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6-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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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의 귀신과 조상신

박성규, <주자철학의 귀신론>, 한국학술정보, 2005.

장재는 말한다. 귀신은 조화의 자취(造化之迹), 귀신은 두 기(氣)의 양능(二氣之良能)이다. 음양의 두 기가 굴신 왕래하는 가시적 현상이다. 음양의 굴(屈)이 귀(鬼)요, 신(伸)이 신(神)이다.(5)

장재의 기철학을 수용하는 주자, 하지만 제사의 의미에 대해선 <예기>의 제사 감격설을 넘어서지 못한다. <예기>는 말한다. “사람은 죽으면 결국은 흩어지지만 곧바로 완전히 흩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제사의 예에서 자손이 정성과 공경을 다하면 바로 조상의 혼백을 불러올 수 있다.”(7) “사람은 죽으면 혼기는 하늘로 올라간다”(예기)

주자는 제사 문제에 있어서 귀신의 유무 문제보다도 자손의 도리의 측면에서 바라 본 전통적 제사관을 옹호하였다. “귀신은 공경하되 멀리하라”고 공자는 가르쳤다. 제사는 중시하면서도 귀신의 존재에 대해선 구체적 언명을 회피하는 공자의 이런 태도는 “귀신은 없다”는 입장으로 비추어졌던 것 같다. 그래서 <묵자>는 “귀신은 없지만 제사의 예법은 배워야 한다는 주장은, 마치 손님은 없지만 손님 접대의 예는 배워야하고, 물고기는 없지만 그물은 던져야 한다는 뜻과 같다.”라고 비판했다. 제사를 중시하는 입장을 견지하려면 귀신의 존재도 명백히 해야 한다는 것이 묵자의 입장이다. (14)

순자에 가면 제사와 귀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된다.(15) “군자는 제사를 인간의 도리로 여기고, 백성들은 귀신의 일로 여긴다.”(순자, 예론) 제사와 귀신을 분리시키는 순자의 입장은 <예기>에도 이어진다.(17)

“귀신은 있다”고 주자는 도발한다. 다만 귀신은 ghost, phantom이 아니고 굴신왕래하는 기의 운동이다.(18) “귀신은 조화의 자취”라는 정이의 견해를 취한다. (62) “비, 바람, 이슬, 천둥, 해, 달, 낮, 밤 등이 귀신의 자취이다.”(어류) 귀신은 천지간의 조화로서 다만 두 기의 굴신왕래일 뿐이다. 신은 양, 귀는 음이다. 가는 것이 굴(屈)이고 오는 것이 신(伸)이니, 곧 그런 자취가 있는 것이다.“ (어류) (65)

낮은 신, 밤은 귀.
삶은 신, 죽음은 귀.
정오 이전이 신, 정오 이후 귀.
해는 신, 달은 귀.
초목의 성장은 신, 쇠락은 귀.
바람, 비, 천둥, 번개가 생기는 것은 신, 멈추는 것은 귀.
날숨은 신, 들숨은 귀.
말하는 것은 신, 침묵은 귀.
귀신은 음양의 소장(消長) (어류) (68)

장재가 말했다. “귀신은 음양 두 기운의 양능이다.” 나는 생각한다. 두 기운으로 말하면 귀(鬼)는 음의 영(靈)이고, 신(神)은 양의 영(靈)이다. 이르러(來) 펴짐(伸)은 신이 되고, 돌아가(往) 되돌아감은 귀가 된다. 그 실제는 한 물건이다.

“죽으면 혼백은 분리되어 각각 흩어진다. 혼은 양이니 흩어져 올라가고 백은 음이니 아래로 내려간다.”(어류)(144) “사람이 죽으면 혼기는 하늘로 올라가고 형백은 땅으로 내려간다.”(예기)(186)

제자가 묻는다. “천지 산천에 제사지낼 때 희생 제물 술 감주를 쓰는 것은 단지 내 마음의 정성을 표시하기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정말로 응감하는 기가 있기 때문입니까?” (169) 뭐라고 답할까? 죽으면 혼백이 분리되어 흩어진다면 내 마음의 정성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 제사이다. 그런데 주자는 달리 말한다. “만약 와서 흠향하는 존재가 없다고 한다면 대체 무엇를 제사지낸단 말인가?” (어류)

이렇게 보완한다. “조상의 정신과 혼백은 이미 흩어졌으나 일부는 자손의 정신과 혼백으로 이어지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자손이 제사의 예에서 정성과 공경을 다하면 바로 조상의 혼백을 불러올 수 있다.”(171) “성인이 자손들로 하여금 항상 제사지내도록 가르친 것도 조상의 혼과 백을 모으게 하려는 것이다.” (어유) (173) “자손이 정성과 공경을 다하면, 조상의 기를 불러 모을 수 있다.”(167)

황광우
30만부가 나간 '철학콘서트'에 이어 '역사콘서트'와 '촛불철학'을 출간했다. 지난 5년 동안 운사 여창현의 문집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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