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3- 니체, 호메로스의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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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호메로스의 소년

니체는 그리스인이었다. 『반시대적 고찰』에서 고백한 그대로 그는 그리스의 자식 이었다. 니체의 국적은 독일이었지만 니체의 영혼은 그리스인의 것이었다. 성장 과정에서부터 니체의 정신을 지배한 것은 희랍 문헌이었고, 희랍 문헌학 연구로 대학 교수가 되었다. 니체의 정신이 희랍 쪽으로 기우는 것은 필연이었다.

미다스왕은 실레노스에게 말한다.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실레노스신은 침묵했다. 미다스 왕이 거듭 묻자 실레노스는 껄껄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하루살이여, 우연의 자식이여, 왜 하필이면 듣지 않는 것이 그대에게 가장 행복할 일을 나에게 말하라고 강요하는가? 최상의 것은 그대가 도저히 성취할 수 없는 것이네. 그것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네. 그대가 택할 수 있는 차선은 바로 죽는 것이네.”

니체는 그리스인들이 비관주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낙관적이고 환희에 찬 세계를 창조해냈다고 한다. 그것이 올륌포스 신들의 세계이다. 호메로스의 신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리스 신들이 인간적인 삶을 사는 이유는 삶이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기때문이다. 니체는 올륌포스 신들이 인간의 삶을 살아감으로써 인간의 삶을 정당화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인의 심장을 가진 니체에게 플라톤은 그리스 정신의 파괴자였다. 니체는 플라톤을 향한 투쟁의 깃발을 올린다. “이데아를 향한 플라톤의 열광은 종교적 차원의 광기”였다. 플라톤의 목적론적 형이상학을 향해 니체가 겨눈 창끝은 이제 그 배후에서 암약해온 종교를 향한다. 학문에 대한 우리의 신앙은 여전히 형이상학적인 신앙에 기초하고 있다. 이 낡은 신앙이란 신이 진리이고 진리는 신성한 것이라고 믿었던 플라톤의 신앙을 말한다. 신 자체도 우리가 꾸며낸 오래된 허위임이 입증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스도교는 대중을 위한 플라톤주의이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꼴리니꼬프가 사회의 정의를 위해 전당포의 노파를 도끼로 살해하듯이 니체 역시 철학의 자유를 위하여 신을 살해한다. 우리가 신을 죽였다. 니체는 감격한다. “우리 철학자들, ‘자유로운 정신들’은 ‘늙은 신이 죽었다’는 소식에서 새로운 아침놀이 비치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 인식의 모든 위험이 다시 허락되었다. 바다가, 우리의 바다가 다시 열렸다.”

니체는 호메로스의 아이였다. 그가 플라톤의 목에 비수를 겨눈 것은 먼저 플라톤이 호메로스의 목에 비수를 겨누었기 때문이다. 니체는 오레스테스였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 아가멤논을 살해한 아이기스토스를 처치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태어났다. 고대 그리스인의 정신을 주조한 위대한 시인이자 교사를 살해한 플라톤, 유럽의 자손들 중 그 누군가는 플라톤에 의해 교살된 호메로스의 정신을 복원하는 소명을 실행에 옮겨야 했다. 그 소년이 니체였다.

 

 

 

 

 

 

 

황광우
30만부가 나간 '철학콘서트'에 이어 '역사콘서트'와 '촛불철학'을 출간했다. 지난 5년 동안 운사 여창현의 문집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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