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대상 강의를 반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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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필의 인생낚시터] 교장 대상 강의를 반성하다.

 

*이 글은 매일경제 2019.6.27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강의 중에서 제일 힘든 강의를 꼽으라면 무엇일까? 교장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가 가장 어렵다. 오랜 세월 쌓은 경륜이 있고 누구 못지않게 교육에 전문성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웬만한 내용으로는 감흥이 일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교장의 새로운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전국 교장들을 모시고 2박3일 연수를 했다. 마지막 날 맡은 강의가 있었는데, 나는 완전히 페이스를 놓치고 말았다. 첫날은 프로그램이 너무 빡빡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가, 둘째 날 마음에 와닿은 토크쇼 등으로 분위기가 한결 좋아졌다. 그 기세에 힘입어 셋째 날 강의를 시작했다.

‘잘되고 못되는 것은 모두 교장 탓?’ ‘조직 내 비주류와 함께하려면?’ ‘젊은 교사들에게 칙칙하지 않게 다가가려면?’ 구체적 사례를 들어 강의했지만 교장들 눈빛이 제각각이다. 그러자 강의가 흔들린다. 아니나 다를까. 교장들이 치고 들어온다. “예를 든 학교는 선발권이 있는 특수한 사례 아니냐.” 답변을 하는데 아뿔싸, 질문하는 분의 심사를 헤아리지 못하고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이미 흔들린 강의는 수습이 안 된다.

휴식시간에 교장 두 분이 찾아왔다. 한 분은 ‘학교 혁신 4년 차 위기에 공감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조언을 구한다. 다른 한 분은 ‘교사들과는 어느 정도 호흡이 맞는데 교감과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된다’고 한다.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제의 기세로 건방을 떨며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잔뜩 늘어놓았구나. 이어진 다음 강의에서는 두 교장과 나눈 이야기에 집중했다.

교장의 새로운 리더십을 학교 혁신 4년 차 위기와 연결했다. 3년 동안 노력한 만큼 많은 성과가 있지만 교사와 학생 모두가 익숙해져 아이들 성장에 새로운 자극이 되지 않는 상황을 수업과 활동 사례로 설명했다. 손쉬운 접근 방식은 부장회의와 교사회의를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과제를 설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들로서는 3년 동안 열심히 달려 뭔가 잘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새로 시작하자 하니 황당하지 않을까. 이 대목에 이르자 비로소 교장들 시선이 내게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때 교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3년 동안 가장 열심히 노력한 분들이 있다. 그분들과 가볍게 만나 질문을 던진다. “요즘 아이들이 교사가 뭘 원하는지 알고 그에 맞춰 발언하고 활동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왜 그럴까요?” “체험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끈 친구에게 이번 활동이 너의 성장에 어떤 의미가 있었냐고 물으니 답이 없네요. 왜 그럴까요?” 그분들은 열심히 활동한 만큼 교장의 고민과 다를 수 없다. 그러면 그분들이 여러 자리를 통해 고민을 교사들과 공유할 것이고, 어느덧 분위기가 무르익어 학교 전체에서 공론화하지 않겠나. 그 과정에서 교장은 자료를 챙겨주거나, 다른 학교 방문을 적극 지원하면 된다.

여기까지는 쉽다. 그런데 제일 큰 걸림돌은 교장이 도중에 광을 내서 산통을 깨는 것이다. 이야기를 자신이 처음 꺼냈고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고 티를 내는 순간, 이 모든 것은 교장의 업적이 되고 열심히 일한 교사들은 들러리가 된다. 당연히 교사들의 열정과 사기는 떨어진다.

이렇게 산통 깨지 않으려면 교장은 계속 보이지 않는 손으로 사부작사부작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교감과의 긴밀한 협업이 없으면 한 달이면 될 일이 6개월이 걸릴 수 있다. 그러니 교감과 문제의식을 공유해 일손을 나눠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진행하니, 함께한 교장들 눈빛이 모두 모아졌다. 그런데 다시 학교 현장으로 돌아간 교장들은 어떤 모습일까? 겉으로는 모든 일을 교사들에게 맡긴 듯 한가롭게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을까? 그리고 나는 이번에 반성한 만큼 교장들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을까?

[정광필 50+인생학교 학장]

글 전문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19/06/460438/?sc=30500278

 

정광필
대안학교 이우학교를 설립했고, 지금은 ‘50+인생 학교’를 이끌고 있다. 그를 만나면 ‘호연지기’의 뜻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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