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2- 춘추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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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좌전>의 귀신

춘추 시대 사람들은 귀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춘추좌전>은 공자의 앞대, 기원전 600년대 사람들이 품고 있던 신에 관한 관념을 기록한다. <춘추좌전>은 기록한다. 송나라에 홍수가 났다. 노장공이 사자를 보내 위로했다. 송민공이 말했다. “송나라에 홍수가 난 것은 “고(孤)가 하늘에 공경스럽지 못해 하늘이 재앙을 내린 것입니다.” “신령은 어진 사람에게 복을 내리고 음탕한 사람에게 화를 내린다.” 화와 복은 모두 신의 뜻이라는 거다.

<춘추좌전>은 신령의 강림을 아주 생생하게 기술한다. 노장공 31년(663년) 가을 7월의 일이었다. 신령이 괵나라의 신(莘) 땅에 내려왔다. “여기에 무슨 까닭이 있는 것이오?” 주혜왕이 물었다.

“나라가 장차 흥하려면 신령이 내려와 그 덕행을 살핍니다. 나라가 장차 망하려 할 경우에도 신령이 내려와 그 악행을 살핍니다. 그래서 신이 내려옴으로써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합니다. 우(虞),하(夏),상(商),주(周) 모두 그랬습니다.”

어찌해야 하는가. 주혜왕이 물었다.
“신령의 하강에 상응하는 제의(祭儀)를 베풀어야 합니다.”

신령에게 제사를 올리는 것은 신령의 복을 받고 재앙을 피하기 위한 의식이었다. “내가 올리는 제물은 풍성하고 깨끗하니 신은 반드시 나를 보호할 것이오.” “만일 우리가 신령에 제사지내면 정나라에는 화재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사는 아무나 지내는 것이 아니었다. “신령은 다른 족속이 지내는 제사를 받지 않는다. 백성은 다른 족속의 신령에게 제사지내지 않는다.” “귀신은 그 자손이 지내는 제사가 아니면 제사를 흠향하지 않습니다.”

  • 전통의 무게

 

군주에게 화와 복을 내리는 주체는 하늘이었다. 춘추 시대의 군주들은 재앙을 하늘이 준 화로 풀이한다.하늘이 재앙을 내려 두 나라 군주가 군사를 동원해 상면하게 만들었습니다.하늘이 위나라에 화를 내렸다. 군신이 협심하지 않아 이런 우환을 만나게 된 것이다. 신령에게 제사를 올리는 것은 신령의 복을 받고 재앙을 피하기 위한 의식이었다. 상 왕조 하에서 천자만이 하늘에 제를 올릴 수 있었다. 제후는 산과 천에 제사를 드릴 수 있었다. 전통은 위반하기 힘들다.

1천 년이 지난 춘추 시대에도 여전히 제후들은 산천에 제를 올렸다. 진평공은 자산에게 말했다. “병으로 누운 지 3개월이오. 명산대천에 제사를 지냈으나 병이 더해질 뿐이오.” 춘추 시대의 군주들은 주 왕조의 예법을 따르면서도 상 왕조 때 성립된 천(天)과 신(神) 개념을 따랐다.

종묘, 신주를 모시는 곳을 도(都)라하고 없는 곳을 읍(邑)이라 한다. 도에 성을 쌓는 것을 (城)이라 하고 읍에 성을 쌓은 것을 축(築)이라 한다. 종묘가 있는 곳에 사당이 없으면 백성이 군주를 어렵게 여기지 않는다. 사당에 모신 조상신과 소통하는 것은 그들의 일상이었다. 다른 나라를 방문하고 돌아오면 종묘에 고해야 한다. 노환공이 당 땅에서 돌아와 이 사실을 사당에 고했다. 군주는 다른 나라로 갈 때 이를 종묘에 고해야 한다. 돌아오면 종묘에 보고하고 주연을 베풀어 군신들과 함께 술을 권한 뒤 밖에서 세운 공훈을 책에 기록한다. 그것이 예이다.

  • 진화하는 인문 정신

    오랜 세월이 흘렀다. 내가 입는 재앙은 하늘이 내린 것이 아니라 내가 부른 것이다. 나의 악행이 초래한 것이다. 나라의 멸망도 악행의 결과이다. 이제 하늘로부터 독립된 인간 정신이 탄생한다.정장공은 말한다. “옳지 않은 짓을 많이 하면 반드시 멸망한다.”태숙은 정장공에게 말했다. “옳지 못한 사람에게는 사람이 따르지 않는다. 영토가 커지더라도 장차 무너지고 말 것이오.” 여인에게는 남편이 있고, 남자에게는 아내가 있으니, 서로 가벼이 대할 수 없습니다. 이를 일러 예가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를 바꾸면 반드시 화를 불러오게 됩니다.

화가 인간이 자초한 것이듯, 복 역시 인간의 행실의 결과이다. 무엇을 복을 가져오는가? 그것은 덕행이다. 노장공이 제나라 치는 것을 반대했다. “안 되오. 내가 실로 덕이 없어서 그런 것인데 제나라 군사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이오? 죄는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오. 우리는 우선 힘써 덕을 닦으면서 때를 기다리도록 합시다.”

화복에 대한 인간의 정신은 더 진화한다. 인간의 운명은 하늘에 있지 않다. “사람이 꺼리는 것은 자신의 기운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요망함은 사람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입니다. 사람이 상도를 버리면 요망한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절검은 선행 가운데 대덕이고 사치는 악행 가운데 대악이다.”

  • 인문 정신의 정화

초무왕에게 계량이 한 말이다.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이 충(忠)이고 제관이 신령에게 바른 말을 하는 것이 신(信)입니다. 지금 백성은 굶주리고 있고, 군주는 방종하며, 제관은 거짓으로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이 충이란다. 사뭇 다르다. 백성이 굶주리고 있는데 축복을 달라고 드리는 제사는 거짓이란다. 신령에게 제사를 풍성하게 지내는 것이 화복의 요체가 아니라, 백성들의 삶이 먼저 화평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래서 계량은 말한다. “백성은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주인입니다. 고대의 성왕들은 먼저 백성을 잘 살게 만든 뒤 나중에 귀신에게 정성을 바쳤습니다…. 3시의 농사철에 힘쓰고, 5교를 닦으며, 9족과 친밀한 뒤에야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어야만 백성들이 화평하고 귀신도 군민에게 고루 복을 내리게 됩니다. 지금 백성들은 모두 다른 마음을 품고 있고, 귀신 또한 받는 사람이 없으니 설령 군주가 홀로 제사를 풍성하게 지낸들 무슨 복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자구다복(自求多福)이다. “복을 구하는 것은 자신에게 있지 남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가 흥하려면 백성에게 듣고, 나라가 망하려면 신(神)에게 듣는다.”

하늘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백성이다. “신은 총명하고 정직하고 한 마음만 가진다. 인간의 행위에 따라 화복을 보낸다.” “백성에게 나타나는 재앙은 하늘에서 온 것이 아니다.” 신은 편애하지 않는다. 황천무친(皇天無親). “신령은 덕 있는 사람의 제물만 흠향한다.”

송양공이 증자를 죽여 토지신의 사당에 제물로 쓰게 했다. 이는 동이족에게 위엄을 보여 그들을 복종시키고자 한 것이었다. 사마 자어가 간하다. “작은 제사에는 큰 희생을 쓰지 않습니다. 하물며 사람을 제물로 쓸 수 있겠습니까? 제사는 사람을 위해 지내는 것입니다. 백성은 신령의 주인인데 사람을 제물로 쓰면 어느 신령이 와서 그 제물을 받겠습니까?”

인문 정신은 진화한다. 노나라가 크게 가물었다. 노희공이 기우제를 전담하는 여자 무당을 불에 태워 죽이려고 하자 장문중이 간했다. “이는 가뭄 대비책이 아닙니다. 성곽을 수리하고, 음식을 줄이고, 비용을 줄이고, 농사에 힘쓰고, 서로 나누어 먹도록 권해야 합니다. 무당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늘이 그녀를 죽이고자 했다면 애초에 태어나게 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만일 그녀가 한재를 가져왔다면 그녀를 불에 태워 죽이는 것은 재해를 더욱 키우는 것입니다.”

춘추 시대 제나라엔 안영이 있었다. 정나라에 화재가 날 것이라 자태숙이 주장하자 자산이 반문하였다. “천도는 멀고 인도는 가깝소. 천도는 인도에 미치는 것이 아닌데. 무엇을 근거로 천도로써 인도를 안다는 것이오?”

제나라에 혜성이 나타나자 제경공이 푸닥거리를 하도록 했다. 안자가 간했다. “이는 무익한 일입니다. 신령을 속일 뿐입니다. 천도는 불첨하고 불이합니다. 하늘에 혜성이 나타난 것은 더러운 것을 씻어내려는 것입니다. 군주에게 예덕이 없는데 또 무엇을 빌려는 것입니까?….덕행이 천명을 어기고 혼란스럽게 되면 백성들이 장차 유망할 것이니 축사가 기원한들 보완할 길이 없습니다.”

“예로써 하늘에 순응하는 것이 천도”이다. 천명을 받들기 쉽지 않다. 그래서 전전긍긍(戰戰兢兢)한다. 깊은 못에 임하듯(如臨深淵), 얇은 얼음 위를 걷듯(如履薄氷) 매사에 조심하는 것이다. 왕이여, 백성을 보라. 백성을 자식처럼 돌보라. “백성이 바라는 것은 하늘이 들어준다.”

황광우
30만부가 나간 '철학콘서트'에 이어 '역사콘서트'와 '촛불철학'을 출간했다. 지난 5년 동안 운사 여창현의 문집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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