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드 『꿈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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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속에서 인간 정신을 발견하다

프로이드 꿈의 해석

 

무의식에 관심을 두다

 

그리스 신화에서 에로스는 사랑의 신이고 타나토스는 죽음을 의인화한 신이다. 그러나 프로이드(S. Freud, 1856~1939)에게 있어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신화 속의 신을 의미하지 않는다.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우리 정신활동의 두 축을 이루는 에너지다. 에로스는 생의 본능이다. 생명을 유지하고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게 하는 본능이 그것이다. 타나토스는 죽음의 본능이다. 생물이 무생물로 환원하려는 것처럼, 타나토스는 자신은 물론 타인과 환경을 파괴하고 처벌하고 공격하려 한다.

에로스는 리비도(libido)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리비도가 자신을 사랑하면 자기애 즉 나르시시즘이 되고 바깥을 사랑하게 되면 대상애가 된다. 리비도의 심연에는 이드(id)가 자리하고 있다. 이드는 리비도의 원천이자 자아인 에고(ego)와 초자아인 슈퍼에고(super-ego)의 바탕이 된다. 이드는 쾌락을 추구하려 한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 속에서 이기적인 쾌락을 추구할 수 없다. 이드의 쾌락 추구를 현실에서 적절히 타협을 보게 하는 것이 에고, 즉 자아다. 여기에 초자아인 슈퍼에고가 결합된다. 사회에는 개인이 지켜야 할 도덕과 양심, 금기가 있다. 그것을 지키게 하는 것이 초자아다. 초자아는 이드에 의해 극단적인 쾌락을 추구하려는 자아를 통제한다.

프로이드는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넘나든다. 프로이드 이전에 인간의 무의식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사람들은 꿈을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이해했다. 그들에게 꿈은 신의 계시였고 미래에 대한 암시였다. 꿈은 수많은 속설을 낳았고 꿈의 해석은 미래와 결부되어 있었다. 그러나 프로이드는 꿈을 완전한 심적 현상이며 소망에 대한 충족이라고 이야기한다.

프로이드는 오스트리아의 모라비아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장래에 정치가가 되려고 생각했지만, 당시 유대인이 빈에서 종사할 수 있는 직업으로는 실업가나 변호사 아니면 의사가 무난했기 때문에 의학을 공부하였다. 31살 때인 1886년부터 신경병 전문의로 개업하여 히스테리 환자를 취급하면서, ‘꿈의 해석’에 연구를 집중했다. 그 결과 1900년에 『꿈의 해석』을 발표했다.

 

억압당한 무의식의 세계

 

『꿈의 해석』에 포함된 내용의 대부분은 1896년에 연구가 완료되었다. 그러나 이 책이 간행된 것은 1899년 11월 4일이었고, 출판 연도는 발행자에 의해서 1900년으로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는 참담한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꿈의 해석』은 초판 600부가 발행되었는데, 그것을 다 파는 데 무려 8년이 걸렸다. 그러나 오늘날 이 책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간 사상의 위대한 고전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초판이 발행된 지 22년 후에 발간된 영문판 ‘서문’에서 프로이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 책은 세상에 나왔을 때 심리학에 새로운 공헌을 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지금 보아도 이 책에는 내가 해낼 수 있었던 모든 발견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에서 서술한 바와 같은 식견은 평생에 오직 한 번밖에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프로이드가 스스로 한 번밖에 찾아오지 않는 식견을 담았다는 『꿈의 해석』에는 꿈에 관한 이론이 남김없이 논술되어 있다. 프로이드가 이 책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꿈에는 뜻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프로이드는 꿈의 일부분이 과거의 사건과 결부되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래서 프로이드는 “현실 생활에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어린 시절의 자질구레한 일까지 끄집어낸다.”고 말한다. 물론 꿈은 과거 사건의 단순한 재연이 아니다. 꿈을 통해서 잠재해 있거나 억압당한 무의식의 세계가 드러난다.

프로이드는 한 여성이 꾼 꿈을 예로 들었다. 그 여성이 꾼 꿈의 내용은 지극히 단순하다. 그 여성은 꿈에서 친구와 함께 5번가에서 검은 모자를 샀다. 이 꿈을 해석하기 위해 프로이드는 그 여성의 몇 가지 경험을 분석하였다. 그 여성은 꿈꾸기 전날 친구와 함께 5번가를 걸었다. 그 여성의 남편은 아파서 집에 누워 있다. 그 여성은 남편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그 여성은 결혼 전에 알고 지내던 남자가 있다. 그 여성은 모자라면 사족을 못 쓰지만 많은 모자를 살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다.

프로이드는 그 여성의 꿈에 담긴 잠재의식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였다. 그 여성은 결혼 전에 알고 지내던 남자와 결혼할 수 있는 자유로운 몸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남자와 결혼하였다면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꿈속에서 그 돈을 쓰기 위해 새로운 모자를 쌌다. 즉, 그 여성이 꿈에서 돈을 쓴 것은 다른 사람과 결혼함으로써 자신의 경제적 지위가 달라진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남편에 의해 방해를 받고 있다. 그래서 꿈속에서 남편과의 관계가 남편의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을 표명하였다. 그 여성이 꿈속에서 산 모자는 상복을 의미하는 검은 모자이다. 결국 그 여성의 꿈에는 남편의 죽음, 옛 애인과의 결혼 그리고 많은 돈을 갖고 싶다는 욕구 등이 복합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여성의 꿈은 억압되고 금지된 욕구가 변장하고 왜곡되어 표현된 것이다. 그런 변장과 왜곡은 수면 중인 상태에서도 무의식이 의식으로 진출할 때 검열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꿈은 어떻게 해석되는가?

 

꿈은 한 편의 짧은 영화와 같다. 꿈이 영화와 다른 점은 영화가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반해 꿈은 스토리를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지난 밤 꾸었던 꿈을 생각해 보자. 꿈속에서는 생생하였던 것 같은데 막상 그 내용을 떠올려 보면 대단히 막연해질 것이다. 꿈은 그 자체가 의미를 갖거나 시종일관되거나 잠재의식을 조금이라도 필연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꿈의 내용은 수수께끼와 같다. 꿈은 외견상 황당무계하거나 비논리적이다. 그래서 꿈은 해석을 해야 비로소 본래 표현하고자 했던 내용이 분명해진다. 그런데 꿈을 해석함에 있어 주의할 점이 있다. 꿈은 논리 정연한 스토리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꿈의 내용을 논리정연하게 전달하려면 가공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공 때문에 잠재의식의 내용을 왜곡시켜 꿈을 해석할 때 과오를 범하게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왜 꿈을 꾸는가? 프로이드는 사람들이 소망을 충족하기 위해 꿈을 꾼다고 말한다.

 

꿈이 인간에게 미래를 예시해 준다고 믿어 온 것에 일면의 진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꿈은 인간의 소망이 충족된 것으로 나타내 줌으로써, 어느 의미에서 인간을 미래 속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꿈을 꾸는 사람이 현재로 알고 있는 이 미래는, 부서지지 않는 소망에 의해서 사실은 과거와 닮은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 프로이드, 『꿈의 해석』

 

꿈은 무의미하거나 부조리한 것이 아니다. 우리 머리에 잠들어 있는 여러 표상들이 깨어나 결합된 것이다. 그래서 꿈은 심리적 현상이며 소망의 충족이다.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에 대해 인간의 정신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성적인 충동으로 설명하려 한다는 비판이 있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성격의 기본구조가 생후 5, 6년 사이에 거의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이때 유아들은 성적 부위와 관련된 ‘심리성욕단계’, 즉 성적인 충동의 단계를 경험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프로이드의 이론은 성적인 충동으로 인간 심리를 설명한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프로이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의 꿈의 해석에 대해 끊임없이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내가 모든 꿈을 성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런 반론을 하는 사람들은 나의 꿈의 해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일곱 차례나 발행된 이 책(『꿈의 해석』을 가리킴) 어디를 찾아보아도 그와 같은 주장은 없다. 또한 그러한 주장은 이 책의 내용과 명백히 모순되는 것이다. 나는 이미 다른 곳에서 지극히 실없는 꿈이 참으로 노골적인 에로틱한 욕구를 감추고 있다는 점을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나는 다수의 새로운 사례를 들어 그 사실을 증명하였다. 매우 평범하고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꿈을 분석해 보면, 그 꿈은 매우 엉뚱한 성질을 가진 성적인 욕구 충동으로 귀착되는 법이다.

– 프로이드, 『꿈의 해석』

 

프로이드는 심리학을 근대적인 학문으로 정립시켰다. 프로이드는 심리학의 대상을 인간의 내면적인 정신세계, 특히 무의식의 세계로 확장을 했다. 프로이드 이전까지만 해도 무의식의 세계는 관찰이나 실험을 할 수 없는 것이기에 과학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프로이드의 출현으로 해서 심리학의 주요 주제는 인간의 심리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 자체가 되었다. 그래서 프로이드는 자신의 학설을 정신분석이라고 요약한다.

프로이드 학설은 심리학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정신분석학은 문화와 사회의 분야로 확대되고, 사회심리학이나 경영조직론, 정치학에 이르는 사회 과학의 혁신을 가져왔다. 또한 정신분석 철학에 대한 충격은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실존적 정신 분석에서 보는 것과 같은 존재론적 인간 이해, 바슐라르의 ‘물질적 정신 분석’에서 보는 세계 해석, 푸코나 라캉의 구조주의 등으로 나타났다. 프로이드 학설은 20세기 사상의 근본적인 전환을 추진하고 암암리에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홍승기
인민노련 홍보부를 담당하면서 6월 항쟁을 현장에서 이끈 숨은 일꾼. 술만 사 준다면 지옥에도 함께 들어갈 천진무구한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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