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魯迅 野草 題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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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부쳐

침묵하고 있을 때 나는 충실함을 느낀다. 입을 열려고 하면 공허함을 느낀다.

지난날의 생명은 죽었다. 나는 이 죽음을 크게 기뻐한다, 이로써 일찍이 살아 있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죽은 생명은 진즉 썩었다. 나는 이 썩음을 크게 기뻐한다, 이로써 공허하지 않았음을 알기 때문이다.

생명의 흙이 땅 위에 버려졌으나 큰키나무는 나지 않고 들풀만 났다. 이것은 나의 허물이다.

들풀은 뿌리가 깊지 않고 꽃도 잎도 아름답지 않다. 그렇지만 이슬과 물, 오래된 주검의 피와 살을 빨아들여 제각기 자신의 삶[生存]을 쟁취한다. 살아 있는 동안에도 짓밟히고 베일 것이다. 죽어서 썩을 때까지.

그러나 나는 평안하고, 기껍다. 나는 크게 웃고, 노래하리라.

나는 나의 들풀을 사랑한다. 그러나 들풀을 장식으로 삼는 이 땅을 증오한다.

땅불이 땅속에서 운행하며 치달린다. 용암이 터져 나오면 들풀과 큰키나무를 깡그리 태워 없앨 것이다. 그리하여 썩을 것도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평안하고, 기껍다. 나는 크게 웃고 노래하리라.

하늘 땅이 이렇듯 고요하니, 나는 크게 웃을 수도 노래할 수도 없다. 하늘 땅이 이렇듯 고요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니는 이 들풀 무더기를, 밝음과 어둠, 삶과 죽음, 괴거와 미래의 경계에서, 벗과 원수, 사람과 짐승, 사랑하는 이와 사랑하지 않는 사람 앞에, 증거 삼아 바치련다.

나 자신을 위해서, 벗과 원수, 사람과 짐승, 사랑하는 이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 나는, 이 들풀이 죽고 썩는 날이 불같이 닥쳐오기를 바란다. 그러지 않는다면 나는 생존한 적이 없는 것으로 될 것이며, 이는 실로 죽는 것 썩는 것보다 훨 불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거라, 들풀이여, 나의 머리말과 함께!

1927년 4월 26일
광저우 백운루에서, 루쉰
[번역] 魯迅 野草 題詞

 

한병곤
중국문학을 전공한 루쉰 연구자, 늘 세계의 다양한 얼굴을 언어로 담으려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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