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파문] 윤상원 기념홀 개관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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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청년, 광주의 미래가 되다

이무용(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장, 윤상원기념사업회 정책기획위원장)

*이 글은 전남대 ‘윤상원열사 기념홀’ 개관 기념 기조 발표문입니다(2019.5.2.)

 

윤상원은 광주의 정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 시대의 들불, 오월의 불꽃, 빛의 아들, 남도의 광대, 한국의 체게바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5・18광주민중항쟁의 대표 인물입니다.

30년의 짧은 인생 동안 그가 항상 던졌던 화두는 “어떻게 살 것인가?” 였습니다. 12세 때 그는 어린 새끼 토끼를 보며 약자에 대한 애정과 배려, 생명 존중의 삶을 고민했습니다. 24세 군복무 중에는 조국을 위해서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침울한 밤을 새웠습니다. 27세 때에는 거짓과 아부가 판치는 혼돈의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1980년 5월에는 진실된 역사의 증인이자 승리자로 만들어 줄 역사를 후세에 기대하며, 죽음의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그가 살아남은 자들에게 부탁하였던 진실된 역사, 승리의 역사, 내일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상원’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왜 우리가 그를 기억해야 하는지, 어떻게 그를 기념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계획 수립, 그리고 실천이 부족했습니다.

아직도 오월의 진실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왜곡된 정보와 이야기들이 곳곳에 유포되고 있습니다. 오월정신이 도시발전의 동력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합니다. 역사에 대한 기억은 ‘사건’이 아닌 구체적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될 때,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살아 숨쉬는 공감의 기억이 된다고 합니다. 이제 사람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오월을 이야기하고 기억하며, 오월정신을 미래지향적으로 계승하는 실천이 절실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그가 세상에 눈을 뜨고 새로운 사회를 꿈꾸었던 이 곳 전남대학교에 만들어진 ‘윤상원 기념홀’은 오월의 청년 이야기를 전개하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기념홀에 조성된 ‘윤상원 방’에서는 영원한 청년 윤상원을 기억할 것입니다. 방과 연결된 ‘윤상원 길’은 오래된 기억을 바탕으로 다가오는 다음의 시간을 준비하는 곳이 될 것입니다. 이 곳에서 청년들은 윤상원이 그랬던 것처럼,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함께하는 세상을 위하여 어떻게 살 것인가?”, “실천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우리가 꿈꾸는 평등한 세상은?”, “더 큰 나눔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실한 가치는?”, “배려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곳은?”, “간절한 열망은?”, “매일 매일의 실천은?” 등의 수많은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

윤상원 기념홀을 계기로 우리가 고민하고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윤상원들의 ‘청년 정신’입니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은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돈에 눈이 먼 부동산 투기와 치열한 경쟁시스템을 유발하는 사교육 열풍, 다양한 개인의 삶의 양식을 인정하지 않는 집단주의 문화, 인간과 동식물의 환경과 생명을 파괴하는 산업생태계가 만들어낸 총체적 결과입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서 실업과 빈곤, 가족해체와 질병, 무기력함과 자존감 상실에 처해 있는 중장년과 노년층들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제2, 제3의 청년 세대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현재의 청년들은 과거 민주화 세대들이 고민했던 정치적 이슈들뿐만 아니라, 일상의 구체적인 삶에 큰 영향을 주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이슈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랑과 결혼,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재해석, 재미와 의미를 갖춘 일과 노동과 직업, 온전한 나로서 행복한 자아를 발견하는 삶, 모든 지구생명체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유기적 연대의 삶을 고민하고 추구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윤상원이 지닌 가치는 바로 이러한 청년들에게 주는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그가 추구했던 삶은 결국 ‘더불어 사는 큰 세상’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진실과 정의의 진정한 삶을 고민했던 것이고, 그래서 그는 시대의 들불로서, 오월의 불꽃으로서 삶을 불태웠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를미래의 청년 윤상원’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미래 세대들이 계승해야 할 청년 윤상원의 핵심 가치는 인간으로서 항상 갖추어야 할 다섯가지 도리로 일컬어지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청년으로 재해석 해볼 수 있습니다. 인간다운 삶을 사는 따스한 청년(인-측은지심, 인애, 열정, 동정), 정의로운 삶을 사는 용감한 청년(의-수오지심, 용기, 희생, 실천), 배려하는 삶을 사는 겸손한 청년(예-사양지심, 대동, 나눔, 친화), 가치있는 삶을 사는 진실한 청년(지-시비지심, 예리, 단아, 지혜), 성찰하는 삶을 사는 존엄한 청년(신-광명지심, 신념, 전념, 생명)이라면 누구나 바로 미래의 청년 윤상원입니다.

우리가 기념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 윤상원만은 아닙니다. 민주화와 사회정의를 위해 함께 싸웠던 청년들, 노동자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 들불야학을 함께 했던 청년들, 정의를 위해 생명을 던진 오월항쟁의 청년 주역들이 모두 우리가 기념해야 할 청년 윤상원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힘 없고, 연줄도 없고, 명성도 없어, 사라지고 잊혀진 이름 없는 청년 주역들을 또 다른 윤상원으로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윤상원 기념홀이 그 출발점이 되어, 오월의 청년이 광주의 미래가 되는 사회를 기원해봅니다.

1980년 5월 26일 밤 윤상원이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전한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이제 너희들은 집으로 돌아가라.
우리들이 지금까지 한 항쟁을 잊지 말고, 후세에도 이어가길 바란다.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이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

감사합니다.

 

동고송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인문연구원의 웹진 동고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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