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공부모임] 혼불, 2권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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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 ≪혼불≫ 2권을 읽고

 

≪혼불≫은 전라도 방언을 떠나서는 성립이 되지 않는다. 최명희의 문학은 전라도 방언에 깃든 ‘그 어떤 정신’ 위에 서 있다. 나는 ≪혼불≫ 2권을 읽으면서 작가의 표현법에 주목하였다. 세 가지로 그 특징을 정리하였다.

 

첫째, 최명희의 표현은 자연의 모방에 의존한다.

논이란 논은 거북 등짝처럼 쩌억쩌억 갈라지고 (13)
여치 뻬쨍이맹이로 베만 짜다 청춘이 다 가신 양반인디(16)
무신 목청이 그렇게 때까치맹이로 땍땍거린디야?(21)
새 혓바닥 같은 불꼬리가 펄럭, 흔들더니 긴 그을음이
실처럼 오른다.(232)

논의 균열을 ‘쩌억쩌억’이라는 의태어와 ‘거북 등짝처럼’이라는 직유로 묘사한다.
베를 짜는 것은 여인의 운명이었다. 그 여인의 삶을 ‘여치 뻬쨍이’로 묘사한다.
무신 목청이 그렇게 때까치맹이로 땍땍거린디야? 평순네가 옹구네더러 쉬어 가라며 급한 소리를 하자, 옹구네가 되받아치는 소리다. 평순네의 목청을 ‘땍땍’이라는 의성어와 함께 ‘때까치맹이’라는 직유로 묘사한다. 효원의 눈에 비친 등잔불의 모습이다. 그을음이 실처럼 오른다. 불꼬리가 펄럭 흔들렸는데, 그 모습이 새 혓바닥 같았단다. ‘펄럭’이라는 의태어와 ‘새 혓바닥 같은’이라는 직유가 결합되었다. 불꼬리의 날렵한 모습이 선하다. 거북, 여치와 베짱이, 때까치, 새 혓바닥은 묘사의 생동감을 살려준다.

 

둘째, 최명희의 표현은 과장법에 의존한다.

1) 먼저 익숙한 과장법을 본다.

짚신도 짝이 있다고(300)
날까지 가물어농게 오장육부가 다 말러 비틀어지는 판국에(17)
지척이 만리라고 매안이라 하난 곳이 어느 만한 거리인고.(64)

선남과 선녀 사이에 맺어지는 것이 짝일진대 하찮은 짚신에도 짝이 있단다.
오장육부는 몸, 신체의 구석구석을 과장한 표현이다. 지척은 가까운 거리인데 만 리라고 한 것은 자주 만나지 못한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사물의 실재 그 이상으로 과장된 표현을 씀으로써 작가는 글에 호소력을 불어넣는다.

2) 다음으로 상투적 과장법도 보인다.

조개바위가 뙤약볕을 받아 불덩어리처럼 달구어진다.(36)
한숨 소리가 이기채의 가슴에 흙더미 무너지듯 무너져 얹힌 것이(71)
제 몸 알기를 길가의 돌멩이처럼 천하게 굴리다니(86)

자연물을 이용한 표현법이다. 뙤약볕이 뜨겁기가 불덩어리 같다. 산사태는 무섭다. 한숨소리가 흙더미 무너지듯 무너졌다. 몸 알기를 길가의 돌멩이처럼 천하게 굴렸다고 한다.

3) 대비를 통한 과장법을 보자.

천상에서 놀던 각시가 세상으로 귀양을 왔더라오. 배운단 게 질쌈이요 부르나니 베틀가라.(44)
허망한 인생 …… 인생 백년이 풀끝에 이슬이라 하더니(211)
사람은 뼈와 살로 되어 있으나, 뼈로는 일을 하고, 살로는 정을 나누는 것인가 싶습니다. 헌데 나는 이미 살이 식은 사람이 아니요? (242)

세상으로 귀양을 와 겪는 고초를 겪는 이는 천상에서 놀던 각시라 한다. 인생 백년은 길고, 풀끝 이슬은 잠깐이다. 삶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뼈와 살에서 말하고자하는 것은 살이다. 그런데 뼈와 대비되면서 살의 뜻이 드러난다.

4) 마지막으로 창의적 표현을 보자.

왜 이렇게 사람을 문깐에다 촛대같이 세워 논당가아?(21)
닳아빠진 부지깽이조차도 오래 쓰면 넋이 생겨 아무 데나 버려서는 안된다.(240)
그만치 참고 살았으면 원 쇠심줄 창사라도 썩어 부리고, 그 창사가 구리라도 녹아 부렀겄소,(285)

사람은 촛대가 아니다. 사람이 오면 맞이해야지 세워놓는 것은 결례이다. 그런데 촛대같이 세워놓았다는 것은 무례를 범했음을 나타낸다. 부지깽이도 하찮은 물건인데 닳아빠진 부지깽이는 아무 데나 버려도 괜찮을 성싶다. 그런데 그런 물건도 오래 쓰면 넋이 생긴다 하였다. 창자는 부드러운 것인데 그 창자가 쇠심줄로 되었다면 이것은 과장이다. 그 쇠심줄 창자를 녹일 만큼 한의 세월이 길었다는 말일 것이다.

 

셋째, ≪혼불≫의 욕

매급시 지가 몬야 눈꾸녁에다 쌍심지를 돋과 갖꼬(25)
아니 저년 저 눈꼬리 저 입귀퉁이 좀 보아라. (81)
저노무 예펜네 눈꾸녁에 들케 놨이니 어쩌꼬.(272)
호랭이 물어갈 노무 에편네. 저도 알고 자픔서 매급시 똥구녁으로 호박씨를 까고 앉었네. (274)
수완 좋고 입심 좋겄다. 낯빤대기끄장 뻔뻔해 갖꼬는. (289)

눈이 아니다. 그냥 눈꾸녁이다. 심지가 아니다. 그냥 쌍심지이다. 욕을 할 때는 반드시 언사를 비틀어야 마땅하다. 바르게 말하면 그게 욕이겠는가. 눈이 아니다. 자칫 눈꼬리다. 입이 아니다. 자칫 입귀퉁이다. 똥꼬가 아닌 똥구년이다. 얼굴이 아닌 낯빤대기다. 비틀어야 한다. 그냥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점잖은 말은 욕설과 어울리지 않는다. 귀가 아니고 귓방방이다. 눈이 아니고 눈구녁이며, 코가 아니라 콧구녁이다. 얼굴이 아니고, 낮바닥이고 쌍판대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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