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좋은 일도 함께 해야 힘이 난다 -황광우 작가 글
- [보도자료]
- 2026-06-03
황광우 작가의 산책 글
좋은 일도 함께 해야 힘이 난다
오늘은 5월 16일 토요일, 나는 오후 5시에 BHC 호프집에 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술집에 내가 찾아간 것은 어떤 절실함 때문이었다.
나는 <오월이 온다>와 <역사가 온다>를 시민들에게 헌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날 책 열 박스를 이곳 BHC 호프집에 맡겨놓았던 터이다.
세상에 나를 알아보는 이가 있었다. 문성식 씨.
대전에서 광주를 찾아온 이분은 나의 삶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
젊은 날 내가 이끈 노동운동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나의 인문활동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함께 동행한 여인이 있었다. 박영희, 이 여인은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의 책을 들고 다니며 술 먹는 젊은이들에게 나누어주고 다녔다.
나는 젊은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사인해 주었고,
박영희는 사인한 책을 배부하고 다녔다.
5월 18일이 다가오면 금남로는 흥성흥성거린다.
우리는 밤 9시가 넘도록 주먹책 퍼포먼스를 수행했다.
5월 17일 일요일, 오늘은 오월전야제가 열리는 날이다.
두 시가 넘어갔는데 주먹밥 부스가 한산하였다.
나는 행사 주최 측에 가서 주먹밥 부스에서
주먹책을 나누어 드리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주최 측은 흔쾌히 허락했다.
그런데 금남로 거리를 오고 가는 사람들이 우리의 주먹책에 낯설어했다.
“오월을 찾은 청춘에게 드리는 작가의 특별한 선물”
“<철학콘서트>의 저자 황광우가
<오월화보집>을 나누어 드린다”고 배너는 휘날리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몬네몬네 지나치고 가면서 우리에게 발길을 주지 않았다.
오후 5시 전야제가 시작되었다.
풍물패의 장대한 소리가 지축을 흔들 즈음,
다른 모든 부스는 폐장에 들어가고, 사람들은 우리 앞으로 줄을 섰다.
어느덧 주먹책 배너 앞에 장사진이 들어섰다.
“왔따, 사인이 겁나게 좋소.”
정동만 이사는 BHC 호프집에 맡겨놓은 책 박스를 부지런히 날랐다.
유미정 이사는 목이 쉬도록 외쳤다.
“광주 시민, 여러분, 5월을 기념하여 황광우 작가께서 책을 헌정하고 있습니다.”
부윤환 이사도 퍼포먼스를 거들어 주었다.
서서 사인을 해야 붓에 힘이 들어간다.
그런데 서서 사인을 하면 허리가 금방 아파온다.
나는 ‘앉았다 서다’를 반복하며 쉬임없이 사인을 하였다.
5월 18일, 오늘은 도청민주광장에서 오월기념식이 열리는 날이다.
12시에 행사는 끝나고 금남로 거리는 휑하였다.
어제 작업했던 주먹밥 부스가 사라졌다.
우리의 배너도 함께 사라졌다.
우리는 길가에 탁자 두 개를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오월의 기념하여 특별히 헌정합니다.”
김미선 이사와 나명룡 회원이 행사를 도우러 왔다.
외로운 자리를 지키던 중 한 떼의 청소년들이 우리에게 왔다.
담양에서 온 학생들이었다. 할아버지도 왔고, 소년도 왔다.
수녀님들도 우리에게 왔다. 부산에서 왔다는 한 청년은
<윤상원 일기>를 들고 왔다.
<윤상원 일기>는 내가 5년 전 출간한 책이 아니던가?
무척 반가웠다.
담양 한가람 학생들과 함께, “오월이여, 광주여, 민주주의여!”
3일 동안 책 1000권을 헌정하였으니
내가 붓으로 이름을 써드린 분이 1000명이라는 이야기다.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좋은 책을 그냥 주시는 거에요?”
초등생의 손을 잡은 엄마의 환한 미소가 잊히지 않는다.
그날 금남로에서 총상을 입고 부상자로 살아가는 어른 왈,
“왓따, 필체가 겁나게 좋아부요.”하는 것이다.
강기정 시장도 배너 앞에서 우리를 향해 엄지 척 인사를 하였다.
단 하루만이라도
“필요한 만큼 쓰고, 능력껏 지불하는”
새로운 세상, 대동의 세상을 열고 싶었던 우리의 주먹책 퍼포먼스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