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의 기저에 있는 은유는?
[적폐는 더러운 물건],
[도덕적 상호작용은 재무 회계],
[도덕성은 깨끗함]
나익주 (한겨레말글연구소)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분노하여 촛불을 들고 일어난 국민들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로 지칭되는 나라 현실에 분노하며 ‘박근혜 퇴진’ ‘부역자 처벌’ ‘적폐 청산’을 외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해 3월 탄핵을 당해 현재 수감 중에 있으며 비록 재판을 거부하고 있지만 스무 개가 넘는 범죄 혐의에 대한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으니, 촛불 시민들의 요구 중 하나는 이루어진 셈이다. ‘부역자 처벌’과 ‘적폐 청산’은 어떤가?
보수의 프레임 재구성: ‘적폐 청산’에서 ‘정치 보복’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시민혁명 덕택에 예정보다 수개월 앞서 실시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는 적폐 청산을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내세웠고, 당선된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적폐 청산’을 위해 그동안 쌓였던 많은 불법과 부정, 부패를 파헤치고 있다. 적폐 청산에 대한 현 정부의 이러한 강력한 의지는 장차관 워크숍에서 나온 “한반도 평화, 정의, 공정, 격차 완화, 적폐 청산 등은 우리 정부의 숙명……적폐 청산은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이자 국민이 뜨겁게 기대하는 것”이라는 이낙연 총리의 최근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적폐 청산’이 촛불시민들의 기대 수준에 도달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인지는 앞으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촛불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행한 국가정보원의 불법 댓글 공작과 선거 개입과 불법 사찰에 관한 의혹, 흔히 ‘사자방’이라 불리는 4대강개발 사업과 자원 외교와 방위 사업에 관한 의혹,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의 불법 상납 의혹 등을 명확히 밝혀내도록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적폐를 청산하려는 현 정부의 의지와 활동을 ‘정치 보복’이나 ‘복수’로 규정해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세력도 있다. 이러한 반발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전 한나라당, 새누리당), 심지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이 이끌고 있다.
- “적폐청산 내걸고 정치보복의 헌 칼 휘두르는 망나니 굿판을 즉각 중단하라!”
-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키기 위한 또는 이를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새 정부는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오로지 정치보복에만 집중을 하고 있다.……이제는 보복으로 일관하면서 나라 전체가 사분오열이 되고 있다.”
- “지금 서로 전(前), 전전, 전전전 (정권을) 때려잡느라고 완전히 정신이 없다.……복수하려고 서로 정권을 잡느냐. 나라를 잘되게 해야지 무슨 복수를 하려고 (정권을 잡나)……”
- “역대 이런 정권이 없었다.……이런 정치보복은 없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이렇게 하면 결국은 나라가 망가지는 것”
위의 표현은 바로 사람들의 관심을 정의의 문제인 적폐 청산에서 정쟁의 문제인 정치 보복으로 돌리려고 프레임을 재구성한 대표적인 사례의 일부이다.
적폐 ‘청(淸)’산: [적폐는 더러운 물건]
‘적폐 청산’은 두 개의 명사 ‘적폐(積弊)’와 청산(淸算)’으로 구성된 어구이다. 사전에 기록된 ‘적폐’의 문자적인 의미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나타내고, ‘청산’의 문자적인 의미는 “어떤 일이나 과거의 부정적인 요소를 깨끗이 씻어 버림”을 나타낸다. ‘청산’의 문자적 의미(“깨끗이 씻어버림”)는 청산의 대상이 깨끗하지 않은 상태, 즉 더러운 상태에 있음을 전제한다. 실제로 적폐의 사례에 들어가는 잘못된 관행, 부정부패, 비리, 부조리, 악습 등은 흔히 은유적으로 더러운 물건이나 물질로 개념화된다.
- 김 교수는 일제 식민 잔재의 청산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 왔다.
- 부정적인 과거의 청산 없이는 밝은 미래를 창조할 수 없다.
- 물론 과거 어떤 정부보다도 사회 부조리를 청산하려고 하고 국민들과 소통하려고
- 관내 관공서와 기관, 사회단체, 기업체들이 공동으로 부패 청산을 위한 청렴이행 서약을 함으로써 입찰과 용역, 물품구매 등 불공정행위를 하지 않기로 결의
-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수많은 악습을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적 지지가 높다”며 “국정원의 대공 업무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에 이관하는 것이다.
- 우리 사회 전반에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위의 표현들에서 ‘청산’의 대상인 ‘잔재’나 ‘과거’ ‘부조리’ ‘부패’ ‘악습’ ‘관행’은 명사로서 물리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물건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태나 과정, 행위와 같은 추상적인 사물을 가리킨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잔재’는 “과거의 낡은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의 찌꺼기”를 지시하고, ‘과거’는 우리의 감각기관으로 직접 지각할 수 없는 시간을 가리키며, ‘부조리’는 “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나 도리에 어긋난 행위” 즉 일종의 부정행위를 나타내고, ‘부패’는 “단백질이나 지방 따위의 유기물이 미생물의 작용에 의하여 분해되는 과정이나 현상”을 의미하며, ‘악습’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잘못된 행동 방식”을 가리키고, ‘관행’은 “오래 전부터 해오던 대로 행하는 행동”을 나타낸다. 청산의 대상인 ‘적폐’는 분명히 물리적인 물건이 아니지만, 은유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적폐들을 직접 지각할 수 있는 물건인 것처럼 이해한다. 이것은 위의 표현들에서 ‘적폐’가 “깨끗이 씻어버리다”를 의미하는 ‘청산(하다)’의 대상물 역할을 한다는 점에 반영되어 있다.
적폐 청‘산(算)’: [도덕적 상호작용은 재무 회계]
‘적폐’가 은유적으로 ‘더러운 물건’으로 개념화된다면, “적폐를 깨끗이 없애다”라는 의미는 ‘적폐 일소’라는 낱말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박정희는 1961년 5·16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뒤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약을 발표하면서 ‘일소’를 사용했다. 1979년 12·12군사쿠데타로 권력을 탈취하고 1980년 5월의 광주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진압하고 난 뒤 정치권력을 사유화하기 위해 전두환의 신군부가 조직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 목표에도 ‘일소’라는 낱말을 사용했다. 한 마디로 부정부패와 부조리, 사회악이라는 ‘적폐’를 ‘일소’하여 사회를 ‘정화’하겠다는 말이다.
- 이 나라 사회의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퇴폐한 국민도의와 민족정기를 바로잡기 위해 청신한 기풍을 진작시킨다. (1961년 5·16군사혁명 공약 3항)
- 국내외 정세에 대처하여 국가안보태세를 강화하고, 국내외 경제난국의 타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합리적인 경제 대책을 뒷받침하며, 사회 안정의 확보로 정치발전을 위한 내실을 다지는 한편 부정부패, 부조리 및 각종 사회악의 일소로 국가기강을 확립한다. (1980년 5월 31일 발표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활동 목표)
그렇다면 왜 굳이 ‘적폐청산’이라는 어구를 사용할까? 이 질문의 답은 낱말 ‘청산(淸算)’의 한 성분으로 “계산(하다)”와 “셈(하다)”를 뜻하는 ‘산(算)’에 있다. 따라서 ‘청소’나 ‘일소’와 달리, ‘청산(淸算)’은 “더러운 것을 깨끗이 쓸어버리다”라는 의미 이외에 “채무 채권 관계를 셈하여 정리하다”라는 추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추가적인 의미로 사용될 때, ‘청산’은 다음의 예문에서 보듯이 주로 ‘빚’ ‘체불임금’ ‘채무 관계’ 등의 표현과 결합한다.
- 나는 식당 인부와 밀린 밥값 청산 관계로 말다툼을 했다.
- 채무 관계의 청산이 이루어지고 나면 서둘러 이민 수속을 밟을 거야.
- 체불 임금을 청산하지 않은 사업주가 구속됐다.
- 100억 원에 달하는 빚을 청산하고 재기한 스토리
- 왕 회장은 “모든 해외 부채를 청산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빚이나 부채(負債)는 타인에게 갚아야 할 돈이다. 빚을 주고받을 때 우리는 계산을 한다. 지속적인 거래에 대해서는 받아야 할 빚인 채권(자산)에 대해서는 대변에 기록하고 갚아야 할 빚인 채무(부채)에 대해서는 차변에 기록하며 거래 장부의 대차대조표의 균형을 맞춘다. 사회적 관계에서 빚을 갚는 것은 도덕적인 행위이지만 빚을 갚지 않는 것은 비도덕적인 행위이다. 우리는 이 금전 거래에 내포된 도덕성을 확대해 일반적인 도덕성을 이해한다. 따라서 금전적인 빚은 물론 도덕적 빚도 갚아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의무이다. 그런데 “금전 거래에서 채권과 채무 관계를 계산(셈)하여 정리하는 절차”를 가리키는 ‘청산’이 ‘적폐’를 서술하는 데 사용된다. 이것은 삶에 해악을 끼치는 적폐를 빚으로 간주하고 적폐라는 빚을 다 정리하는 것을 도덕적인 의무로 개념화하는 은유적인 사고방식을 반영한다.
‘적폐 청산’ 쟁탈전: 문재인이 말하는 ‘적폐’ 대 이명박·박근혜가 말하는 ‘적폐’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통치 기간에 자신들의 삶이 이전보다 훨씬 더 팍팍해졌다고 느끼며 많은 국민들은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게 자신들의 삶이 해악을 끼치는 수많은 적폐를 청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다음 표현은 촛불시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적폐 청산에 대한 언론 보도의 일부이다.
- 적폐 중의 적폐, 공공기관 채용비리와의 전쟁 선포
- 새 정부가 공공기관의 적폐 중 하나인 탈세 근절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 제주 영리병원, 또 하나의 ‘박근혜 적폐‘: 문재인 정부, 지금이 ‘의료 영리화 반대’ 공약 실행할 적기다
-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은 ‘적폐‘: ‘통신 민영화 15년, 이대로 갈 것인가’
- 이○동 후보는 “재벌은 부의 편법·탈법·불법 승계가 이어져온 적폐이며 정경유착을 통해 재구조화하고 강화됐다”면서
- 금융위원장 “관행이란 명목 하에 이뤄졌던 채용비리, 황제연봉 등 금융권 적폐 청산하겠다“
- 도제식 수련환경과 우월적 위치를 이용한 갑질과 폭력과 같은 인권유린은 바로 의료계의 대표적 적폐라는 지적이다.
- “기술 탈취는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함께 대기업의 대표적 갑질 횡포로 반드시 근절해야 하는 적폐“라며
하지만 적폐 청산 요구는 촛불 시민들이나 진보주의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보수주의자들도 적폐 청산을 요구한다. 이명박 정부는 좌파가 집권한 잃어버린 10년 동안 쌓인 적폐를 청산해야 나라가 선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박근혜 정부는 국민안전을 위해 ‘국가개조’ 차원에서 60년간의 적폐 청산을 외쳤다. 보수의 ‘적폐 청산주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과 박근혜 정부 시절의 언론 보도를 찾아보면 수많은 기사와 논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이러한 언론 보도의 일부이다.
- 이명박 정부와 제1당이 된 한나라당부터 과거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고 과감한 변화 드라이브로 선진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
- 감사원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에 대한 감사(예비조사)에 나섰다.……박근혜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적폐(積弊)를 청산하는 국가 개조 방안으로 ‘관피아(관료+마피아)’와 비리사슬 대책을 이달 중순 발표한다.
- 朴(근혜 대통령) “약도 먹다 끊으면 내성 생겨…적폐 꼭 청산”: 장관 임명장 수여식서 강조
- 홍(준표) 후보의 청산 대상은 ‘종북 세력’과 ‘강성 귀족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다. 홍 후보는 “친북세력이 대북정책을 결정하고, 민주노총이 경제정책 결정하고, 역사 부정 전교조가 교육을 망치고 있다”며 “집권하면 이 세력들을 1년 안에 없애버리겠다”고 말했다.
- 이명박 정부를 출범시킨 민심과 시대적 흐름의 핵심은 무엇일까.……좌파 정권의 적폐(積弊)를 고치겠다는 말은 무성했지만 실제 성과는 미흡했다. 글로벌 경제악재가 눈 덩이처럼 커졌는데도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민생 대책은 늘 몇 발씩 늦었고 기업규제 혁파는 지지부진했다.……전교조와 민노총, ‘정연주 시대 KBS’로 대표되는 교육, 노동, 방송 분야 일각의 좌편향을 시정하는 것도 우리 공동체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시급한 과제다.
자신들이 집권하던 시절에 나라의 ‘선진화’와 ‘개조’를 위해 ‘적폐청산’이 필수적이라 강조했던 자유한국당은 야당이 된 이후에는 현재의 문재인 정부에서 시도하고 있는 ‘적폐청산’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왜 그들은 얼핏 자기 모순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을까? 단지 책임을 피하기 위해 국면을 시도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진보의 세계관에 따르면 그들의 주장은 자기 모순적임에 틀림없겠지만, 보수의 세계관에서 보면 자기 모순적이 아니다. ‘적폐청산’이란 말을 할 때 그들이 떠올리는 해석은 ‘적폐청산’에 대한 진보주의자들의 해석과 다르다. 그들은 다만 자신들의 보수적인 세계관에 충실하게 ‘적폐청산’을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보수의 도덕성 체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힘’과 ‘권위’이고 합당한 권위와 힘의 행사에 걸림돌이 되는 것들은 모두 당연히 적폐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잘못된 관행, 부정부패, 비리, 부조리, 악습 등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데에는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거의 모든 국민들이 동의한다. 그렇지만 무엇을 즉시 청산해야 할 적폐의 사례로 보는가는 진보와 보수의 우선순위가 다르다. 정의당을 비롯한 한국의 진보는 정경유착에 의한 부정부패나 재벌의 독과점,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재벌의 편법 승계나 내부 거래, 노동조합 탄압, 열악한 노동환경, 인권 유린적인 시위 진압, 도시의 주거 생태계와 환경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재개발, 특정 대학 출신들에게 특혜를 주는 채용 행태, 권력의 청탁에 의한 취업 등을 국민들의 삶에 해악을 초래하는 적폐로 규정한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는 이른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 안전을 위한 규제, 기업의 자유를 장려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정당,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조합 활동,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저항, 이른바 종북 좌파들의 북한에 대한 유연한 태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전교조의 활동,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무시안일 공무원, 기업의 이윤추구와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방해하는 세입자들의 무리한 생존권 보장 요구 등을 시급히 타파해야 할 적폐로 규정한다.
[평안함은 부] 은유: 적폐 감소는 이익, 적폐 증가는 손실
우리는 더러운 음식보다는 청결한 음식을 먹을 때, 탁한 공기보다 맑은 공기를 마실 때, 흐리고 탁한 물보다 맑고 깨끗한 물을 마실 때, 불균형으로 넘어질 때보다 균형을 잡고 바로 서 있을 때 더 평안함을 느낀다. 따라서 오염된 물이나 공기, 음식은 일상생활에서 우리에게 해악을 끼치는 더러운 물질/물건이다. 주변 환경을 더럽게 만드는 것은 타인의 삶에 손해를 끼치는 비도덕적인 행위인 반면, 주변의 더러운 물건이나 물질을 깨끗하게 치우는 것은 타인의 삶을 이롭게 하는 도덕적인 행위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조리, 부정부패, 불공정 관행 등의 적폐는 사람들의 삶에 불편을 끼치며, 적폐의 해소는 사람들에게 평안을 준다. 따라서 은유적으로 [적폐]는 우리의 삶에 불편을 초래하는 [더러운 물건/물질]이며, 이 [더러운 물질/물건(적폐)을 치우는 것]은 [삶에 평안을 가져다주는 도덕적인 행위]이다. 그리고 궁핍할 때보다 부유할 때 더 평안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우리는 평안함을 흔히 부(富)의 관점에서 개념화하여 평안함의 증가를 이익으로 이해하고 평안함의 감소를 손실로 이해한다. 따라서 도덕성을 회계의 관점에서 이해할 때, 정의는 바로 도덕적 회계 장부의 차변(적폐 감소)과 대변(적폐 증가)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된다. 달리 말하면 적폐 증가는 은유적으로 손실이고 적폐 감소는 이익이며, 적폐를 완전히 청산하는 것은 도덕적 장부의 수지 균형을 맞추는 것이고 바로 정의를 세우는 일이다.
그러면 도덕적 장부의 수지 균형은 어떻게 맞출 수 있는가? 바로 보답(reciprocation), 응징(retribution), 보복(revenge), 배상(restitution), 이타주의(altruism) 등의 방식을 통해 실현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적폐 청산’과 ‘정치 보복’이 프레임 전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지만, ‘보복’은 도덕적 수지 균형을 맞추는 것―청산―의 한 방식일 뿐 결코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다.
보수가 말하는 적폐와 진보가 말하는 적폐 중 어느 적폐를 청산할 것인지는 결국 국민들의 몫이다. ‘적폐 청산’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보수와 진보 중 누가 승리할 것인지.
????말과 글???? 2018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