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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막는 술수는 없다 / 장 석

  • 작성자김용표 이메일
  • 작성일2025-02-06 15:09
  • 조회364
  • [보도자료]
  • 2025-02-06

새해를 막는 술수는 없다 / 장 석

방파제 끝에서 누군가 걸어온다

어둠에 잠긴 길 위로 솟은 파도는
이내 안벽을 따라 널린 네 개의 콘크리트 손가락 틈으로 숨는다
갯강구와 빈 병이 함께 자는 곳
천 개의 손이라도 오므리지 못하니 아무것도 쥘 수 없다
바람이 포말을 날리며 숨비소리와 섞인다

나는 그가 잠시 마을에 다니러 가는 등대라고 생각한다
사나운 날씨이지만 애타게 기다리던 배처럼
새해 첫 아침이 오고 있다고 알릴 것이다

나는 대신 그가 있던 곳으로 가서
탐조등처럼 수평선을 바라보다가
떠오르는 해를 두 눈에 붉게 맞이하리라

먼 길을 간 세 사람이 있다

첫 번째 사람은 평생을 걸었던 길이 다리가 되어
격변으로 끊긴 궁지를 우리가 지나가게 한다

두 번째 간 사람은 모래톱이 자라 땅과 섬을 잇듯
우리가 이어지게 한다

세 번째 사람은 내가 이제 지나친 이다
고단하고 오랜 길이 바닷가 고향 포구의 방파제가 되어
그 끝에 등대로 멈추어 있다

동짓달 하순 폭폭 내려 쌓이던 떡눈에
한밤중을 찢는 소리를 지르며 꺾여 쓰러진 젊은 소나무
허리를 다시 펴지 못하고 그 모양 그대로 새해를 맞는가

우리 모두 지난 섣달 초사흘 밤중에 당한 봉변을 면치 못하고 해맞이를 하게 되나
나는 힘든 길을 두려움 없이 가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방파제가 우리를 지키고
모래톱으로 우리는 이어진다
불타서 끊긴 다리의 뼈대를 붙잡고라도 다시 한번 험한 세상을 건너야 하겠다
새로 배운 노래를 부르며
응원봉을 흔들며

해가 달에 가려 어두운 때
바다에 식풍이 불어 기다리는 배가 늦기도 한다

그러나 일식은 한순간이니
어떤 술수도 새해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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