단彖은 단斷과 통하는 것으로 경문의 괘사를 판단, 단정한다는 뜻입니다. 64괘 각 괘마다 붙어 있습니다.
<상전>에서 상象은 본뜬다는 뜻입니다. 상전은 대상大象과 소상小象으로 되어 있는데, 대상은 각 괘의 괘사를 설명한 것이며, 소상은 각 괘의 효사를 설명한 것입니다. 역시 64괘의 각 괘마다 붙어 있습니다.
<문언전>에서 문언文言이란 말을 꾸민다는 뜻으로, 건乾괘와 곤坤괘에 대한 여러 학설을 추린 것입니다. 건괘와 곤괘에만 있는 해설입니다.
<계사전>이란 괘의 괘사와 효사를 묶어 해석한 것입니다. 내용은 아주 복잡하여, 점을 치는 방법이나 점치기와 관련된 사항들을 다루기도 하고, 일종의 세계관과 함께 역의 상징적인 성격을 추구하는 철학적인 언어도 있습니다. 즉 역을 대상으로 삼아 기술적인 면에서부터 철학적인 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범위에 걸쳐 고찰한, 말자자면 ‘역학개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계사전에 이어지는 것이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입니다. 이로써 십익이 모두 갖춰지게 됩니다.

 

아픈 기억, 천뢰무망天雷无妄 괘

노사학파, 송사 기우만의 제자인 운사 여창현(呂昌鉉, 1897~1975)이 쓴 『운사유고(雲沙遺稿)』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동한점긴(冬寒漸緊) 앙유신후섭양(仰惟愼候攝養) 앙화(迎和) 이점망오(已占妄五). 겨울 추위가 점점 심해지는데 우러러 생각하건대 어르신께선 신후(愼候;병든 몸)의 몸조리를 잘하시어 화기를 맞이하여 이미 나았으리라 여겨집니다.”

다른 것들은 조금 알겠는데 ‘점망오占妄五’의 정체가 도무지 풀리지 않았습니다.
분명 점을 친 것 같기는 한데, ‘망오’가 대체 뭘까, 난감했습니다. 점의 종류 또는 방식? 아니면 도구? 별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급기야 ‘망령되게도 점을 다섯 번 쳤다’는 상상까지 했습니다. 아이구야!
그런데 알고 보니 아뿔싸! ‘망오’는 주역의 25번째 괘인 천뢰무망(天雷无妄)괘의 5번째 효, 즉 구오(九五)의 효사였습니다. “망령되지 않은데 병이 생긴 것이니 약을 쓰지 않더라도 기쁜 일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아픈 기억이 있기에 이 괘를 택했습니다. 이 괘를 통해 주역의 경과 전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보겠습니다.

 

[괘]
25. 无妄 [건상乾上 / 뢰하雷下] 천뢰무망(天雷无妄), 진실하여 망령되지 않음
  • 25는 전체 64괘 중 25번째 괘라는 뜻이다.
  • 무망无妄은 괘의 이름이다.
  • [건상/뢰하]는 상괘가 ‘건’이고, 하괘가 ‘뢰’라는 뜻이다.
  • ‘천뢰무망’은 소위 통칭을 나타내는 것으로 괘의 명칭을 기억하는 데 편리하다.
  • ‘진실하여 망령되지 않음’은 이 괘를 관통하는 설명이다. 글쓴이가 덧붙인 것이다.

 

[괘사卦辭] 괘 전체의 형태에 대한 해석이다.

무망괘는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그 올바름이 아니면 화를 자초하는 것이고, 가는 바를 두면 이롭지 않다.

 

[단전彖傳] 괘에 대한 주석이다.

단전에서 말했다[단전]. 무망은 강한 양陽이 밖으로부터 와서 안에서 주관자가 되었으니 움직이면서 굳세다. 구오가 강한 양이면서 중의 자리에 있고 구이와 응하여 크게 형통하여 바르니, 하늘이 명한 것이다. “올바름이 아니면 화를 자초하고, 가는 바를 두면 이롭지 않다”고 했으니, 무망(无妄, 망령되지 않음)에서 벗어나면 어디로 가겠는가? 천명이 돕지 않는데 행해질 수 있겠는가!

 

[상전象傳] 괘에 대한 주석으로 이를 ‘대상大象’이라고 한다.

상전에서 말했다[상전_대상]. 하늘(乾, ☰)아래 우레(雷, ☳)가 쳐서 만물에 ‘망령되지 않음’을 부여하니, 선왕이 이것을 보고 하늘의 때를 잘 맞추어서 만물을 양육한다.

 

[효사爻辭와 소상小像] 효사는 6개의 효에 대한 하나하나의 해석이다.

초구初九. 망령되지 않음이니, 그대로 나아가면 길하다.

  • 효사. 1효의 경우 ‘초初’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1효가 양陽이므로 양을 대표하는 숫자 ‘구九’를 사용한다. 하여 ‘초구’라고 한다.

<상전>에서 말했다[상전_소상]. 망령되지 않음으로 가는 것은 뜻을 얻음이다.

  • 제1효에 대한 해설이다. 효에 대한 해설은 앞의 ‘대상’과 구별하여 ‘소상’이라고 한다.

 

육이六二. 밭을 갈지 않고서도 수확하며 1년 된 밭을 만들지 않고서도 3년 된 밭이 되니(사람이 재물을 탐하여 일을 도모하지 않아서 모든 일이 이치대로 풀려 나가 이롭게 된다), 나아갈 바를 두는 것이 이롭다.

  • 효사. 2효가 음陰이므로 음을 대표하는 숫자 ‘육六’을 사용하여 ‘육이’라고 한다.

상전에서 말했다[상전_소상]. “밭을 갈지 않고서도 수확하는 것”은 재물을 탐하는 것이 아니다.

  • 제2효에 대한 해설이다.

 

육삼六三. 망령되지 않음의 재앙이다. 혹 소를 매어 놓았더라도 길 가던 이가 얻으니 마을 사람들에게는 재앙이 된다.

  • 효사. 3효가 음이므로 음을 대표하는 숫자 ‘육’을 사용하여 ‘육삼’이라고 한다.

상전에서 말했다[상전_소상]. 길 가던 이가 소를 얻는 것은 마을 사람들의 재앙이다.

  • 제3효에 대한 해설이다.

 

구사九四. 올바름을 지킬 수 있으니, 허물이 없다.

  • 효사. 4효가 양이므로 양을 대표하는 숫자 ‘구’를 사용하여 ‘구사’라고 한다.

상전에서 말했다[상전_소상]. “올바름을 지킬 수 있으니 허물이 없음”은 굳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 제4효에 대한 해설이다.

 

구오九五. 망령되지 않은데 병이 생긴 것이니 약을 쓰지 않더라도 기쁜 일이 있다.

  • 효사. 5효가 양이므로 양을 대표하는 숫자 ‘구’를 사용하여 ‘구오’라고 한다.

상전에서 말했다[상전_소상]. 망령되 않음에 약을 쓰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 제5효에 대한 해설이다.

 

상구上九. 망령되지 않음에서 움직여 나아가면 화를 자초하고 이로울 바가 없다.

  • 효사. 6효의 경우 ‘상上’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6효가 양이므로 양을 대표하는 숫자 ‘구’를 사용하여 ‘상구’라고 한다.

상전에서 말했다[상전_소상]. 망령되지 않음에서 움직여 나아감은 극에 달하여 재앙이 되는 것이다.

  • 제6효에 대한 해설이다.

 

이렇듯 천뢰무망괘를 통해 주역이 경문(괘 자체와 명칭, 괘사, 효사)과 전문(단전, 상전-대상과 소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것밖에 없냐고요?
이건 앞서 설명했습니다. 문언전은 주역 본문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건괘와 곤괘에만 붙어 있습니다. 나머지 계사전,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은 ‘권말부록’처럼 실려 있습니다. 그래서 이 천뢰무망괘에서는 볼 수가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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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文, 人問, 人聞... 허생처럼 책읽기!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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