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필의 교육수기] 조금 먼저 시작한 교육의 미래? 2. ’50+인생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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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생학교’, 배움의 새로운 모델에 도전?

 

서연 : 맞벌이를 하며 아이들을 키우다가, 아이들도 독립하고 퇴직도 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하다. 뭔가 주변의 관계들도 묘해지고, 무엇을 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뭔가 배워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지금껏 배움이란 게 어렸을 때 달달 외우고, 회사에서 시키는 연수 듣고.. 뭐 그런 배움이 아닌 새로운 배움 뭐 없나?

광필 : 오늘 여러 이야기가 있겠지만, 50+세대가 배움에 어떻게 도전하는지 이야기 해보자. 서울 50+재단에는 50+인생학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부, 중부캠퍼스에서 벌써 20,000여명이 참여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꽤 많은 인원들이 지난 2 년의 시간 동안 함께 했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배움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가 보겠다. 특히 50+인생학교의 배움을 집중적으로 이야기 해 볼 생각이다. 이론적인 이야기보다는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조금이라도 더 깊이 다뤄볼 생각이다.

50+중부캠퍼스 50+인생학교 1기 졸업식 사진

 

1. 교육 당하지 말자?

서연 : 좋다. 솔직히 설렘 반 걱정 반이다. 또 뭔가 그럴 듯하면서 그저 그런 배움이면 어쩌나 걱정이다. 들으면서 고개만 끄덕이다가 집에 가면 까먹는 그런 배움이 아니었으면 한다. 다음 사진은 뭔가?

광필 : 평범한 사진으로 보이는가? 여섯 개의 그룹이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 저기 서 있는 사람. 제 뒷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굳이 이 사진으로 시작한 이유가 있다. 각 그룹의 참여자분들의 시선이 보이는가? 각 그룹마다 누군가가 이야기 하고 있다. 그 사람을 나머지 사람들이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다. 저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강의하고, 혼자 이야기할 때 이런 정도의 시선의 집중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50+세대를 놓고 생각해봐도 남이 하는 이야기가 잘 안 들린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뭘 배운다고 할 때, 그동안 우리가 배운 게 너무나 많으니까.

새로운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그동안 배운 걸 내려놓고 변화해야 한다. 그런데 변화하기 위해서는 자기 이야기를 꺼내야 하고, 그 이야기에 다른 사람들이 다들 집중해줘야 한다. 내 안의 나를 만나고, 그로부터 타인을 만나는 과정.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

인생학교를 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워크샵’형태이다. 자기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하게 하는 것. 거기에 집중하고자 했다.

서연 : 저리 평범해 보이는 사진에 그런 의미들이 숨어 있는지 몰랐다. 또 배우려면 그전의 배움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나를 만나, 타인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그런 과정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아직은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다.

2. 3개월의 흐름을 끊지 않으려면

광필 : 위의 표가 보이는가? 인생학교는 전체로는 석달, 12번 정도하게 돼 있다. 크게 보면 세 가지 흐름이 있다. 앞에는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그 다음엔 앞서 간 선배들의 발자취를 찾아보는 과정. 마지막으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커뮤니티 등을 통해 동료들과 함께 해 보는 과정이다. 특히 앞부분에 전체 시간의 반 정도를 할애하고 있다. 정말 초기에는 특강 같은 것들도 있었다. 커리큘럼 사이사이에 특강을 배치했었다. 그런데 하면서 느낀 점이 특강 때문에 자신을 찾아가는 흐름이 끊긴다. 특강 자체로는 반응도 좋고,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문제는 자기 내면의 나를 만나고 동료들과 연대하는 그 전체의 흐름을 방해한다. 그래서 요즘엔 인생학교 프로그램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2018년에는 지난 2년의 경험이 쌓여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그 계기는 서부 4기를 준비하면서 시작되었다. 50+인생학교가 서부에서 3기, 중부 1기를 거치며 변화가 필요했다. ‘발심’하여 새로운 삶에 나설 용기를 얻는 것까지는 잘 나가는데, 커뮤니티 만들기로 연결하는 고리가 조금 싱거웠다. 8월부터 궁리를 했는데, 서울의 숲 옆에 있는 삼표레이콘 공장터 재활용 방안으로 ‘세상에 없는 카페 만들기’를 구상했다.

수업 시작은 박원순 시장의 편지로 시작했다. 네 개의 모둠별로 나누어 2시간 동안 기획과 발표 준비가 이어졌다. 늘 워크숍 분위기는 좋았지만 표정들이 꽂혔다. 제각각 온갖 제안들이 나오면서 격론이 벌어졌다. 모둠별로 10명이 넘어가니 튕겨나가는 분도 있을 것 같고, 과제가 부담스러워 겉 돌 분들도 있으련만 이건 뭐지? 2시간 내내 집중이 장난 아니다. 그동안 20년 가까이 온갖 수업을 봐 온 내 입장에서도 놀랍다.

막상 카페 만들기를 끝내고 돌아보니, 반성되는 것이 많았다. 어떻게 이런 대단한 수업이 가능했을까? 이번 과제가 만만치 않은 도전적 과제여서 어영부영 할 수 없이 다 같이 달려들은 것 아닐까? 인생학교에 참여하는 분들의 열정과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은 아닌가? 이후에 전개되는 커뮤니티 만들기 과정에서는 정작 카페 만들기 만큼의 몰입을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제 새로 시작하는 서부 5기, 중부 3기부터는 커뮤니티 만들기가 아니라 프로젝트 중심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미리 2월에는 선배들이 프로젝트 기획과 파트너 섭외도 준비한다.

서연 : 어떤 흐름으로 배움을 조직하는지는 알겠다. 그런데 아까의 내 질문에 대한 답은 되지 않았다. 인생학교 프로그램 자체에 집중한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자기 내면의 나를 만나고 동료들과 연대하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배움을 일으키는지가 궁금하다.

 

3. 논리가 아닌 말랑말랑한 감성으로?

광필 : 미안하다. 큰 흐름을 개략적으로 설명하다 보니. 그런데 이에 대해 답을 하기 위해서는 생뚱맞게 덴마크 이야기를 꺼내야겠다. 2017년 9월말에 중부캠퍼스에서 덴마크의 팀 백 대표와 세시간 반 워크샵을 했다. 거기서 상당히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자유학교, 시민학교와 같은 것들이 덴마크의 150여년 전통에 힘입은 바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한편으로 고민이 되는 점이 있었다. 그 이야기에는 덴마크라는 구체적인 상황맥락이자 조건이 전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떤 맥락일까? 덴마크는 65살이 정년이다. 본인이 원하면 매니저랑 협의해서 정년을 연장하기도 한다. 또 퇴직을 하더라도 연금이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복지 대책이 충분히 있는 것 같다. 그에 반해 우리의 경우는 처지가 매우 다르지 않은가?

50+인데 자식 걱정도 걱정이지만, 부모 걱정도 된다. 100세 시대니까. 또 당장 퇴직하면 생활비가 뚝 떨어지고, 주변의 네트워크가 급격히 와해된다. 관계도, ‘대접’도 달라진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매너 있게 이야기 할 때 말고, 정말 속 이야기 꺼낼 때 있지 않은가? 그럴 때는 ‘울화’가 드러난다. 내가 그동안 그렇게 많이 노력했고, 많은 걸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상황. 그러니 울화통이 터진다. 그러나 현실은 기존에 살아왔던 삶의 연장선상으로서의 또 다른 삶은 불가능하다. 그럼 이걸 도대체 어떻게 뛰어 넘을 것인가?

덴마크에서는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결 할 것인지에 대해 차분히,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했다면? 씨알도 안 먹힐 것 같다. 우리의 상황에선 논리적인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 꽉 차오르는 분노와, 뭔가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무기력한.

그래서 우리가 시도하는 접근은 아주 말랑말랑한 ‘감성적 접근’이다. 이 접근의 맥락은 “논리적으로는 대한민국 50+의 마음을 뚫고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삶이 그런 논리적 접근을 단박에 차단해 버리는 방어기제를 형성케 하니까. 해서 처음의 시작은 그런 방어기제를 뚫고 들어 가 솔직하게 자신 내면의 분노나 찌질함 같은 것들을 직접 마주보고, 타인과 나누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어깨에 힘도 빼고, 정말 사소해 보이지만 의미 있는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용기, 이런 것들을 끌어내려는 거다. 힘들고 쉽지 않기에 12주 중 6주를 이 과정에 집중 한다.

서연 :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정확히 표현해 준 것 같다. 능력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무기력하니 울화통이 터진다. 되돌아보면 그런 울화통 덕분인지 누가 논리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야 된다”고 하면 단박에 무시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말랑말랑한 감성적 접근으로 자기 내면의 분노나 찌질함 같은 것을 직접 마주보고 타인과 나누는 과정이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런 과정, 도대체 어떻게 하나?

광필 : 구체적으로 설명 드리겠다. 그 과정에서도 맨 처음은 내가 진행 하는데, 영화를 보고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다.

[건축학개론] ‘승민’과 ‘서연’이 되어 순수했던 스무살로 돌아가 자신을 만나다. “요즘엔 영화를 그냥 보기가 힘들어요.”

아시는 분들은 아실 텐데, 우리나라 최고의 멜로 영화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영화를 ‘성장영화‘로 이해한다. 뭐 ’첫사랑을 찾아가는 영화‘로 받아들이면 다들 그때의 순수했던 마음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돌아가서 그 순간의 자신이 꿈꿨던 것, 소중했던 것들. 이런 것들을 찾아가며 시작한다.

다시 이 사진이다. 왜들 각 모둠에서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할까? 그전에 ’건축학개론‘의 남자 주인공 승민의 찌질한 모습에 대해 ‘충분히’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후에, 자기 자신의 그 당시 찌질 했던 모습을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이야기에 대한 공감도가 엄청나게 높은 것이다.

서연 : 건축학개론을 그런 시각으로 본다는 게 신기하다. 성장 영화라니. 그리고 영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찌질한 모습을 돌아본다는 것도. 그래서 사람들이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었구나 싶다. 그런데 이걸로는 좀 부족한 느낌이다. 다른 수업도 소개시켜 달라.

[선녀와 나뭇꾼] “아들 노릇, 엄마 노릇 하면서 자기방어벽이 무너졌다”

광필 : 이번엔 부학장의 수업을 소개 해 보겠다. 사진 보이는가? 이 장면은 부학장이 진행하는 교육연극 장면이다. 이 사진도 자세히 보면 한 분이 손을 내밀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안 보이니까 두 분은 머리를 디밀고(?) 보고 있다. 다들 시선이 손 내밀고 말씀하시는 남자분의 입에 딱 모여 있다. 근데 딱 한 분 안 그렇다. 그 분은 눈을 감고 있다. 그러나 오해 하시지 마시길. 졸고 있는 게 아니다. 말씀하시는 분의 말씀을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있는’ 중이다. 말하자면 귀담아 듣는 걸 넘어서 새기고 있을 때, 공감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장면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선녀와 나무꾼을 역할 바꿔서 교육연극을 하고 있는 중이다. 정확히는 선녀와 나무꾼에서 아들 역할을 하면서 온갖 이야기를 하는.

결국 이렇게 말랑말랑한 감성적 접근. 때론 풋풋한 20대의 찌질했던 시기가 되어 보기도 하고, 아들의 역할이 되어 보기도 하고 아내의 역할, 남편의 역할이 되어보는 것이 강력했던 방어기제를 ‘녹아내리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

 

4. 의전이나 격식을 버리고, 알맹이를 중심으로

서연 : 타인의 말을 마음 속 깊이 새긴다니. 그런 걸 언제 해 봤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나의 내면 안의 복잡한 마음을 만나고 타인을 공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런데 정말 말랑말랑한 감성적 접근이 참여자에게 항상 잘 통 하나? 저만 하더라도 내 안의 여러 습관들이 새로운 배움을 막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을 종종 느꼈었는데.

광필 : 예리한 질문이다. 지금까지는 워크샵 이야기와 인생학교의 말랑말랑한 감성적 접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좋은 이야기들이다. 이제부터는 인생학교에서 잘 다루지 않으려고 하는 두 가지의 불편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첫 번째 이야기는 사실 50+에 오신 분들은 지난 40년 동안 그놈의 의전과 격식을 쫓아가느라 죽을 맛이었다. 그런데 막판 10년째에는 심지어 그것을 즐기기도(?) 한다. 그리고 그걸 별안간 퇴직이란 놈이 찾아와 딱 끝냈음에도, 아직 몸에 배어있다. 그런 관성이 아까 말한 말랑말랑한 접근을 굉장히 힘들게 한다.

그래서 학장이 입학식 때 이런 의전이나 격식을 걷어내자는 말을 꺼낸다. 그런데 인생학교 와중에만 그러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후에도 쭉 이어져야 한다. 일례로 인생학교 끝나고 뒷풀이가 아주 많은데, 학장인 저보고 건배사 하라고 하면 저는 딱 거절이다. 이런 식으로. 아주 구체적인 일상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서부 1기 때 일이다. 박원순 시장이 우리 커뮤니티 한다는 소리 듣고, 저녁 같이 먹자는 연락을 했다. 그러니 시청도 그렇고 캠퍼스 내부도 그렇고, 시장님 오신다고 하니 뭐 의자 배치를 어쩌나, 메뉴를 뭘로 해야 되나, 온갖 이야기가 나왔다. 원래 커뮤니티 할 때 김밥 사다놓고 김밥 먹으면서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건 인생학교에 전적으로 맡겨라’ 했다. 그런 다음에 시장님 오시자마자 나무젓가락 하나씩 나눠들고 각 6개 커뮤니티에 김밥 하나씩 얻어먹고 다녔다.

개인적으로 시장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최고의 환대’를 받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인생학교 입장에서는 그동안 말로만 했었던 의전과 격식과 같은 껍데기를 걷어내고 알맹이를 중요시하자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나이, 뭐 50~60대에서는 이런 의전과 격식을 걷어내지 않고서는 자기 내면을 마주할 수도 없고, 동료를 만날 수도 없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도 어렵다. 해서 이게 최대의 난제고, 이것만 넘어서면 그 다음은 훨씬 쉬워지는 것 같다.

 

5. 잘하려 하지 마라?

서연 : 의전과 격식, 소위 껍데기인 것들에 너무 찌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정말 마지막엔 좀 즐겼던 것 같기도 하고, 제대로 안 해주면 좀 삐졌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정말 그런 것만 걷어내면 자기 내면을 마주 하고 동료를 만날 수 있나? 아까 불편한 이야기 두 개 했다고 하지 않았나. 남은 것도 빨리 듣고 싶다.

광필 : 말하신 대로 비단 의전과 격식만 걷어낸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두 번째 이야기다. 사진 보이시는가? 지금 중부캠퍼스 1기 졸업식 사회를 맡으신 분인데, 표정이 좀 묘하다.

성공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시행착오와 사연을 통해 성장하는 것

바짝 긴장하고 계신 거다. 사실 이 분이 이런 거 굉장히 많이 해 보신 분이다. 그런데 한 5분전에 이 분이 나한테 다가와서 “와, 너무 긴장되네요.” 그래서 제가 한 말이 “너무 잘하면 안 됩니다.” 이 한마디 딱 했다. 근데 너무 잘해 버리셨다. 그래서 끝나고 서로 너무 좋아 한 기억이 난다.

어쨌든. 인생학교가 석 달을 한다. 그런데 그전까지 우리는 늘 평가받는 입장에서, 언제나 모든 것을 잘 하려고 한다. 그래서 잘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그런 잘하려 하는 것들이 몸에 배어 있다. 문제는 그동안 삶의 연장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는 만큼 그런 잘 하고자 하는 ‘긴장’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생학교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석 달이란 그 긴 호흡으로 이러 저런 시도를 하면서 엉터리 짓도 해 보고, 그러면서 뭔가를 알음알음 찾아가면 되는 거다. 중요한 것은 긴 호흡으로 내가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얻고 성장하는 것이지, 그 시기 시기마다 평가 받고, 다 잘하려는 그런 ‘성실한’ 모습이 실은 최악이다. 잘하려고 하는 그 순간이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힘 빼고, 대충 대충 해 보고, 개겨(?) 보고. 그런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6. 착한 사람은 없지만, 선한 마음은 있다?

서연 : 잘하려 하지 않는 게 생각 해 보면 힘들다. 지금껏 공부도, 육아도, 일도, 목숨 걸고 잘하려 한 것 같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실패할 만한 것들을 시도하지도 않고, 또 모든 것에 긴장 한 채로 팽팽한 바이올린 현 같은 삶이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그렇게 껍데기도 걷어내고 잘하려는 마음도 내려놓고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게 되면, 그 다음은 뭔가?

다양한 삶을 살아왔지만, 각자의 마음 속에 있는 선한 의지를 모아 건강한 문화를! 그 힘으로 뭔가를 저지를 수 있다.

광필 :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대가 이루어져, 문화가 만들어 진다. 인생학교를 통해 각자 마음속에 있는 선한 의지들이 모이면 건강한 문화가 만들어 지는 것 같다. 대표적인 커뮤니티로 ‘Dream Gardening’이라는 커뮤니티가 있는데, 지금 보시는 사진이 그 활동 모습이다. 서부 캠퍼스 앞의 정원을 2017년 초 가을에 가을맞이 형식으로 정원 만들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분들의 꿈은 ‘서울 전 지역의 자투리 땅을 정원으로 만들겠다!’이다. 처음에는 그냥 정원 가꾸는 것이 재밌어 하는 몇 분 모여서 시작한 건데, 이야기가 저기까지 진행 된 것이다.

그런데 인생학교가 착한 분들만 모아서 하는 학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저기 계시는 분들도 처음부터 착한 분들이었을까? 그저 평범한 분들이 왔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람들이 선한 사람 따로 있고, 악독한 사람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내 마음도 그러하듯이 모든 사람 안에는 두 개의 마음이 있다. 악한 마음과 선한 마음. 문제는 ‘어떤 것을 자극하느냐’라고 생각한다. 인생학교에서 워크샵을 통해 자기 속 이야기들을 하고, 들어주고, 이러다보면 멤버들 안의 선한 의지, 그런 것들이 자극되는 것 같다. 그렇게 자극된 선한 의지들이 모여서 뭔가를 시도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모아지면 하나의 ‘문화’가 되고 또 그런 것들이 모여 지속되면 ‘전통’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50+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문화가 싹트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게 한 4~5년만 지속되면 이것이 전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단 인생학교 차원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세대, 더 나아가 다른 세대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7. 당신들의 천국?

서연 : 듣기만 해도 설레는 이야기다. 그런데 한편으로 걱정이 된다. ‘자기들만의 리그’가 되는 것은 아닐까. 나만 해도 경제적으로 조금이나마 여유가 있고, 정보력도 있는 편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정보와 문화자본을 갖춘 분들 위주가 아니라 다양성이 강점이다. 연대는 낮은 쪽으로!

광필 : 뼈아픈 지적이다. 우리가 아직 2년 밖에 안 됐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한테는 “50+재단, 50+인생학교… 도대체 뭐야?” 우리가 엄청 홍보를 한다 하더라도 그렇다. 어떻게 보면 정보력과 문화자본을 갖춘 분들이 그나마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렇기에 서로 손발도 잘 맞고, 잘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해서 이런 식으로 2~3년 이어지면 우리가 하는 일이 ‘당신들의 천국’일 수밖에 없다. 꼭 필요한,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소외되면서 “야 뭐 좀 방귀 좀 뀐다 하는 사람들이나 있는 곳이구나.”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는 순간 다양성이 상실되면서, 역동성도 깨지게 된다. 세상이 그렇게 흘러가면, 세상이 따뜻해 질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그런 분들 모은다고 그런 어려운 처지에 놓인 분들을 당장 끌어 모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핵심은 이런 방향성이나 문제의식을 명확히 하고, 지금의 한계를 명확히 인정하고, 어떻게 이런 영역을 넓혀 나갈 것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7. 배움이 매뉴얼로 될까

서연 : 꼭 돌파구를 찾았으면 좋겠다. 어렵겠지만. 그리고 이런 인생학교를 확산 시키려 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심지어 대박 족발집도 지점을 내면, 그 지점의 맛이 다르지 않은가.

때가 왔다. 향후 5년. 누가 감당할까? ‘관리’는 줄이고 ‘배움’을 자극하는 데 주력! 돕다 보니 함께 간다

광필 : 그렇다. 맛집도 그러한데, 교육의 어려움이야 오죽할까.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프로그램이라 하기도 하고, 강좌라 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것들이 기획되어서 담당매니저가 관리를 한다. 그리고 좋은 사례가 나오면 그 부분을 확산하기 위해서 매뉴얼을 만든다. 그걸 또 적당한 사람이 맡아서 해 나간다. 뭐 50+인생학교가 지금껏 잘했다 치고, 그걸 꼼꼼하게 정리해서 매뉴얼을 만들었다 치자. 그래서 또 그걸 누가 담당을 맡아 센터마다 확산을 시켰다 치자. 그게 어떻게 될까? 나는 “강남의 귤이 강북에서 탱자가 되는”걸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매뉴얼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주제가 배움인데, 이건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 자체가 ‘교육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하는 분들을 정말 깊이 있는 배움으로 끌고 가는 내용과 그것을 촉진할 수 있는 교육적 접근이 정말 중요하다.

요즘은 훌륭한 명강사의 강의를 듣고 감명을 받고, 거기서 변화를 기대한다. 그런 부분, 일부 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효과가 있는 분들은 그런 것 안 들어도 효과가 있는 분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지 않은, 어려운 분들을 흔들어 깨우는 과정은 정말 깊이 있는 배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까 말랑말랑한 감성적 접근도 나오고, 의전이니 격식이니 다 걷어내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다.

서연 : 이런 문제의식이 비단 인생학교에만 국한 될 것은 아닌 것 같다. 결국 대한민국 50+세대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그런 문화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꿔보자는 것이 아닌가?

광필 : 그렇다. 이런 맥락에서 제가 지금 50+인생학교 중심으로 말하고 있지만, 이걸 인생학교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50+ 운동 전반에 있어 교육적 문제의식을 갖고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50+ 세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새로운 세대들이 자라고 있다. 특히 지금 20대가 제일 힘드니 결국 우리가 그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함께 무언가를 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혹여 지금처럼 우리가 대접받으려 하고, 소위 꼰대처럼 굴면 20대는 끝까지 거부한다. 우리는 따뜻한 손으로 생각하지만, 그들은 뜨거운 손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변화가 없이는 그들도 함께 할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 50+가 서울시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면서 2년 만에 이떻게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올해 지자체 선거도 있다. 지자체마다 50+에 대한 관심이 굉장하다. 아마 내년, 내 후년 되면 엄청난 확산이 있을 것 같은데, 강북의 탱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처음 시작할 때의 정신을 살리고, 천~천히 확산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적인 접근이 아니라 이게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본래의 방향은 무엇이었는지. 그 입장에 충실하자. 뜨거운 손이 아닌 따뜻한 손이 되어 다른 세대와 함께 우리나라를 변화시키는. 그런 50+세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광필
대안학교 이우학교를 설립했고, 지금은 ‘50+인생 학교’를 이끌고 있다. 그를 만나면 ‘호연지기’의 뜻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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