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1권
발제: 정수연
줄거리
이 소설의 중심 이야기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지나는 동안 남원의 매안 마을과 거멍굴을 중심으로, 매안 이씨 가문의 삼대를 이루는 청암 부인과 그 아들 이기채 부부, 손자 이강모·허효원 부부, 그리고 거멍굴 천민인 춘복이 등이 주요 인물이 되어 펼쳐진다. 이야기는 강모와 효원의 혼례 장면을 기술한 것으로 시작된다.
둘의 결혼생활이 순탄치는 않으리라는, 예사롭지 않은 전조가 드러나는데, 실로 신부는 초야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수모를 당한다. 그도 그럴 것은 신랑 강모가 사촌누이 강실이와 상피(相避)를 범하며 비극적 사랑을 하던 터이다.
급기야 강모는 방황 끝에 만주행을 결행하고, 효원은 외로이 공규(空閨)를 지키며 매안 이씨 가문을 이끌어 가야 하는 비극적 운명을 시할머니 청암 부인으로부터 이어받는다.
청암 부인은 청상과부로서, 쓰러져 가는 가문을 일으키며 대단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인물로서, 매안 뿐만 아니라 민촌 거멍굴 사람들에게도 신임이 두텁다. 그런데 그의 죽음을 전기로, 그간 잠재되었던 반상(班常)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격동기에 힘을 잃어 가는 가문을 되살릴 책무가 효원에게 부여되기에 이른 것이다.
한편 거멍굴 천민들을 대표하는 인물인 춘복이는 ‘변동천하’를 꿈꾸며, 양반가 처자 강실이를 사모하여 자신의 아이를 수태시키는 상징적인 행위를 행동에 옮긴다. 결국 이 때문에 강실이는 곤경에 처하게 되는데, 효원의 도움으로 이를 모면하는 듯 사건이 진행된다.
등장 인물
매안 마을 사람들
청암부인: 매안 이씨 가문의 종부.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과 사별하고 시동생 이병의의 맏아들인 이기채를 양자로 맞아 집안을 잇는다.
이기채 : 병의의 첫째아들이며 청암부인과 준의의 양자로 들어가 매안이씨 가문의 장자가 된다.
율촌댁 : 이기채의 부인으로 성정이 강한 효원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아들을 위해 기를 꺾으려 한다.
강모 : 이기채와 율촌댁의 아들, 성격이 유약하다.
강련 : 강모의 누나
이기표 : 병의의 아들로 가문의 재산에 관심이 많고 시대의 흐름에 잘 적응한다.
강태 : 이기표와 숙천댁의 아들, 강모에게 영향을 준다.
이가응 : 병의의 아들로 욕심 없이 산다.
강실 : 이가응과 오류골댁의 딸, 춘복으로 인해 고초를 겪는다.
춘복 : 매안마을 사람으로 시대에 불만이 많다.
대실 사람들
허근 : 신부의 종조부
허담 : 신부의 부친, 큰 딸 효원을 남다르게 키운다.
정씨 : 신부의 어머니
허효원 : 강모의 아내, 대실 출신으로 혼인 첫날밤 자신을 찾지 않은데다가 친정에 두고 데리러 오지 않는 남편에게 마음의 벽을 세우고 시어머니 율촌댁과 갈등을 겪는다.
콩심이 : 대실에서 신행할 때 따라온 몸종.
생각 하나 : 율촌댁과 효원
p231
시모 : 그렇게도 잠이 오지 않느냐? 잠이 종 안 오더라도 일찍 자리에 들어라
효원 : 잠을 자고 깨는 시각까지도 일일이 간섭하려 하시니가? 시집이 무엇인가 하였더니, 바로 이런 것이구나
p235
효원 : 창호지에 버언한 새벽빛이 들었다.
p232
시모 : 너는 네 아버님께 군자의 도리만 배우고, 친정의 어머님한테서 아낙의 할 일은 배울 겨를이 없 었더냐? 예나 지금이나, 여자의 성품이 드세고 강철 같은 사람을 자기 남편 앞길에 운수를 가로막는 법 이다. 여자 성품 때문에 남자의 기가 눌러서야 어디 집안이 제대로 되겠느냐?
p237
효원 : 너무나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눈자위가 붉어지면서 눈물이 싸아하니 돈다.
p239
시모 : 이것이 사람이 업수히 여기는가? 네가 그 성질 순하게 고치지 않으면, 네 평생 더 고달프거니와 온 집안이 평안치 못하리라
p260
할머니 : 여자란 일찍이 아버지가 계실 때에는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남편이 있으면 남편에게 의지하고, 자식이 있으면 자식에게 의지하는 것이다.
p261
효원 : 제가 바라는 대로 살지 못하고, 살라고 주어지는 것을 살아야 하는지요. 여인이라 그러한가, 남들도 나 같은가
생각 둘 : 기표의 말
p254
생각해 보세요. 일본이 어디 쉽게 망헐 나랍니까?
p255
이런 난세일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 그나마 목숨 보존하고 살아남습니다.
p278
형님, 일본이 조선에서 공출해 가는 일을 위하여 상비해 둔 기관원이 몇 인 줄 아십니까? 삽십만여 명이올시다. 거기다가 애국반이 삽십오만 여나 됩니다. 그러고 십삼 개의 병사구 사령부 및 그 소속원이 있어요.
p279
지금 전국 인구의 팔할이 창씨를 했는데
p280
이제 곧 창씨개명이 문제가 아닌날이 닥칠 겁니다. 그때는 사느냐, 죽느냐, 이 문제가 턱에 걸려서 아 무것도 뵈지 않을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