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후 허슬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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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후 허슬_2

 

 

나는 이글을 쓰다가 내가 아버지의 과거에 그동안 너무 무심했음을 알게 되었다.
도대체 아버지는 만주에서 무엇을 하셨을까?
벌목도 하고 운전도 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결코 그게 전부 일 수 없다.

나중에 조금 들어 알게된 도가술 이나 화투비술, 격투기술,,, 이런게 그렇게 쉽게 배워지는게 아니지 않는가?
운전만 해도 자동차도 귀한 당시에 배우기 어려운 기술이 아닌가.
아버지 돌아가신지 25년이 되어서야 이런게 궁금해지다니…

기억을 더듬어 아버지의 과거를 이해할 수 있는 비사를 찾아 보았다.
아버지로부터 들은 얘기 중 지금 기억나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아버지는 버스에서 내려 양손에 상당히 무거운 가방을 하나씩 들고 걷기 시작하였다.
외진 산길로 들어서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어 돌아보니 수십미터 뒤에 한 청년이 지팡이를 짚으며 따라오고 있는게 아닌가 !
해는 지기 시작하고 행인은 아무도 없는데 그 청년과의 거리는 조금씩 조금씩 좁혀져 거의 10 미터 정도가 되었다. 비록 짐을 들었다고 해도 일반인의 걸음이 운동으로 단련된 나보다 빠를 수 없다.
낙엽을 밟는 발자국 소리에 걸음걸이가 규칙적이고 안정감 있는게 분명 고수인 것 같다.
손에 막대기 하나만 들고 있으면 누구에게도 자신이 있지만 상대가 나를 아는 놈이라면 지팡이를 들고 있는 상태에서  맨손으로 절대 상대할 수 없다.
상대는 뒤에 있고 나는 앞에 있으니 선수도 저놈에게 뺏긴 상태다.
게다가 지금 양손에 짐을 들고 있지 않은가?
10미터면 가방을 내려놓고 돌아서는 순간 상대는 한두 걸음에 다가와 지팡이로 칠 것이다. 그 일격을 도저히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뛰어 달아날 수도 없다. 버릴 수 없는 무거운 짐이 있지 않은가?
방어할 수도 달아날 수도 없는 상황임을 느끼자 죽음의 공포가 눈앞에 어른 거렸다.
한두번 죽을뻔 한게 아니지 않는가?
이렇게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으로 보아 상대도 내가 두려운 것이다.
그러다면 상대는 완벽한 기회를 노리고 있을것이다.
지팡이를 휘두르는 최적의 공격 거리는 5 미터 정도 될 것이다.
지금 가까워지는 속도로 보아 앞으로 50미터 거리에 이르렀을때 치명적 일격이 올 것이다.
50미터 앞에 약간 넓은 공터가 보이고, 2-30미터 앞에 큰 나무를 잘라낸 의자 높이의 그루터기가 보였다.
상대는 저 공터에서 승부를 볼 때 가장 확실하다. 저놈은 저 공터에서 쳐 올것이다.
내가 살수 있는 곳은 저 나무그루터기 뿐이다.
아버지는 나무 그루터기를 조금 앞에 이르러 뒤에 들릴 만큼

“아 좀 쉬어갈까 ?”

하며 자연스럽게 나무 그루터기에 돌아 앉으며 뒤따라오는 청년을 마주보는 자세를 취하였다.
이때 쳐오면 죽을 수 밖에 없다.
상대가 지나친다면 적이 아닐 수도 있고, 적이라고 해도 나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상대가 완벽한 기회를 위해 공격을 미루고 멈춘다면 상대의 리듬을 깰 수 있다.
상대는 아버지 앞에서 걸음을 늦추었다.
그 순간 아버지는 말하였다.

“아이고 나 좀 도와주시오”
“뭐를 도와 드릴까요?”
“산길을 같이 걷게 된것도 인연인데 내 가방 하나만 들어 주시오”
“그럽시다”

아버지는 무거운 가방을 상대에 맡기며 상대방의 손바닥을 덮은 굳은 살을 보았다.
아버지는 상대보다 조금 뒤쳐져 걷기 시작하였다.
상대의 리듬을 깨고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불리하다. 상대가 새로운 리듬을 찾는데 조금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에 변수를 만들어야 한다.
몇 분 걷다가 길가에서 적당한 막대기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 막대기를 집어들며 생각하였다.
(덤벼라, 네가 누구든 간에 나만 죽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두려움은 사라지고 여유가 생기자 상대에게 말을 붙이고 대화가 시작되었다.
얼마 후 샛길 갈림길이 나오자 그 청년은 가방을 돌려주고 샛길로 빠져나갔다.

아버지 말에 의하면, 검술을 일정 수준 익힌 사람 손에 막대기가 있으면 아무리 고수라도 맨손으로는 상대할 수 없다고 한다.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맨손으로 진검의 검사를 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막대기 길이만큼 공격 범위가 넓기 때문에 그만큼 더 빨라야 하는데 고수들의 빠르기는 차이가 있다고 해도 그게 정말 작은 차이여서 무기의 길이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고 한다. 아버지는 검에 가장 자신이 있었고 손바닥의 굳은살은 검을 잡는 사람의 특징이어서 손바닥을 한번 보는 것 만으로 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아무리 고수가 되어도 한주먹이 두주먹을 당할 수 없으니 주먹으로 흥한자 주먹으로 망할 수 밖에 없다고 하였다.

시간을 두고 이 이야기를 분석해 보고 뭔가 발견하면 다음기회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

 

배석철
암 억제 유전인자에 관한 그의 연구가 Cell지에 수록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자이다. ‘동고송’은 배교수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들려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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