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공부모임] ‘주역’ 실전 7. 왜 ’50’인가?

0
1194

 

왜 ’50’인가?

 

지난 주역 공부 두 번째 시간에 ‘50’개의 서죽을 이용해 직접 점을 쳐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대략 3가지를 배웠습니다. 주역 점을 치는 원리와 방법, 서죽이 ‘50’개인 이유, 그리고 주역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주역의 경문(經文)과 전문(傳文)을 중심으로 공부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앞의 두 가지를, 다른 글을 통해 주역의 구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주역 점을 치는 원리와 방법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사부님께서 칠판에 커다랗게 쓰셨습니다. 이 21자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말씀과 함께.

분괘설륵사영(分掛揲扐四營)
사영일변삼변일효(四營一變三變一爻)
십유팔변이성괘(十有八變而成卦)

 

분괘설륵사영(分掛揲扐四營) 서죽을 나누고[分], 서죽 한 개를 뽑아 걸고[掛], 네 개씩 손으로 집어 세고[揲], 손가락 사이에 끼고[扐]. 이렇게 서죽을 나누고, 손가락에 끼우고 셈하는 등의 과정을 가리켜 사영(四營)이라고 한다.

사영일변삼변일효(四營一變三變一爻) 사영[四營]을 거치는 동안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는 서죽의 수를 합계해 하나의 수[5 또는 9]를 얻는다. 여기까지의 절차가 제1변이다. 다음은 나머지 서죽을 가지고 제1변과 같은 절차를 되풀이하여 두 번째 수[4 또는 8]를 얻게 되는데, 이를 제2변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서죽으로 다시 제1변과 같은 절차를 되풀이해 세 번째의 수[4 또는 8]를 얻게 되는데, 이를 제3변이라고 한다. 이렇게 3번의 변화[三變]를 통해 한 효[一爻]를 얻게 된다.

십유팔변이성괘(十有八變而成卦) 1효에서 6효에 이르기까지 각 효마다 3변의 절차를 거치므로 6개의 효를 완성하려면 모두 18변[十有八變]을 거듭해야 한다. 이 18변을 통해 비로소 괘가 완성[成卦]된다.

점을 치는 자세한 방법은 이전에 쓴 글(홈페이지 메뉴 ‘인문교실’ [고전공부모임] ‘주역’ 실전 6. 점을 치는 방법)에 있습니다.

 

2. 왜 ‘50’인가?

주역의 최소 단위는 음양입니다. 그런데 양 중의 양, 음 중의 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양 가운데도 음이 있고, 음 가운데도 양이 있습니다. 즉, 2의 제곱으로 4가지가 나옵니다.

이를 음양오행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음양은 하늘과 땅(2), 오행은 수화목금토(5)로서 모두 숫자 ‘7’이 되는데, 7의 제곱은 49입니다. 여기에 항상 고정되어 있는 북극성 1을 더하면 50이 됩니다.

(아, 수업 내용을 제대로 정리하고 있는 것인지…)

주역 계사전을 찾아봤습니다. 주역 계사전 9장입니다.

1)
천일지이(天一地二), 천삼지사(天三地四), 천오지육(天五地六), 천칠지팔(天七地八), 천구지십(天九地十) .
하늘의 수는 1이고 땅의 수는 2이며 하늘의 수는 3이고 땅의 수는 4이며, 하늘의 수는 5이고 땅의 수는 6이며, 하늘의 수는 7이고 땅의 수는 8이며, 하늘의 수는 9이고 땅의 수는 10이다.[그러니까 1, 3, 5, 7, 9 홀수(양)는 하늘의 수이고, 2, 4, 6, 8, 10 짝수(음)는 땅의 수입니다.]

2)
천수오(天數五), 지수오(地數五), 오위상득(五位相得), 이각유합(而各有合), 천수이십유오(天數二十有五), 지수삼십(地數三十), 범천지지수(凡天地之數), 오십유오(五十有五). 차소이성변화(此所以成變化), 이행귀신야(而行鬼神也)
하늘의 수가 다섯 가지이고 땅의 수가 다섯 가지인데, 다섯 자리가 서로 호응하여 각기 합치된다. 천수는 25이고 지수는 30이니, 모든 천지의 수는 55이다. 이런 천지의 수는 변화를 이루고 귀신을 운용하는 수단인 것이다.[하늘 수의 합(1+3+5+7+9)이 25이고, 땅 수의 합(2+4+6+8=10)은 30입니다. 여기서 천지지수 55가 나옵니다.]

3)
대연지수오십(大衍之數五十), 기용사십구(其用四十有九). 분이위이이상양(分而爲二以象兩), 괘일이상삼(掛一以象三), 설지이사이상사시(揲之以四以象四時), 귀기어륵이상윤(歸奇於扐以象閏), 오세재윤고재륵이후괘(五歲再閏, 故再扐而後掛).
대연의 수는 50이지만, 그 쓰는 것은 49이다. 그 49개의 시초를 나누어 두 부분으로 하여, 양의[천지, 하늘과 땅]과 땅을 상징한다. 하나를 걸어서 삼재[천지인]를 상징한다. 4개씩 헤아려 사계절을 상징한다. 손가락 사이에 남은 것을 되돌려 끼워서 윤달을 상징한다. 5년에 두 번 윤달이 있으므로, 두 번 손가락 사이에 끼운 다음에 걸어둔다.[여기서 50이 바로 대연지수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것이 있습니다. 천지지수가 55인건 알겠는데, 왜 대연지수가 50인지는 도통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습니다.

  • 경방 : “10일(十日) 12진(十二辰) 28팔수(二十八宿)를 합하여 모두 50이 된다.”
  • 순상 : “괘(卦)는 각각 6효(六爻)가 있고, 육·팔 사십팔에 건곤(乾坤) 이용(二用)이 합쳐져서 50이 된다.”[건괘와 곤괘에는 6개의 효 이외에 용구用九, 용육用六이라는 효가 한 개 더 있습니다.]
  • 마융 : “태극[북극성](1), 음양(2), 해와 달(2), 사시(四時)(4), 오행(5), 12개월(12), 24절기(24)를 합하여 모두 50이 된다.”
  • 정현 : “대연지수 50=천지지수(55)-오행(5)”
  • 주희 : 하락(河洛, 하도낙서)의 중수(中數)인 5를 ‘수의 조종(祖宗)’이라 하여 대연지수의 근본을 여기에 두고 있다. 그에 의하면 대연지수의 50은 하락의 중수인 5를 수의 극(極)인 10으로 곱하여 얻은 수이다.

참고로, 주희의 견해와 관련하여 왜 5가 ‘수의 조종’이냐면요?
양(陽)의 숫자인 홀수인 천수는 1, 3, ⑤, 7, 9인데, 이 중에 ‘5’는 천수인 1, 3과 7, 9의 가운데에 있습니다.
그리고  음(陰)의 숫자인 짝수인 지수인 2, 4, ⑥, 8, 10 중에서 ‘6’은 2, 4와 8, 10의 가운데에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늘(天)의 수는 5, 땅(地)의 수는 6을 대표하게 됩니다. 각각의 음양을 나누면 2배수가 되면서 하늘은 10이고 땅은 12가 됩니다. 어디서 많이 본 숫자죠? 바로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를 합쳐서 십간십이지가 표현됩니다.
그런데 이 5와 6중에서 보다 근본이 되는 수는 바로 5입니다.
예전에 생수와 성수에 대해 말한 적이 있는데,
1부터 5까지의 숫자는 사물의 발생을 상징하는 생수(生數)라 하고,
6부터 10까지의 숫자는 사물의 형성을 상징하는 성수(成數)로 구분합니다.
즉 6은 5+1, 7=5+2, 8=5+3, 9=5+5, 10=5+5인 것입니다.

 

여전히 왜 숫자 ‘50’인지,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목에 가시가 걸린 듯 찝찝하기만 합니다. 여러 학설들은 ‘학설’로 남겨둡니다.
괘를 뽑을 때 서죽이 50개이건 55개이건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49개입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서 가장 정확하게 나오는 게 49(50-1)개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점을 칠 때,
태극을 상징하는 1개를 빼기 전의 수 50을 곧 대연의 수라고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人文, 人問, 人聞... 허생처럼 책읽기!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의견을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