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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초>의 원작 <春望詞> 외 ≪완역 설도시집≫

  • 작성자김동민 이메일
  • 작성일2026-04-23 10:22
  • 조회108
  • [보도자료]
  • 2026-04-23

<동심초>의 원작 <春望詞> 완역 설도시집

 

완역 설도시집에서는 설도가 지은 시로 확증할 수 있는 시 88수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시 8수를 실어 모두 96수를 실었다. 본문은 사교용 시를 그녀의 사람이란 제목을 붙여 정리하였고, 비사교용 시는 그녀의 사물이란 제목을 붙였는데 주로 영물시들로 구성된다. 이밖에 위작 논쟁이 있는 몇몇 작품은 미지의 시로 묶어 본문 뒤에 소개하였다.

 

 

서문

 

시는 인간 삶에 대한 예술적 기록이요, 마음의 무늬이다. 시 속에는 삶이 있고, 마음이 있고, 생각이 있고, 정서가 있고, 경험이 있고, 또 문화가 있다. 설도(薛濤)는 중국 시의 황금기였던 당대(唐代)의 여성 시인이다. 설도의 시 속에는 여성의 삶이 있고, 여성의 마음, 여성의 경험, 그리고 문화가 들어 있다. 설도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1,200여 년 전 중국 당대를 살아갔던 한 여성의 마음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모든 시는 우리에게 정서적 반응을 일으킨다. 설도의 시가 뿜어내는 느낌의 숲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지금도 유효한 사교의 기술을 배울 수도 있고, 아직까지 남아 있는 오래된 유전자와도 같은 여성의 혹은 인간의 정서 구조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녀 마음의 몸에서 우리가 무엇을 발견하던 그녀의 시를 읽는다 함은 우리 자신의 마음 생김새를 돌아보는 일이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소중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 책은 설도 시에 대한 최초의 완역서이다. 그리고 중국 고전 여성 시인의 시집 완역서로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되는 책이다.

 

 

우물가 오동나무 노래

井梧吟

 

가지는 남북의 새 맞이하고요,

잎새는 오가는 바람 보낸답니다.

 

枝迎南北鳥

葉送往來風

 

작품 설명

이 작품은 설도가 유년에 지은 것으로 그녀의 최초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송대(宋代)의 장연(章淵)고간췌필(槁簡贅筆)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설도는 8, 9세 무렵에 성률을 알았다. 그녀의 부친이 하루는 뜰에 앉아서 우물가 오동나무를 가리키며 뜰 섬돌 가 한 그루 오동나무, (庭除一古桐) / 솟은 줄기 구름 속으로 들어가네. (聳幹入雲中)’라고 하고는 설도에게 이어서 지어보라고 하였다. 그러자 응답하기를 가지는 남북의 새 맞이하고요, / 잎새는 오가는 바람 보낸답니다.’라고 하였다. 부친이 한참 정색을 하였다.”

 

아마도 그녀의 부친은 설도의 시구에서 남북으로 왕래하는 손님을 맞이하고 보내는 기녀의 생활을 연상하였을 것이다. (이와 유사한 기록은 명대 낭영(郞瑛)칠수류고(七修類稿)(37) 등에도 보인다) 만약 이 기록이 사실이라면 부친은 아마도 가지[]와 잎새[]를 기녀로, ‘남북의 새[南北鳥]오가는 바람[往來風]바람둥이 남자로 해석하였을 것이다. 물론 소녀 설도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겠는가? 고대 문헌의 기록을 절대적으로 믿는 것은 넌센스다. 이 시를 나중에 기녀가 되는 운명의 예견으로 보는 것은 견강부회이며, 호사가들이 나중에 이를 거꾸로 적용하여 꾸며낸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설도가 뒤에 정말로 기녀가 되었고 결국 이 시는 인생에 대한 예견이 되었다는 것이다.

 

 

말이 마구간에서 멀리 떨어지다

馬離廄

 

눈 같은 귀, 붉은 털, 연푸른 말굽으로요,

바람 쫓아 일찍이 태양 근방에 이르렀지요.

옥 얼굴 고운 임을 놀래어 떨어뜨렸기 때문에,

화려한 수레 끌며 다시 한번 울 수 없게 되었지요.

 

雪耳紅毛淺碧蹄,
追風曾到日東西.
爲驚玉貌郎君墜,
不得華軒更一嘶.

 

작품 설명

이 시는 무엇인가에 멀리 떨어져 있다. 떠나 있다, 혹은 멀어졌다()는 제목의 시가 열 편이기 때문에 십리시(十離詩)라고 이름 붙였다. 눈처럼 흰 귀에 윤기 나는 밤색 털의 명마가 바람을 가르며 날마다 귀빈을 모시다가, 어느 날 고운 임을 놀라게 하여 낙마시키더니 다시는 수레를 끌 수 없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앵무새가 새장에서 멀리 떨어지다

鸚鵡離籠

 

농서 지방에서 나 홀로 이 한 몸이요,

날아갔다 날아오며 비단 자리에 올랐지요.

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말미암아,

새장 안에서 다시 사람을 부를 수 없게 되었지요.

 

隴西獨自一孤身

飛去飛來上綿茵

都綠出語無方便*

不得籠中再喚人

 

* 方便(방편) : 알맞다. 적합하다.

 

작품 설명

새장을 잃은 앵무새를 통해 버림받은 자신의 신세를 노래하였다. 앵무새를 기르는 것은 당대(唐代) 유행하였다. 앵무새는 그 아름다움과 말솜씨 때문에 기녀에 비유되기도 하였다.

 

 

역적이 평정된 후 고 상공님께 올림

賊平後上高相公

 

놀라서 천지를 쳐다보니 암담하였는데,

언뜻 청산에 옛 석양이 보이네요.

비로소 큰 위세가 비출 수 있다고 믿노니,

원래 해와 달 덕택에 빛을 내니까요.

 

驚看天地白荒荒,

瞥見靑山舊夕陽.

始信大威能照映,

由來日月借生光.

 

작품 설명

제목의 역적[]은 유벽(劉闢)을 가리키며, 고 상공(高相公)은 유벽의 난을 평정하고 검남서천부대사(劍南西川部大使)가 된 수군(授軍) 고숭문(高崇文)을 가리킨다. 이때는 헌종(憲宗) 원화(元和) 원년(元年)(806)으로 이 작품은 그때 지은 것으로 보인다. 이 시는 서천절도사(西川節度使) 고숭문이 유벽의 난을 평정한 것을 찬송하기 위해 지었다. 명대(明代)의 종성(鐘惺)명원시귀(名媛詩歸)에서 이 작품에 대해 입을 열면 자연스럽고 반듯하며 빛나고 광대한 기운이 있다라고 평하였다.

 

 

주변루

籌邊樓

 

구름 속의 새와 나란히 대하는 여덟 창 가을이,

서천 사십 주를 씩씩하게 누르고 있지요.

여러 장군들은 강족의 말일랑은 탐내지 마오.

가장 높은 층에서 변경 머리가 보이니까요.

 

平臨雲鳥八窗秋,

壯壓西川四十州.

諸將莫貪羌族馬,

最高層處見邊頭*.

 

* 邊頭(변두) : 국경 끝 언저리.

 

작품 설명

가을 하늘에 높이 솟은 변경 수비 전략용 망루[籌邊樓]에는 사방으로 열려 있는 여덟 개의 창이 있어 구름 속에 높이 나는 새의 춤추는 모양을 눈높이에서 나란히 볼 수 있다. 그 당당한 건물이 서천 지방 40주를 진압하고 있다는 것은 검남서천절도사의 위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서천의 국경을 지키는 여러 장수에게 강족의 말을 탐내어 쓸데없는 사건을 일으켜 침입의 구실을 만들지 말라고 한다. 왜냐하면 이 누대의 가장 높은 곳에서 절도사의 삼엄한 눈이 국경지대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에는 설도의 우국지정이 잘 드러나 있다.

명대의 종성은 명원시귀에서 이 시에 대해 여러 장군들을 가르치고 훈계하였으니 얼마나 식견이 있는가! 설도가 다만 여자이겠는가. 참으로 한 시대의 영웅이로다라고 평하였다. 청대(淸代)의 기윤(紀昀) 또한 기하간시화(紀河間詩話)에서 기탁한 뜻이 심원하여 평범한 부잣집 자제들이 미치는 바가 아니다라고 평하였다.

 

 

벗을 보내며

送友人

 

물의 나라 갈대에 밤새 서리 내리고,

달은 차갑고 산 빛 함께 짙푸르네.

누가 말하나? 천 리는 오늘 밤부터,

떠나는 꿈 아득하고, 변새는 멀다고.

 

水國*蒹葭夜有霜,

月寒山色共蒼蒼.

誰言千里自今夕,

離夢杳如**關塞長.

 

* 水國(수국) : 물이 많은 지방 즉 성도(成都)를 말한다. 성도 주변에는 금강(錦江), 민강(泯江), 양자강(揚子江) 등이 있어 물의 도시라고 불린다.

** 杳如(묘여) : 아득하다. 까마득하다. 아득히 먼 모양.

 

작품 설명

이 시는 뜻이 깊고 음률이 조화로워 역대로 찬송되어 설도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1, 2, 4구에서 시경(詩經)<갈대[蒹葭]> 편의 시어를 적절히 활용하여 가을밤 벗을 송별하는 분위기의 처량함을 배가시키고 있다.

 

 

봄에 바라보다 네 수

春望詞 四首

 

꽃이 피는데 함께 즐기지 못하고,

꽃이 지는데 함께 슬퍼하지 못해요.

서로가 그리운 곳 물으려 한다면,

꽃이 피고 꽃이 지는 때라 하지요.

 

花開不同賞*,

花落不同悲.

欲問相思處,

花開花落時.

 

* () : 즐기다.

 

풀을 따서 한마음 맺어 보아요,

나를 알아주는 임께 보내려고요.

봄날의 애수가 막 애간장 끊으니,

봄날의 새들이 또 서글피 울어요.

 

攬草結同心,

將以遺知音.

春愁正*斷絶,

春鳥復哀吟.

 

* () : 바로. . 때마침.

 

바람에 꽃잎은 날마다 시들어가고,

만날 날은 아직도 아득하네요.

한마음의 사람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한마음 풀 맺었어요.

 

風花日將老,

佳期猶*渺渺**.

不結同心人,

空結同心草.

 

* () : 아직도 여전히.

** 渺渺(묘묘) : 아득히 먼 모양.

 

어떻게 감당하리, 꽃송이 가지 가득,

도리어 둘이 서로 그리워하게 하네요.

옥 젓가락이 아침 거울에 드리워짐을,

봄바람은 아는가요? 모르는가요?

 

那堪花滿枝,

*作兩相思.

玉箸**垂朝鏡,

春風知不知.

 

* () : 도리어.

** 玉箸(옥저) : 옥젓가락. 눈물을 나타내는 시어이다. ‘玉箸垂朝鏡(옥저수조경)’은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마주하고 눈물을 드리운다는 뜻이다.

 

작품 설명

바람을 노래한 영물시이다. 바람의 자태를 네 가지 경우로 묘사한 명작이다. 각 구절이 독립되어 바람의 자태를 묘사하고 있으며 기승전결의 구법을 따르지 않은 특이한 작품이다.

 

 

매미

 

이슬이 씻어 소리 맑고 깊어라,

바람이 불어 마른 잎 가지런하네.

소리소리 서로 이어진 듯해도,

저마다 한 가지에 깃들여 있네.

 

露滌音淸遠,

風吹故葉齊.

聲聲似*相接,

各在一枝棲.

 

* : 마치 ~인 것 같다(듯하다).

 

작품 설명

전당시(全唐詩)에서는 이 시의 제목을 <문선(聞蟬)>이라고 한다고 표기하였다. 설도는 사물을 노래한 영물시(詠物詩)에도 뛰어났다. 매미를 세밀하게 관찰하여 묘사해낸 솜씨에서 여성 시인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고대 중국인은 매미가 바람을 먹고 이슬을 마시며 살아서 품성이 고결하다고 여겼다. 매미의 청각적 이미지가 살아 있어 매앰 맴, , 하고 저기 멀리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소리가 서로 이어져 주고받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각자 다른 한 가지에 깃들여 우는 것이다.

 

 

연못 위 한 쌍의 오리

池上雙鳧

 

암수가 함께 초록 못에 깃들여,

아침에 떠났다가 저녁에 날아 돌아오네요.

또다시 추억해요, 새끼를 거느리던 시절을,

한마음이었지요, 연잎 사이에서요.

 

雙棲綠池上,

朝去暮飛還.

更憶將雛***,

同心蓮葉間.

 

* 將雛(장추) : 어미 새가 새끼를 거느리다. 새끼를 키우다.

** () : 시절. . .

 

작품 설명

이 시의 제목은 전당시에서 <지상쌍조(池上雙鳥)>라고 하였는데 장봉주는 만수당인절구(萬首唐人絶句)에 근거하여 제목을 <지상쌍부(池上雙鳧)>라고 하였다. ‘()()과 쌍관어이므로 연잎은 사랑의 잎사귀 사랑의 보금자리로 읽힌다. 기녀로서 결혼 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설도로서는 다정한 오리 한 쌍의 생활이 몹시 부러웠을 것이다

 

 

네 벗 예찬

四友贊

 

윤색 선생의 배를 갈고,

장봉도위의 머리를 적시어,

글씨 매파 끌어당겨 검디검게,

글자 밭에 들어가니 아름다워라.

 

磨潤色先*生之腹

濡藏鋒都尉**之頭.

引書媒***而黯黯

入文畝****以休休.

 

* 磨潤色先(윤색선생) 벼루에 대한 비유. 潤色(윤색)은 윤이 나도록 매만지고 빛나게 한다는 뜻으로 벼루의 성질을 빗댄 것이다.

** 藏鋒都尉(장봉도위) : 붓에 대한 비유. 藏鋒(장봉)은 서예의 한 방법으로 글씨를 쓸 때 붓끝이 드러나지 않게 쓰는 법을 가리킨다. 都尉(도위)는 벼슬 이름. 장군에 비해 다소 낮은 무관.

*** 書媒(서매) : 글씨 매파. 여기서는 먹에 대한 비유.

**** 文畝(문묘) : 글자 밭. 종이에 대한 비유이다.

 

작품 설명

네 이웃은 문방사우인 벼루, , , 종이를 가리키고 이 시는 문방사우에 대한 예찬이다. 벼루를 선생의 배에 비유하고, 붓을 도위님 머리에, 먹은 붓과 벼루를 매개시키는 글씨를 만드니 글씨 매파에, 종이는 글자 밭에 비유하였다. 절묘한 비유이다.

명대(明代)의 이지(李贄)분서(焚書)(2) <여인이 도를 배우는 것을 견해가 짧다고 여기는 것에 대한 답글 答以女人學道爲見斷書>에서 설도는 촉 지방 태생이다. 원진이 듣고 서천 지방으로 가고자 하여 그녀와 만났다. 설도는 붓을 휘둘러 <네 벗 예찬>을 지어 그 뜻에 보답하였다. 원진이 과연 크게 반복하였다. 원진은 정원(貞元) 연간의 호걸인데 어찌 쉬이 탄복했겠는가? ! 한 문재와 설도가 오히려 사람으로 하여금 천리 밖에서 경모하게 할 수 있구나라고 적고 있다.

 

* 설도와 원진

원진(元眞, 779~831)은 하남(河南) 하내인(河內人). ()는 미지(微之). 백거이(白居易)와 함께 신악부 운동을 펼쳐 사회적이고 실용적인 시풍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중당(中唐)의 대표적 시인이다. 원진은 元和(원화) 원년(806) 일등으로 급제하여 원화 4(809) 3월에 감찰어사로 엄려(嚴勵)의 범죄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동천(東川)에 갔다. 설도와 원진의 첫 만남은 바로 이때 이루어졌고, 엄사공(嚴司空)(당시 동천절도사)의 주선으로 재주(梓州, 지금의 사천성 삼대현)에서 그들은 만났다. 이때 원진의 나이는 서른 살, 설도는 마흔 살가량 되었다. 설도는 이때 시인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기 때문에 당대 유명 시인이었던 원진도 그녀를 만나고 싶어 했다.

그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시로는 설도가 원진에게 보낸 <옛 시를 원미지 님께 부치다 寄舊詩與元微之>가 있는데, 설도는 원진에게 기녀이면서 시인으로서 역할을 했을 것이며, 그래서 ()’ 자를 써야 할 곳에 ()’ 자를 쓴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다. 연령으로 본다면 설도 쪽이 약 열 살 정도 연상이지만 신분이 높은 원진에게 ()’라는 글자를 사용한 것은 특별히 친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원진이 동천에 머문 것은 잠깐이었고, 7월에 낙양으로 옮겨, 다음 해 2월에 강릉부사조참군으로 폄적되었다. 강릉은 성도(成都)에서 그리 멀지 않아 이때 설도와 재회했을 것이라 추측하기도 한다. 그 뒤 원진은 장경(長慶) 원년(821)에 한림(翰林)으로 들어갔고, 다음 해 2월에 평장사(平章事)로 배수(拜受) 받았으며, 그 뒤 대화(大和) 5(831) 7월에 사망하였다.

설도는 당대(唐代)의 유명한 시인들과 교유하였는데 그 가운데 원진과의 관계는 특별하다. 두 사람의 관계를 친구 혹은 애인 사이로 호사가들이 전하기도 하지만 관련 기록이 정확하지 않아 확신할 수 없다. 심지어 설도가 한동안 성도를 떠나 원진과 살았다는 설이 있지만, 이 역시 불확실하다. 그러나 설도가 다른 시인들에게보다 원진에게 더 깊은 정이 있었던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원진은 <설도에게 보냄 贈薛濤>이라는 시를 보냈다.

 

금강이 기름지고 아미산이 삐어나,

탁문군과 설도를 멋지게 만들어냈네.

언어는 앵무새의 혀를 솜씨 있게 훔쳤고,

문장은 봉황의 털을 나눠 얻었다네.

수많은 문객이 모두 다 붓을 놓고

한 분 한 분 공경대부마다 익주자사가 되려 했네.

이별 뒤 그리움은 안개 강 저 멀리,

창포꽃 피어나고 오색구름 높다네.

 

 

출판사 서평

 

노래하는 기녀이면서 시에 뛰어난 자로는 설도가 참으로 문단의 요괴이다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이 펴내는 완역 설도시집은 당대(唐代) 최고의 여성 시인으로 평가받는 설도(薛濤, 770?-832?)의 시를 국내 처음으로 완역 해설한 책이다. 설도는 시인이자 기녀였다. 文才(문재)가 뛰어나 여덟 살 무렵에 시를 지었고, 기녀가 된 뒤에는 백거이, 원진, 유우석 등 당대 최고의 문인들과 교제하며 시를 나누었다. 그녀의 온화하고 담백한 시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쳤다. 조선시대의 허균은 친구 이매창의 죽음을 애도하는 노래에서 그녀를 설도라 불렀고, 일제 말기 경성의 시인 김억은 설도의 시 <봄에 바라보다(春望詞)> 3수를 번역하여 지금까지 애창되는 <동심초> 노랫말을 썼다. 그녀가 쓴 시는 오백여 수에 이른다고 하나, 지금은 백 수도 전하지 않는다. 이 책은 설도 사후 약 1200년 만에 그녀의 모든 시를 한글로 풀어 옮긴 최초의 책이다. 저자인 류창교는 중국 여성 문학 관련 논문을 다수 발표하며 설도 시를 깊이 연구해온 학자다.

 

설도가 어찌 다만 여자이겠는가, 참으로 한 시대의 영웅일지라.”

설도는 당나라 최고의 여성 시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대의 시론서 시인주객도에서는 설도가 만당(晩唐)과 중당(中唐)의 대표 시인 84인 중 맑고 기이하고 곱고 바른유일한 여성 시인으로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녀의 시에서 중국 시의 황금기에 살았던 여성의 삶, 마음, 문화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이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얼마 전에 타계한 작곡가 김성태(서울대 명예교수)의 명곡 <동심초>의 가사이다. 안서 김억이 번안한 이 노래 가사의 원작자가 바로 중국 당대(唐代)의 시인 설도이다. 여덟 살 때 부친이 지은 시에 화답시를 지어 부친을 놀라게 했던 그녀는 부친 사후에 서천(西川) 지방의 절도사로 부임한 위고(韋皐)의 눈에 띄어 가기(歌妓) 인명부[樂籍]’에 들었다. 당시 기녀는 예술 전반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만능 탤런트였다. 설도는 뛰어난 시재로 이름난 기녀가 되어 당시 중국 서천 지방의 절도사를 비롯, 유명 문인들과 교유하고 시를 주고받았다.

 

설도의 시는 크게 사교용 시와 비사교용 시로 나뉜다. 전자는 공적이면서 직업인으로서의 기녀 생활이 반영되어 있고, 후자는 사적이면서 한 개인으로서의 내면세계가 그려져 있다.

사교용 시는 주로 그녀가 다른 사람과 창화(唱和 : 시나 노래를 한쪽에서 부르고 다른 쪽에서 화답하는 것)한 시가 대부분인데, 제목에 수()가 붙은 것은 보내온 시에 대해 답하는 것이고, ()가 붙은 것은 다른 사람이 시를 보내온 것에 동일 운()을 써서 답한 것이다. 그리고 제목에 별()이 들어간 것은 전형적인 송별시이다.

상대에 대한 칭찬과 위로, 격려와 감사는 사교의 필수조건이다. 설도의 시는 사교의 기본에 충실하다. 특히 고대의 훌륭한 사람이나 관련 고사를 끌어와 상대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방식에서 그녀의 사교성이 돋보인다.

한편, 개인으로서 읊은 그녀의 시 속에는 사랑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다. 그녀는 다정하고 화목한 사랑을 갈망하며 <연못 위 한 쌍의 오리(池上雙鳧)> 같은 시를 지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고향 생각(鄕思)> 같은 시에다 떠도는 배와 같은 자신의 마음을 담아 언제 금포를 떠나 볼까나라며 자유에 대한 진한 갈망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설도 지음, 류창교 역해, 완역 설도시집,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2

 

☞ 번역 류창교

역자 류창교는 안동 하회에서 태어나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한학 연수 장학생으로 사서삼경을 수학하였다. 서울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위스콘신대학교(Madison) 동아시아어문과 특별연구원,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방문 학자,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부 초빙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美國中國文學 硏究(2003), 세상의 노래 비평, 人間詞話(역주서, 2004), 왕국유평전(2005) 등이 있고, 중국 여성 문학과 관련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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