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를 파는 안경점
장석
눈이 어둑합니다
검안을 마친 주인이 얘기한다
손님은 개의 시야를 오래 쓰셨소
이제 바꾸셔야 하는데
먹이를 더 잘 찿으시는 게 중요하다면
젊지만 노련하기도 한 늑대의 시야도 있소
길에 표시된 계획과 운명을 읽으려면
강습하는 수리의 시야도 좋구요
나이 지긋하시니
늘 넉넉한 밀물의 시야는 어떻소
그물도 성글게 조절해 웬만한 건 다 통하게요
안경점의 진열장에는
눈빛도 없이 텅 빈
수많은 안경테들이 날 바라보고
뭐라 할까
혹 별빛의 시야는 없는가요
요즈음은 밤에 마음이 더 끌리고
전에는 미처 못보던 것들에게
잔잔히 내리고도 싶습니다만
안경테들은 더욱 공허하게 반짝인다
저 손님이
늑대와 독수리의 시야를 살 리가 없다
황금으로 인도할 뱀의 시야는 더더욱이나
가격 때문이라면
개의 시야를 그냥 고쳐서 쓰시오
익숙하고 바로 다니실 수 있습니다
왜 이제 와서 공연히
코와 입을 지상에 가깝게 대고
골목의 소리를 맡아대며
인정의 냄새에 귀를 세우며 걷기 싫은가
많은 것들이 천상의 밤으로 갔으리라
지상의 휘황이 눈을 가리지만
별들은 더욱 가득하리라
진정코 쏟아질듯이
그 사람의 시야를 줄 수 있느냐고
이 안경점의 주인에게 물을 필요가 있을까
밖은 다시 어둑하고
저 별의 시야가 참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