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0
234

2부 인간이란 무엇인가?

  1. 나는 천하를 바꿀 수 있다 『대학大學』
  2. 우물에 빠진 아이를 보면 왜 구하고 싶어지는가? 맹자 『맹자』
  3. 내 책 한 편을 읽어 주고 내 책 한 부분이라도 베껴 두라 정약용 『목민심서(牧民心書)』
  4. 현실에서 인간의 의지를 구하라 순자 『순자荀子』
  5. 지켜지지 않는 원칙은 변칙일 뿐이다 한비자 『한비자韓非子』

2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류의 오랜 숙제이다. 인간의 본성은 본래 선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인간이 본성은 본래 악하다는 주장도 있다. 여기에 인간의 본성은 본래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의견까지 가세한다. 무엇이 옳은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인간이 본래 선하다면 극악무도한 자들의 존재, 온갖 범죄 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반대로 인간이 본래 악하다면 수많은 사람들의 선행, 미담 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간의 본성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올바른 행위와 삶의 기준은 인간의 밖, 즉 인간의 외부에 있는 것인가.

이런 어려운 문제에도 불구하고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는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본성을 가리자는 것이 단지 인간의 선함과 악함에 대한 규명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현실의 여러 문제에 대한 해법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진다.

제2부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성선설, 악하다는 성악설, 본래 정해져 있지 않다는 학설에 입각하여 정치, 사회 등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 저술한 다섯 권의 책을 해설하였다. 유학 4서의 하나인 『대학』, 왕도정치를 주장하는 맹자의 『맹자』, 목민관의 자세를 다룬 정약용의 『목민심서』, 예(禮)의 정치를 주장하는 순자의 『순자』, 법치를 주장하는 한비자의 『한비자』가 그것이다.

『대학』과 『맹자』는 성선설에 입각하여 스스로 수양하고 백성을 다스리라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을 말한다. 그래야 천하가 화평해지고 왕도정치가 실현될 수 있다. 『순자』와 『한비자』는 성악설에 입각하여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억제하고 다스릴 수 있는 규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순자는 그 규범을 예라 했고, 한비자는 보다 강제력 있는 법이라 했다.

성선설과 성악설은 근본적 대립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공통점이 더 크다. 맹자와 순자 그리고 한비자까지도 인간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변화할 수 있고, 인간이 변화하면 사회와 국가 그리고 온 천하가 바뀔 수 있음을 그들은 믿었다. 정약용 역시 마찬가지이었다. 지방 수령들의 수탈과 비리, 그로 인한 백성들의 고통을 보면서 정약용은 분노했고 고발했다. 그러나 정약용이 하고자 한 주장의 핵심은 바뀔 수 있음이었다. 바뀔 수 있음에 대한 믿음으로 정약용은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순자의 다음 한 마디는 인간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도 모두 우임금(중국의 성인)처럼 될 수 있다.”

  1. 나는 천하를 바꿀 수 있다 『대학大學』

치수가 안 맞으면 못을 박을 수 없다

나무나 쇠를 가지고 90° 각도로 만든 ‘ㄱ’ 모양의 자를 곱자라고 한다. 이 곱자를 가지고 재는 것을 한자로 ‘혈구(絜矩)’라고 한다. 혈구를 하는 사람은 목수다. 『대학(大學)』의 ‘혈구지도(絜矩之道)’는 목수가 곱자로 재듯 자신의 처지를 미루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뜻이다. 곱자가 나 자신이라면 곱자로 재는 나무는 타인이다. 잘못된 곱자로는 각도도 치수도 잴 수 없다. 잘못된 곱자로 재단된 나무로는 집을 지을 수 없다. 올바르지 않은 자신으로는 타인을 제대로 헤아릴 수 없다. 그 사람이 지도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비뚤어진 잣대를 가지고 사람을 재단하면 편견이 된다. 편견을 가진 사람이 사람을 다스리면 불공평이 된다. 불공평하니 공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조직은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기울어진다. 기울어지면 쓰러진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다. 결국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자 해결점은 자신이다. 누군가의 위에 있고자 한다면 자신에게 돌아가 보자. 『대학』은 요구한다. 다스리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을 다스려라.

『대학』은 『중용』과 함께 『예기』에 수록되어 있던 소책자이다. 이 소책자를 독립시켜 별도의 책으로 만든 사람은 중국 송나라 때 유학자 사마광(司馬光)이다. 그러나 『대학』을 결정적으로 중요한 책자로 받들게 된 건 주희 때문이었다. 주희는 『대학』을 『논어』, 『맹자』, 『중용』과 함께 유학의 4서로 자리매김하고, 4서를 읽을 때 『대학』부터 읽으라고 했다.

나와 천하를 받드는 세 개의 기둥

『대학』은 이렇게 시작된다.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으며(명명덕, 明明德), 백성을 새롭게 하는 데 있으며(친민, 親民), 지극한 선에 머무는 데(지어지선, 止於至善) 있다.”

‘대학’에는 ‘대인(군자)의 학문’이란 뜻과 ‘최고 교육 기관의 교육 이념’이라는 뜻이 함께 있다. 또한 대학은 통치자를 위한 학문이기도 하다. 『대학』의 첫 문장에 대인(군자)이 학문을 하는 목적과 최고 교육 기관에서 교육을 하는 목적이 드러나 있다. 통치자 또는 고급 관료가 일반 민중들을 다스리는 목적이 밝혀져 있다. ‘밝은 덕을 밝히는 것(明明德’),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親民)’, ‘지극한 선에 머무는 것(止於至善)’. 주희는 이 세 가지를 ‘『대학』의 세 강령’이라고 불렀다.

첫 번째 강령 ‘밝은 덕을 밝힘(명명덕, 明明德)은 천하의 시작이 개인임을 보여준다. ‘밝은 덕’은 사리를 올바로 분별하고 인식할 수 있는 ‘덕’을 뜻한다. ‘명명덕’은 사람들이 본래 가지고 있는 덕을 잃지 말고 더욱 더 갈고 닦도록 하자는 말이다. 두 번째 강령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친민, 親民)’은 명명덕이 사회로 확장된 단계이다. 민심을 밝고 새롭게 하여 침체하거나 타락하지 않도록 하자는 말이다. 사람들은 현재에 얽매어 진보의 마음을 잃어버리기 쉽다. 따라서 통치자는 언제나 이상을 추구하여 문화 수준 향상과 민중의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 번째 강령 ‘지극한 선에 머무는 것(지어지선, 止於至善)’에서 지극한 선이란 ‘지극히 착하고 올바르고 잘하는 경지’를 말한다. 따라서 ‘지극한 선에 머무는 것’은 사회 전체, 국가 전체가 진보하여 지극한 선에 이르고, 거기에 편안히 머무는 것을 뜻한다. 다른 말로 하면 이상 국가와 이상 사회에 이르는 것이다. 이것이 통치자가 추구하는 마지막 목표이자 최고의 목표이다.

격물치지(格物致知) 성의정심(誠意正心)

세 강령은 『대학』이 제시하는 근본이념이다. 세 강령은 나를 닦고 사람을 다스린다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을 하자는 주장이다. 수기치인(修己治人)은 어떻게 가능한가? 『대학』은 그 방법을 이야기한다. “사물의 이치가 궁구된(격물, 格物) 뒤에야 앎에 이르고(치지, 致知), 앎에 이른 뒤에야 뜻이 정성스럽게 되고(성의, 誠意), 뜻이 정성스러워진 뒤에야 마음이 바르고(정심, 正心), 마음이 바른 뒤에야 자신의 덕이 닦이고(수신, 修身), 자신의 덕이 닦인 뒤에야 집안이 정돈되고(제가, 齊家), 집안이 정돈된 뒤에야 나라가 다스려지고(치국, 治國), 나라가 다스려진 뒤에야 천하가 화평케 된다(평천하, 平天下).”

한자로 써 놓은 항목을 눈여겨 보자.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 주희는 이 여덟 개 항목을 ‘8조목’이라고 불렀다. 이 8조목이 바로 세 강령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야 할 구체적인 사항이다. 흔히 주변에서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자기 집 하나 간수 못하면서 무슨 일을 하냐는 얘기도 듣게 된다. 『대학』의 8조목을 인용하여 쓰는 사례들이다.

‘격물치지’는 사물의 참된 모습을 밝혀 명확한 지식을 얻는다는 뜻이다. 격물치지는 일종의 과학적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물에 격한다는 ‘격물’은 사물에 부딪쳐 궁극적 이치를 파악한다는 말이다. ‘성의’는 자기의식을 명확하게 한다는 말이다. 성의를 위해서는 격물치지에 의한 사물의 인식이나 지식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이성과 지혜에 의해 지탱되지 않고 감정과 기분에 치우친 자기의식은 결코 안정적일 수 없고, 결국에는 마음대로 하는 것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를 주시하고 있을 때, 사람들은 과장한다. 착한 척, 멋있는 척하는 이유는 누군가 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이 위선임을 안다. 군자는 다르다. 누가 보지 않아도 홀로 있어도 자신의 마음을 정성스럽게 하고 몸을 삼간다. 홀로 있어도 열 눈이 나를 바라보고 열 손가락이 항상 나를 가리키고 있는 것처럼 삼가는 것이다. 성의하면 정심할 수 있게 된다. ‘정심’은 뜻한 바를 공정하게 한다는 말이다. 자기의식이 명확하고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자신의 목표에 집중할 수 없고, 나아가서 공정을 유지할 수도 없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대학』의 8조목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나의 단계는 앞으로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이 된다. 정심의 다음은 수신이다. ‘수신’은 위엄 있는 태도를 엄정하게 하고 말과 행동을 신중하게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정심이 필요하다. 지향이 공정하지 않으면 자기 몸을 추스를 수 없다. ‘제가’는 가장으로서 가족과 친족을 통제하여 평화롭고 안락하게 한다는 말이다. 제가를 위해서는 수신이 필수적이다. 자기 자신을 추스르고 모범을 보이지 않는 가장이 어떻게 일가를 통제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 말하는 집의 개념은 지금과 다르다. 고대 중국의 가(家)는 본인의 형제, 자매, 자식, 조카, 숙부모, 피고용인 등을 포함한 대가족, 혹은 분가한 많은 대 친족을 가리켰다. 우리 식으로 하면 가문에 해당된다. 가장은 인간관계의 통제 외에 가문의 재산 관리, 대외관계 등 여러 종류의 업무를 처리해야 했으므로, 제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치우치지 않음이다. 치우치면 불공평하게 되고 불공평하면 불화가 생긴다. 형제가 재산 때문에 다투고 친척들이 서로 적대하는 것도 모두 치우침에서 생겨난다.

편견은 자신을 망친다. 자신이 올바르지 않으니 집안을 망친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고, 나쁜 점에서 좋은 점을 찾아 북돋아주며, 나쁜 점을 고쳐 좋게 나아가는 것이 가장의 책무다. 집안을 잘 다스리면 한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 제가가 잘 되면 다음에는 군주, 대신으로서 한 국가의 정치와 부딪히게 된다. 국가 정치가 잘 되어 치적이 크게 오르면 마지막으로 천자, 재상으로서 천하의 통제에 임한다. 그래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포부를 펼치고, 모든 사람들이 하늘이 부여한 ‘밝은 덕’을 발휘할 수 있게 하여 태평하고 안락한 세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것이 ‘치국, 평천하’이다. 평천하는 명명덕을 이루는 것이다. 『대학』은 평천하의 방법으로 처음 말한 혈구지도를 든다.

평천하 다음의 단계는 무엇일까? ‘명명덕(밝은 덕을 밝히는 것)’이다. 명명덕이 되면 다음 단계인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으로, 그리고 마지막 목표인 ‘지극한 선에 머무는 것’으로 나아가게 된다.

다스리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을 다스려라

『대학』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군자는 우선 자신을 지적으로, 감정적으로 다스릴 수 있도록 학문을 연마한 후에, 사람을 다스리고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 『대학』에는 개인적으로 사물의 이치를 캐고 깨닫는 기초 수준에서부터 천하를 화평하게 다스리는 최고 수준에 이르기까지 아주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단계별로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야 할 것(격물에서 수신까지)->집안 차원에서 해야 할 것(제가)->국가 차원에서 해야 할 것(치국, 평천하)으로 발전하면서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대학』은 개인의 학문과 정치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한 개인의 변화는 집안과 사회,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인 변화를 이끈다. 내가 바뀌면 천하가 바뀐다. 그래서 『대학』이 주장하는 바는 개인의 소중함이다. 나는 천하를 바꿀 수 있는 인물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조건이 있다. 천하를 바꿀 사람이 되려면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 나는 리더가 될 수 있다. 리더의 덕목을 갖추면.

Tip.

『대학』은 ‘대인(大人,성년 남자)의 학(學,교육)’을 줄인 말이다. 원래 『예기』(禮記,기원전3∼2세기 秦漢초에 편집 완성)에 수록된 한편이었던 것을 주희(朱熹,1130- 1200)가 그 중요성을 인정하여 지식인 필독서인 『사서』의 하나로 편찬한 때부터 널리 읽히게 되었다. 성인들의 교육의 목적(明德,新民,至善)과 8과제(格物,致知,誠意, 正心;修身,齊家,治國,平天下)가 조리있게 설명되어 있다. 이를테면, 동양고전문화의 교육헌장인 셈이다.(송영배, 서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인민노련 홍보부를 담당하면서 6월 항쟁을 현장에서 이끈 숨은 일꾼. 술만 사 준다면 지옥에도 함께 들어갈 천진무구한 청년이다.

의견을 남겨 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