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묘역을 돌며
눈물이 나는데
울음을 삼키고
애써 태연한척 하느라 혼났어요.
오늘 아침
아들 까운을 널다가
소매 끝에 피 얼룩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게 보여서
다시 빨며 생각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생각 없이 살던 나!
어두운 곳에서 보이지 않던
얼룩이 환한 빛에서 드러나듯
샘들이 비추어준 빛 덕분에
나도 이제 세상의 얼룩을 봅니다
지금도
얼룩진 옷을 그대로 걸쳐 입고
부끄러운 줄 모르는
생각의 어둠에
갇혀있는 사람들에게
이제 나도 작은 빛으로 나서고 싶습니다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