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은 하나의 사건이다. 한 권의 책에 담긴 지은이, 만든이, 읽는이의 고뇌와 정성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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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계 唐詩 四季 겨울을 노래하다≫ 삼호고전연구회 편- [보도자료]
- 2024-11-17
≪당시 사계 唐詩 四季 겨울을 노래하다≫ 삼호고전연구회 편
머리말
▶ 당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번영한 시기로서 전성기였던 때도 있지만, 전란을 겪은 뒤에는 현실적으로 살아가기가 너무나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 당나라 시는 이 모든 것을 그 안에 담고 있다. 중국 예술이 그렇듯이, 이렇게 대비되는 내용을 포함해서 다양한 것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지는 않는다. 당나라 시인은 현실을 내면에서 충분히 예술적으로 성숙시켜서 정제된 언어로 드러내 보인다.
• 그러므로 당나라 시를 읽을 때는 짧은 시 구절에 표현된 언어의 사전적인 의미만 쫓아서는 안 된다. 이것을 기초로 해서 그 안에 함축된 것들을 능동적으로 풀어내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복잡하게 얽힌 감정, 다양하게 떠올리는 이미지들…….
• ‘당시사계’에 실린 ‘감상’은 이러한 노력의 한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무한히 많은 가능한 감상이 있을 수 있다. 감각적인 것, 지식과 관련된 것, 철학적인 것…….
• 이러한 것들이 많을수록 당나라 시의 매력은 더 커질 수 있고, 다른 당나라 시를 찾아보도록 해줄 것이다.
제1장 겨울 풍경과 미감
01. 산속에서
山中 왕유王維
형계에 흰 바위 드러나고
날씨 추워지니 붉은 잎 드무네.
산길에는 비 내리지 않는데
산속 푸르스름한 안개 기운 행인의 옷을 적시네.
荊溪白石出, 天寒紅葉稀.
山路元無雨, 空翠濕人衣.
1. 형계 : 장수長水를 가르키고, 형곡수荊谷水라고도 한다.
겨울에 접어들며 형계의 수량이 나날이 줄어들더니 바닥의 흰 바위 드러나고.
날씨가 조금씩 추워지니 나뭇가지에 달린 붉은 잎이 떨어져 드물어졌네.
구불구불한 산길에는 비도 내리지 않는데
산속에 온갖 푸르스름한 안개 기운이 행인의 옷을 적시는 듯하네.
* 감상
이 시는 시인의 산행 중에 보고 느낀 초겨울의 산속 풍경을 묘사했다.
* 작자 소개
왕유(王維, 701-761)는 하동河東 포주蒲州(지금의 산서성 운성運城)사람이다. 뛰어난 시인이며 화가이고 자는 마힐摩詰이다.
제2장 겨울과 외로움
02. 한단 동짓날 고향집을 그리워하다
邯鄲冬至夜思家 백거이白居易
한단 역관에서 동지를 맞았는데
무릎 감싸안고 등불 앞에 앉으니 그림자만 나를 짝하네.
아마 고향집 식구들은 밤늦도록 둘러앉아
멀리 객지로 떠난 내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1. 한단 : 지금의 하북성河北省 한단시邯鄲市.
제3장 겨울과 그리움
01. 북풍행
北風行 이백李白
한문에 촉룡이 살아
동틀 녘처럼 환하게 빛이 나는데
해와 달은 어찌하여 이곳까지 비추지 않고
북풍만이 성내어 부르짖으며 하늘에서 불어오는가.
연산의 눈꽃 송이 방석만큼 큰데
펄펄 바람에 날려 헌원대에 떨어지네.
유주 섣달에 임 그리는 여인은
노래 멈추고 웃음 그치고 아리따운 두 눈썹을 찌푸렸네.
문에 기대어 길 떠난 임을 기다리는데
장성에서 추위로 고생할 임 생각하니 슬픔을 이길 수 없네.
칼 들고 변경을 구하러 떠나던 날
범 무늬에 금빛 자루의 이 활 한 통 남겨두었지.
속에 든 흰 깃 화살 한 쌍은
거미가 줄을 치고 먼지만 쌓였네.
화살만 부질없이 남아 있고
임은 이제 전사하여 돌아오지 못하네.
차마 이것을 볼 수 없어
태워 이미 재 되었네.
황하는 흙을 쌓아 막을 수 있지만
북풍에 하염없이 내리는 눈처럼 나의 한은 어찌할 수 없구나.
1. 촉룡 : 용음龍陰이라고도 한다. 중국 고대 신화 전설에 나오는 용으로, 용의 몸에 인간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다리가 없고, 태양을 볼 수 없는 북쪽 끝의 한문寒門에 산다고 한다. 촉룡이 눈을 뜨면 낮이 되고 눈을 감으면 밤이 된다.
2. 연산 : 하북 평원의 북쪽에 있는 산이다.
3. 헌원대 : 황제黃帝를 기념하는 건축물이다. 황제 헌원씨가 탁록涿鹿에서 치우蚩尤와 싸운, 지금의 하북河北 회래현懷來縣 교산喬山 위에 있었다고 한다.
4. 유주 : 지금의 북경北京 대흥大興이다. 여기에서는 당시 안록산安祿山이 다스린 북방을 가리킨다.
제4장 겨울과 연민
02. 설시
雪詩 장자張孜
장안에 거센 눈발 휘몰아쳐
새 한 마리 찾아보기 어렵네.
이 사이에 부귀한 집안은
산초나무 찧어 온 벽에 칠하네.
이곳저곳 붉은 화로 타오르고
사방 빙 둘러 비단 휘장막 늘어뜨렸네.
따뜻한 손으로 현악기 연주하고
엄지 잠기도록 술잔 가득 따르네.
취한 노랫소리에도 여전히 백옥 같은 눈발 날리는데
가무에 지친 얼굴에는 땀방울 송송 맺혔네.
누가 알까? 배곯고 헐벗은 이들
손발 얼어 터져 갈라지는 것을.
제5장 겨울과 호방함
01. 새하곡
塞下曲 노륜盧綸
달빛도 없는 캄캄한 밤에 기러기 높이 날고
적장 선우는 밤이 되니 달아난다.
빠른 기마병 이끌고 쫓아가려니
큰 눈이 궁도에 쌓인다.
1. 새하곡 : 네 수 중 세 번째 수다.
2. 선우 : 흉노의 수령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침입자를 가리킨다.
3. 궁도 : 활처럼 굽은 군도軍刀다.
제6장 겨울과 시간의식
04. 제야에 짓다
除夜作 고적高適
여관의 차가운 등불에 홀로 잠 못 들고
나그네 마음 어쩐 일로 처연해질까?
고향 친척들은 오늘 밤 천 리 밖 나를 생각하겠고
서리맞은 귀밑머리 내일 아침이면 또 새 한 해가 시작되겠지.
◎ 삼호고전연구회 편, ≪당시 사계 唐詩 四季 겨울을 노래하다≫, 도서출판 수류화개, 2023
☞ 삼호고전연구회 :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 졸업생들이 주축이 되어 2010년부터 중국 고전을 현대인의 독법에 맞게 번역하고 그 의미를 공부하는 모임이다. 강민우, 권민균, 김자림, 서진희, 차영익.