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시작] 플라톤_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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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이 다스리면 무엇이 다를까?_ 플라톤 『국가』

 

아름다운 소년, 알키비아데스

“나에겐 두 연인이 있어요. 하나가 알키비아데스이고, 다른 하나가 철학이지요.” 『고르기아스』에서 소크라테스는 고백한다.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의 마음을 사로잡은 미소년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남녀 간의 사랑은 출산을 위한 방편일 뿐 고상한 연애행위로 간주하지 않았다. 40대 남성이 10대 미소년의 정신적 성장을 이끌면서 서로 사랑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소년애가 바람직하고 품위 있는 애정 행위였다. 소크라테스는 왜 알키비아데스를 사랑했을까? 그 비밀은 『국가』에서 펼치는 철인정치론에 있다. 타락하는 아테네의 정치를 바로잡을 철인 정치의 꿈, 그 꿈의 대리 실현자가 알키비아데스였다. 철학자가 왕이 되거나 현재의 왕들이 철학적 정신을 갖추어 지혜와 정치적 지도력이 합치되지 않으면 국가도 인류도 결코 재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플라톤(Platon, BC 427~ BC 347)은 대중이 우매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중이 우매하다는 주장만 했다면 플라톤의 정치사상은 이토록 오래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플라톤이 통치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대중에게 요구하는 것보다 더욱 혹독하다. 통치자에게 더욱 철저한 기준과 혹독한 수련을 요구하기 때문에 플라톤의 정치사상은 설득력을 가진다. 『국가』에는 플라톤의 정치사상이 집약되어 있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이상 국가를 제시한다. 이상 국가는 훌륭한 통치자의 통치에 의해 실현될 수 있다. 이것이 플라톤이 구상하는 이상 국가의 핵심이다. 이를 가리켜 흔히 ‘철인 통치론’이라고 한다.

 

이데아를 배워야 한다

이상적인 국가를 실현할 통치자는 만들어져야 한다고 플라톤은 말한다. 그러면 통치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0살 이상의 도시 주민들은 모두 시골로 보내야 한다. 어린이들을 격리시킴으로써 어버이의 버릇에 물들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함이다. 아이들이 부패한 어른들을 본받게 되면 유토피아는 건설될 수 없다. 때문에 백지 상태에서 아이들을 출발시켜야만 한다. 또한 모든 아이들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주어야 한다. 부모의 지위와 인종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모두 동등하게 출발한다. 태어나서 10년 동안 아이들은 주로 체육 교육을 받는다. 건강하지 못하면 국가를 통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체육만 하면 아이들의 정서가 메마르지 않을까? 그래서 음악 교육이 곁들어진다. 음악은 영혼과 육체를 우아하고 건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학업에도 도움을 준다. 수학, 역사, 과학 등 아이들이 싫증을 잘 내는 과목을 음악 형식으로 만들어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게 한다. 아이들이 20살이 되면 첫 번째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동안의 교육에 대한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험은 무수히 많은 청년들을 통치자 교육 과정에서 탈락시키기 위한 시험이다. 이 시험에서 떨어진 청년들은 상인, 점원, 노동자, 농부로 일생을 살아가야 한다. 시험에 합격한 청년들은 다시 10년 동안 정신, 육체, 성격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받는다. 10년 후에 또 다시 대량 제거를 위한 시험을 치르게 된다. 여기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국가의 행정관, 군 장교가 된다.

2차 시험까지 합격한 사람들은 철학을 배우게 된다. 철학자를 양성하는 교육에서 철학을 늦게 가르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플라톤은 이렇게 대답한다. “청년들이 처음으로 철학의 맛을 알게 되면……가까이 오는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물어뜯는 하룻강아지처럼……장난삼아 논쟁을 하고 항상 반박하거나 부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플라톤이 말하는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데아론’이다. 이데아론은 플라톤 철학의 정수이다. 플라톤은 이데아를 다양한 의미로 사용했다. ‘철수와 영희의 이데아는 인간이다.’라고 할 때의 이데아는 사물이 속해 있는 유(類)의 일반 개념이다. 그런가 하면 플라톤은 이데아를 사물의 운동 법칙 혹은 완전한 목적 내지 이상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가 감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현상이 있고, 그 현상의 배후에 감각으로는 포착할 수 없으나 이성과 사고에 의해 파악할 수 있는 일반 개념, 법칙, 이상이 있다. 이 개념, 법칙, 이상은 감각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보다 영속적이고 실재적이다. 철수와 영희는 죽지만 인간이라는 개념은 죽지 않는다. 종이 위에 그린 나무는 지우개로 지울 수 있지만 나무라는 개념은 영원히 남아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는 것은 허상이며, 이데아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통치자, 즉 철학자는 허상을 구분해내고 허상을 타파하여 이데아의 세계에 나가야 한다.

 

철학자로 태어나다

여기에서 플라톤의 유명한 ‘동굴의 비유’가 등장한다.

교육이 있는 경우와 교육이 없는 경우에 관해서 인간의 본성을 다음과 같은 상태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보자. 즉, 땅 밑에 있는 동굴 모양의 거처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상상해 보자. 길게 뻗어 있는 입구가 빛이 있는 쪽을 향해서 동굴 전체의 너비만큼 열려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그 거처 속에서 어려서부터 발과 목이 묶여 있기 때문에 같은 자리에만 머물러 있고, 그 사슬로 해서 머리를 뒤로 돌릴 수가 없으니 그저 앞만 보고 있다. 그 사람들의 뒤로 높고 먼 곳에 불이 타고 있어서 그 불빛이 비추고 있는데, 그 불과 죄수들 사이에는 길 하나가 뒤쪽으로 나 있고, 그 길을 따라 벽이 세워져 있다. 이 죄수들 중 한 사람이 풀려나 목을 돌리고 걸어서 불빛 쪽을 쳐다보도록 강요되었는데 그 일은 몹시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전에는 그림자만 보고 있었는데 이제 실물을 보려고 하니 눈이 부셔서 잘 볼 수 없었다. 또 누군가가 그 죄수를 거기서부터 거칠고 험한 오르막길로 힘껏 끌고 가 햇빛이 있는 곳으로 끌어내기까지 놓아 주질 않는다면, 그 죄수는 끌려가는 동안 괴로워하며 골을 내고, 햇빛이 있는 곳까지 나왔을 때 눈은 광선으로 가득 차서 지금 참되다고 말하는 것을 무엇 하나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 비유가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다. 이 동굴 속에 비친 그림자, 즉 죄수들이 평생 보며 살아가야 하는 그림자가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이다. 그 그림자는 환상이지 실재가 아니다. 실재의 세계, 즉 이데아를 갑자기 보게 되면, 어둠 속에서 갑자기 불빛을 보거나 동굴 속에 있다 갑자기 태양 아래 나온 사람처럼 눈이 부셔서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플라톤은 말한다. “만약 위쪽에 있는 사물을 보려면 습관이 필요하다. 우선 가장 편하게 볼 수 있는 것은 그림자이고, 그 다음으로 물에 비친 인간이나 그 밖의 다른 것의 영상, 그 뒤에 실물이다. 그 다름에 하늘에 있는 것이라든가 하늘 그 자체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달빛이나 별빛을 보는 것이 낮에 해나 그 빛을 보기보다 편하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으로 해를 볼 수 있게 된다.” 철학의 주제는 이데아의 탐구이다. 사물의 배후에 있는 양식과 법칙 그리고 사물을 통해 작용하거나 희미하게 나타나는 기능과 이상을 찾아내야 한다.

두 차례 시험을 통해 선발된 사람들은 이 이데아론을 5년 동안 배운다. 또한 이데아론의 원리를 인간 행동과 국가 경영에 적용하는 훈련을 함께 받는다. 이제 35살이 되었다. 그러나 플라톤은 35살의 사람들에게 나랏일을 맡길 만큼 섣부른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15년간 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제까지의 교육이 이론적인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교육은 실재 세계를 익히는 교육이다. 15년의 세월이 흘러 50년 동안의 교육을 통해 선택된 인간들, 즉 철학자들은 냉정하고 자신에 넘치며, 학자적 허영심은 사라지고 전통과 경험, 교양과 투쟁이 합쳐서 이루어진 지혜로 무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자동적으로 국가의 통치자가 된다.

 

플라톤의 이상 국가

그러면 철학자가 통치하는 국가의 모습은 어떠할까? 그 국가에서 국민들은 3등급으로 나누어진다. 평민과 군인 그리고 통치자가 그것이다. 플라톤의 관심은 통치자이다. 플라톤은 통치자가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을까 우려했다. 여기에 대한 안전장치가 통치자들의 철저한 공산주의적인 생활이었다. 통치자는 꼭 필요한 정도 이상의 재산을 가져서는 안 된다. 통치자가 재산을 가지게 되면 자기 계급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도당의 앞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통치자는 결혼해서는 안 된다. 통치자는 아내가 국가에 헌신해야 한다. 그리고 통치자는 자신의 아이를 가져서도 안 된다. 통치자의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격리된 생활에 들어간다.

플라톤의 이상 국가는 소수의 통치자 계급을 정상으로 하고 다수의 군대에 의해 보호되고 일반 평민을 광대한 기반으로 하여 실현된다. 개인의 과도한 부나 빈곤은 사회 혼란과 혁명의 원인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업과 산업은 통치자의 통제 밑에 놓이고, 이자는 금지되며 이익은 제한된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통치자는 매우 검소한 생활을 한다. 이렇게 되면 각 계급의 구성원이 본성과 재능에 따라 알맞은 일을 하고, 어떠한 계급이나 개인도 서로를 간섭하지 않으며, 다양성이 추구되는 가운데 조화로운 전체가 실현되는,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가가 실현된다. 이것이 플라톤이 세우고자 했던 이상 국가이다.

플라톤이 생각한 국가는 웅대하면서도 완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실현될 수 없다. 중세 시대에 서양에서 플라톤의 이상을 실현하려 했지만 오히려 시민들의 반란, 혁명에 의해 종말을 고하였다. 플라톤은 자신의 구상이 이 땅 위에서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소망을 밝혀 두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은 보다 좋은 세계를 상상하고 최소한 그 일부나마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홍승기
인민노련 홍보부를 담당하면서 6월 항쟁을 현장에서 이끈 숨은 일꾼. 술만 사 준다면 지옥에도 함께 들어갈 천진무구한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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