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 ‘귓속말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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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말의

장석

귀를 나팔꽃마냥 피워요
이껏 없던 이야기
가장 기쁜 소식을 소곤댈게요
새벽 숲에 속삭이는 새처럼
동죽조개의 작은 혀처럼
나에게만 했던 귓속말을 할게요
심장 속으로만 퍼붓던 웅변을요
이쪽에 홍매 열리고
저쪽엔 참변입니다
이편에 봄볕 내리고
저편은 슬픈 울음소리 핍니다
공모하지 않고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지요
어떤 입이 어떤 귀 안에
모든 입이 모든 귀를 붙잡고
악의는 침묵의 고막에
무지는 욕심의 달팽이관에
펄펄 끓는 유혹을
먼지 날리는 메마른 말들을
뱀들 사이의 신뢰를 부어 넣습니다
귀를 여세요
꽃처럼 활짝 피우세요
씨방으로 이르는 길을 여세요
평생 동안 제게 물어왔던 당신에게
미처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귓속말을 할게요
우리도 사랑을 공모하지 않고
여정을 함께 찾지 않는다면
이 봄 새로 돋는 질문에
어찌 대답할 수 있겠어요
장석
영혼이 맑고 언어가 우아한 청년, 20대의 나이에 등단한 천재 시인. 통영에 가면 장 석 시인을 찾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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